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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 / 에너지변동 5·끝] 미·중·일·러 모두에 ‘한국이 次善’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

2019.12.13 606

[여시재 인사이트 / 에너지변동 5·끝]

미중일러 모두에 ‘한국이 次善’

- 동북아 협력적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으로 가야

여시재 에너지연구팀

한국가스공사 평택기지본부 모습(사진 출처 : 한국가스공사 홈페이지)

석유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에너지의 수요-공급 체인에 근본적 변화가 생기는 지점에서 정치적 긴장과 갈등, 전쟁이 일어났다. 역사의 증언이다. 한-중-일 3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에너지 수요 지역이다. 여기에 동남아까지 성장하고 있다. 에너지의 흐름에 대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거대 에너지 공급자들이 아시아를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등으로부터 PNG(파이프라인천연가스) 도입을 늘릴 수 있다. 반면 북한에 의해 단절된 한국은 PNG 연결을 내다보면서도 당분간은 LNG(액화천연가스)로 갈 수밖에 없다. 일본은 더더욱 그렇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여시재는 ‘에너지 연구팀’을 구성, 이 변화에 담긴 의미를 추적해왔다. 그 내용을 다섯 번에 나눠 싣는다.

1.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링크)

2. 미-러와 한-중-일-동남아의 에너지 각축(링크)

3. 동북아 가스허브, 왜 필요한가(링크)

4. 동북아의 가스허브 구축 경쟁(링크)

5. 한국의 가스허브 가능할 것인가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

김연규 / 한양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개발전문위원회 위원

박희준 / 에너지 이노베이션 대표, 미 EQT 전 부사장

손지우 /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이종헌 /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이대식 / 여시재 솔루션개발실장/솔루션2팀장

미·일·호 對 중·러 구도 막고

이익의 균형점에 가스 허브 만들어야

한·중·일 등 동북아 국가들이 수십 년 동안 중동 카타르 중심의 가스 공급자들에 사실상 예속돼 여러 불공정 계약에 매어 있고, 그러면서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LNG를 들여오고 있다고 1~4편에서 설명했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이 구조적 한계를 깨기 위해 자국 내에 가스 허브 및 독자적 가격 결정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왔으나 대부분 실패해왔다는 점도 설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미국의 셰일혁명 성공이다. 미국의 석유 수출은 2030년대 중반을 정점으로 감소로 돌아서게 되면 가스 수출은 2050년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는 그동안 석유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넘어가는 과정의 ‘브리지 에너지원’ 정도로 평가되었으나, 셰일혁명 성공으로 많은 양의 가스를 저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가스가 ‘최종 에너지원’으로 승격했다. 미국 LNG 수출은 2018년에 전년 대비 61% 폭증해 세계 4위 수출 국가가 되었으며 건설 중인 설비가 완성되는 2020년에는 최대 수출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도 가스 공급국으로서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 시베리아와 북극 가스전 개발 진전 때문이다. 러시아 민영 가스회사인 노바텍의 야말 프로젝트는 벌써 1~3기가 가동되고 있다. 지난 6월 북극 제2 프로젝트인 아크틱 LNG2에는 프랑스, 중국, 일본 기업들의 출자가 확정되었다. 중국과 러시아 간 PNG 라인 ‘파워 오브 시베리아’도 12월 2일 가동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가스를 팔아야 할 곳은 동아시아다. 유럽은 이미 자체 수급망이 완성 단계여서 매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아시아에 가스를 공급해온 중동(카타르)의 영향력은 줄고 미국과 러시아의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중-러 가스 연합’이 본격 가동되는 상황을 볼 때 미국과의 사이에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다른 한편에서는 동북아 지역이 공급자 시장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전환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국가들로서는 그동안의 불공정 계약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허브와 가격 결정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호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중·일·러의 이해관계를 짜 맞추지 않으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미-일-호’ 對 ‘중-러’라는 에너지판 냉전 질서가 구축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對 위안화’라는 측면도 맞물린다. 이 힘겨루기의 방향을 돌려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맞물려 돌아가는 질서를 구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가스 허브도 구축해야 한다.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은 2025년경을 정점으로 석유의 시대가 저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6개월 전 가스공사 보고서에는

지난 6월 한국가스공사는 ‘동북아 가스허브 구축 관련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일이 있다. 한국에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가를 다룬 내용이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 가스허브는 천연가스 판매자와 구매자 간 가스 소유권의 교환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인도 지점이자 가스 거래의 중심지다. 다수의 허브가 연계되면 공급 및 가격 안정 효과 기대 가능하다.

- 동북아 3국은 세계 LNG 교역량의 62% 차지한다.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럼에도 생산자 중심 거래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등 독자적 시장이 미성숙하다. 20년 정도의 장기계약을 요구당하고 있고, 물량을 인수하지 않아도 가격을 지불해야 하며, 재판매를 엄격히 제한당하고 있다.

- 수년 전부터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이 독자적 허브 구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모두 한계에 봉착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도 ‘아시아 가스 시장은 각국 정부가 시설·가격을 규제하는 비경쟁적 시장으로 인프라 연계 정도가 부족해 허브 형성이 부적합한 것으로 평가했다.

- 그러나 최근 미 셰일가스 공급 확대 영향으로 상황에 근본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한·중·일 모두 대체 에너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것들은 허브와 독자적 가격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호조건이다.

- 다만 허브 구축을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LNG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남-북-러 PNG 사업, 한-중 한-일 연계 배관망 건설을 통한 동북아 천연가스 네트워크 구축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 가스허브 구축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보고서는 객관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기관의 보수적 체질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는 허브 구축에 당장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미·일, 중·러, 여기에 동남아 국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낼 수 있다면 허브 구축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아시아 가스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허브 구축을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추진해볼 만하다는 것이 여시재 연구팀의 결론이다.

<각국의 입장>

중국 위안화 거래 허브

미-일이 불참

달러 거래 허브는

중국과 러시아가 불참

동북아에 가스 허브가 개설되면 핵심 국가는 모두 참여해야 한다. 한·중·일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거나 빠지면 효과가 반감되고 기능이 저하된다. 또 주요 공급국인 미국·러시아는 물론 동남아 국가들도 참여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각국이 처한 상황은 대체로 이렇게 볼 수 있다.

(일본)

지역 내에서 LNG를 가장 먼저 도입하고 선물거래소도 가장 먼저 만들었다. 따라서 일본에 허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진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만약 중국에 만들어진다면 위안화 영향력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따라서 차선책은 한국이다.

(중국)

PNG와 LNG 인프라를 모두 갖춘 유일한 역내 국가다. 성장잠재력도 가장 앞선다. 그러나 정책 안정성과 투명성이 크게 떨어진다. 중국은 일본에 허브가 만들어지게 될 경우 미-일-호의 인도·태평양 에너지 밸류체인이 완성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중국에 있어서도 차선이 한국이다.

(미국)

천연가스를 수출해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동북아 가스 허브가 필요하다. 일본에 생기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중국에 허브가 생기면 위안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최대 시장인 중국이 허브에 참여해야 한다.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막대한 동남아 국가들도 참여를 주저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 허브가 설립되어 중국도 참여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선택이다.

(러시아)

러시아도 수출을 위해 동북아 허브가 필요하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야말 LNG를 수입하고 PNG도 도입하고 있는 중국이 가장 유리하다. 일본에 생기는 것은 반대한다. 따라서 러시아에 있어서도 한국이 차선책이다.

한국이 미·중·일·러

이해관계의 균형점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가스 허브 구축의 그림이 그려진다.

동북아 천연가스 허브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지정학적 환경인데, 현실적으로 한국이 가장 적합하다. 중국에 허브가 구축되면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에 구축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를 꺼려 할 것이다. 허브에서의 결제 통화가 중국의 위안화가 되는 것을 미국 일본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달러가 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것이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일-중·러의 갈등에서 현실적으로 한국만이 참여국 모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더욱이 북한을 경유해 러시아 천연가스를 한국에 들여오는 한반도 파이프라인 구상은 남북한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에너지와 지정학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사업으로 동북아 천연가스 네트워크 구축과 에너지 협력의 중심이 될 것이다. 러시아-북한-한국의 파이프라인은 일본으로 연장될 수 있으며 중국과도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다. 동북아 가스허브가 바로 한국에 구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실제 동북아 천연가스 허브 구축 노력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국가들의 지나친 LNG 의존과 함께 대체 공급원인 PNG 도입이 거의 없으며 역내 국가 간 연계 파이프라인이 없고 역내 통합 파이프라인 저장시설 연계 부족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 프리미엄(실제는 아시아 핸디캡)’이 존재하고 있다. 또 동북아 국가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면서도 적절한 수급관리를 하지 못하고 수급 위기가 와도 뚜렷한 대응 수단도 없다. 결과적으로 독립적인 시장도, 가격 결정 체제도 없이 공급자들의 ‘봉’ 노릇만 하고 있다. 남-북-러 파이프라인은 장기적으로 이 모든 것을 해소하는 동북아 가스허브의 핵심이 될 것이다. 다만 이는 장기 과제일 수밖에 없다.

동북아 가스허브는

새로운 성장 동력 될 것

싱가포르는 좁은 국토와 척박한 환경, 인종 간 갈등 등 여러 악조건에서도 오일허브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중동 산유국과 아시아 소비국의 중간 항로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살려 아시아 오일허브를 위한 정책과 제도적 장치를 구비했고 항만과 저장설비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는 정치 리더십이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에 천연가스 허브를 세우면 국가 경제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세계 에너지 소비 흐름이 석유에서 천연가스로 이동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 허브 구축은 엄청난 경제적, 정치적 혜택을 줄 것이다. 생산자, 소비자, 트레이더, 글로벌 가격평가 기관 등 참여자들이 한국에 몰려들 것이다. 천연가스 거래의 금융화로 선물거래, 스왑, 옵션, 헤징, 각종 파생상품 등의 활성화로 동북아 금융허브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의 천연가스 장기계약이 점점 짧아지고 스팟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점점 더 많은 물량이 동북아로 몰려든다는 의미이다. 세계 최대 소비지역인 동북아의 천연가스 허브가 한국에 형성되어 물량의 유입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의 취약점인 에너지 안보도 확고해질 것이다.

한국에 허브를 구축할 경우 내수를 넘어선 수출, 즉 ‘Out of Box’ 개념이 중요하다. 가스공사의 국내 기득권을 일정 기간 인정하고 민간 기업에는 해외 재수출 물량을 할당하고 점차적인 시장 자유화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가면 된다.

중국-러시아를 잇는 PNG 라인 ‘파워 오브 시베리아’ (사진 출처 : intellinews.com )

모든 나라가

이익 보는 구조로 가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자국의 입장만 고수하면 동북아 허브 개설은 불가능해진다. 허브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허브가 적대적 경쟁국에 생기는 경우를 피하면서 각국의 이익을 조합하는 방법은 차선을 택하는 것이다. 결국, 동북아 가스허브 개설은 차선책을 선택하여 각자의 이익을 지키는 협력의 게임이며 그 균형점은 한국이다.

그동안 공급자가 지배하던 에너지 시장에서 동북아 수요국들은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치열한 도입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에너지 시장의 판도가 바뀌어 수요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 에너지 협력은 더욱 절실해졌고 실현 가능해졌다. 공동 구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에너지 협력을 이루면 관련국 모두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각국이 유연한 자세로 차선의 선택을 통해 동북아 가스 허브가 구축되면 더 큰 차원의 동북아 에너지 협력의 길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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