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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의 부상은 '권력 위임' 아닌 김정은 체제 강화"

정리: 박설믜(SD)

2020.10.19

[북한진단 2: 글로벌 언론인이 보는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

(출처: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지난 10일 열린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눈물’이었다. 그는 코로나19와 수해 등 재난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인민과 장병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하면서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다 결국 눈물을 훔쳤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거대한 전략무기와 더불어 인민들의 감성을 파고드는 ‘김정은식’ 파격 정치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한 손에는 ‘애민’, 다른 한 손에는 ‘군사력’을 쥐고 인민들에게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김정은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삼중고(대북제재 장기화, COVID-19, 수해)를 겪고 있는 북한이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김정은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시재는 지난 8월 북한의 경제상황을 진단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연데 이어 지난 9월 29일에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북한 지도부의 행보를 분석하기 위해 북한 전문 언론인과의 웨비나를 진행했다.

이날 웨비나에서도 올 한 해 북한의 이례적인 행보를 ‘김정은식’ 지도 체계 강화와 ‘내부 결속’의 의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Asia Press 오사카 지부장 이시마루 지로 기자는 지난 8월,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권력을 일부 이양하여 “위임통치”를 하고있다는 국가정보원의 보고에 대해, “권력 위임”이 아니라, 오히려 “김정은 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한국의 보건협력 제안에 최근까지 무시로 일관했던 북한의 대남정책에 대해서는, 삼중고 속에서 북한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고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전개한 반한(反韓)선전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 뉴질랜드를 연결하여 두 시간 동안 이어진 웨비나에는 이시마루 지로 기자와 함께, 워싱턴 포스트 베이징 지국장을 역임한 안나 파이필드, NK 뉴스를 운영중인 채드 오캐롤, 그리고 미국 Voice of America (VOA)의 최원기 시니어 에디터가 참석해 각각 북한 국내 및 국제 정세 변화 속 북한의 행보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사회는 YTN 통일외교전문기자를 역임한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이 맡았다.

<참석자>

안나 파이필드 The Dominion Post 편집장 (전 The Washington Post 베이징 지국장)
이시마루 지로 Asia Press 오사카 지부장
채드 오캐롤 NK News CEO
최원기 Voice of America 시니어 에디터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 (전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사회]

여시재 웨비나 캡처 사진

김여정의 부상: ‘위임 통치’ 아닌 김정은 체제 강화를 위한 위기관리책

북한 내부 정세 변화에 대해 분석한 이시마루 기자는 올 해 대남정책을 총괄하기 시작한 김여정 부부장의 부상에 주목해야 한다면서도, 이를 “위임통치”로 보기보다 오히려 “김정은 유일영도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시마루 기자는 김여정 부부장의 부상이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지난 몇 년 동안 로열 패밀리의 일원으로서 김여정 부부장을 계획적으로 국제 무대에 노출 시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시마루 기자가 공유한 북한 내부 행동 지침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2013년에는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간다’는 혈족 지배 체제의 영속성과 순결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조항이 새롭게 추가 되었다. 이 점을 들어 이시마루 기자는 김여정 부부장의 부상을 김씨 혈족 지배체제의 영속성을 강화하고 순결성을 유지하기 위한 “위기관리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정은의 후계 체제가 안정화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백두 혈통’인 김여정 부부장의 지위를 격상하여 김씨 혈족 지배체제를 안정화 시킴으로써, 김정은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다른 간부들에 경제와 군사 분야의 총괄을 “위임” 한 것에 대해서 이시마루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 지도 체계 안에서 감독과 체제 운영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분석하며, 간부들의 행보가 특별히 달라졌거나 권한이 강화 되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COVID-19 방역 지침으로 인한 사고, 김정은의 사과 이유는?

9월 서해에서 한국의 공무원이 북한에 피격 사망한 사건에 대해서 참석자들은 북한의 과민한 COVID-19 방역 지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분석했다. 이시마루 기자는 북한 내부에 ‘한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북한 내에 퍼트리려고 한다’, 따라서 ‘중국 국경과 분계선 부근에서 들어오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강과 바다를 통해서 오물이 들어오면 태워서 매립해야 한다’는 COVID-19 방역 관련 내부 문서가 있다고 밝혔다. 채드 오캐롤 기자도 COVID-19 방역 지침을 따른 군 당국의 자체적인 결정일 뿐, 계획적인 사살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왕선택 정책위원은 북한이 과잉적인 COVID-19 방역 지침을 따르게 된 배경으로 지난 7월 한 탈북민이 헤엄을 쳐 개성으로 건너갔던 사건을 들었다. 이 사건으로 경계를 담당했던 북한군 군부대의 지휘부가 징계를 받고 개성시가 완전 봉쇄되는 등 준국가적 소동이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가 더욱 과민하게 행동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에 김정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를 하게 된 배경에는 참석자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보였다. 채드 오캐롤 기자는 김정은 집권 이후 증거가 자명할 경우에는 예전보다 실패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점을 들며, 정보당국이 ‘피격 사건’ 관련 녹화 비디오 등의 증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한편 이시마루 기자는 2018년 남북관계 개선 이후 남한에 우호적인 북한 내 여론을 단속하고, 2020년 삼중고 상황 속에서 내부 결속을 통해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전개했던 반한(反韓) 선전을 전환하기 위해 사과를 했다고 보았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결국 한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면 전환을 위해 9월에 문재인 대통령과 친서도 교환해 왔는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의도치 않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고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공식적으로 사과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원기 기자는 이 사건을 미국 대선과 연결 지어 분석했다. 이시마루 기자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만큼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11월 대선 전, 북미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한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준비 중이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따라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피격 사건을 적절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일환으로 국제 무대에 나가게 될 경우 따라올 부담이 크기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공식 사과를 발표했다는 분석이었다.

미중갈등 속 북한: 북중관계는 현상 유지, 북한은 베트남 세력균형에서 본 받아야

한편 미중갈등이 고조되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안나 파이필드 기자는 미중갈등이 고조되며 중국이 여러 분야에서 도전에 직면한 현재, 북한은 중국의 의제 우선순위에서 벗어났다고 분석하며 당분간 북중관계는 현상유지가 지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약 5년간 북중관계는 ‘상호적 무시’, 즉 북중 간 무역은 이어지나 외교는 부재한 상태가 지속되었다고 설명한 파이필드 기자는, 2018년 중국이 대북 관여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한 행보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위 높은 발언과 돌발적인 행동이 중국으로 하여금 대북 관여를 통해 한반도 지역은 군사 행동 없이 억제와 제재만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게끔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중국은 다시 이전의 이전의 외교적 무시로 회귀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미중갈등이 심화된 현재, 중국이 미국을 도와 북미간의 대화를 재개시킬만한 인센티브를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 외교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현재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원기 기자는 미중갈등으로 인해, 미중이 협력하여 북한의 비핵화를 함께 압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가게 된 북한이, 국제 정세를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세력 균형’ 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미국과도 전쟁 경험이 있는 베트남은 핵무장 없이도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세력균형을 이용해서 국가 안보를 지키면서 동시에 경제적 번영도 이루고 있다. 특히 정해진 임기 없이 향후 몇 십년 간 북한을 이끌어야 할 김정은이 고강도의 대북제재를 버텨야 하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베트남 사례는 북한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핵무기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줄타기 외교를 통한 세력 균형이 안보와 경제 모두 살릴 수 있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사용할 수 없는 무기” ICBM이 등장한 열병식, 북한 내부의 모순 그대로 보여줘

웨비나 후, 10월 10일에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이 있었다. 전례없이 심야에 진행된 열병식에는 지난 1월 북한이 예고했던 “새로운 전략무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등장해 이목을 모았다. 이에 추가적으로 열병식에 대한 분석을 공유한 최원기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칼 날 위에 서있”는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이 마주한 핵 무기 개발의 딜레마에 대해 지적했다. 최 기자는 열병식에 등장한 ICBM을 다른 국가들과 전쟁 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닌 ‘사용 할 수 없는 무기’이며, 동시에 지난 9년간 김정은 위원장이 쌓아놓은 ‘유일한 업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실제로 쓸 수 없는 이 전략무기를 거래와 협상의 도구로 써야 하는데, 미국이 쉽게 북한의 의도대로 응해주지 않는 현실에 부딪혀 평양 엘리트 내부에서도 핵 개발의 무모성과 대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삼중고 속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과시한 전략무기가 역설적으로 핵 미사일 개발로 인한 북한 내부의 모순과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 행사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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