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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중심으로 쪼개진 ‘스마트시티’ ,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김우영(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20.09.01 3596

특정 지역 아니라 전국 묶은 시스템으로 ‘인식 전환’ 해야

부산 에코델타시티 전경(출처: 스마트시티 종합포털)

세종 5-1생활권 스마트시티 전경(출처: 스마트시티 종합포털)

2000년대 초 ‘유비쿼터스 도시’는
왜 사라졌을까?

일반적으로 스마트시티는 IoT, AI,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주축으로 구현되는 디지털트윈(또는 CPS, Cyber Physical System)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도시에 구현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는 ‘U-city(유비쿼터스도시)’라는 도시정책의 신개념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도시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가 접목됨으로써 도시에 거주하는 우리의 삶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자생력을 갖춘 도시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와 달리 U-city는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개념과 패러다임이 알려지면서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부활했다.

cf. 유비쿼터스(Ubiquitous)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이라는 뜻의 라틴어.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 환경을 말한다. 컴퓨터 기술이 생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음을 뜻하는 ‘퍼베이시브 컴퓨팅(pervasive computing)’과 같은 개념이다.

스마트시티는 왜 ‘디지털도시’가 아니라
‘스마트시티’일까?

스마트시티는 U-city와는 달리 수많은 국가와 민간기업들이 저마다의 개발계획을 내세우며 그 구상들을 전개하고 있다. U-city가 우리나라에서만 주창되었던 개념이었던 것에 비해, 스마트시티는 글로벌 국가들이 인정하는 개념으로 그 당위성을 확인받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스마트시티는 성공할 수 있는 것인가? 스마트시티의 실체는 무엇인가? 도시에 ICT를 접목한 것이라면 굳이 스마트시티라는 용어가 아니더라도 기존에 많이 주장된 개념들이 있다. 정보도시, 디지털도시, 유비쿼터스도시 등 스마트시티 보다 훨씬 첨단처럼 보이는 용어들도 있었다. 스마트시티는 이것들과 어떤 점에서 다르고 독창적인 면이 있는 것인가?

1·2·3차 산업혁명 모두
사회 주역과 시스템을 교체했다

스마트시티를 이해하기 전에 먼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할 것 같다. 모든 산업혁명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 동력원인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설명으로부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 2차 산업혁명은 전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트윈을 가능하게 하는 IoT와 AI 등이다.


그러나 우리가 쉽게 간과하고 있는 것은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단순한 기술 혁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인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자본가 계층이 사회의 주류로 등장하고 자본주의 체제가 세워지는 사회적인 혁명이다. 2차 산업혁명은 모두가 알다시피 노동자를 공장과 도시로 모여들게 만들어 노동조합과 근대 복지 시스템을 탄생시켰다. 3차 산업혁명은 커뮤니케이션 기술(인터넷)의 발달로 수직적 권력을 해체하고 수평적 사회관계로 만들었다. 이 세 번의 혁명 모두 기술의 혁신으로 인해 생산성만 높아진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주역과 체계가 달라졌다.

4차 산업혁명기
사회 주역 교체 전방위적으로 일어날 것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어떤 사회적인 변혁이 일어날 것인가? 최근 카카오 카풀이나 타다 등의 새로운 플랫폼 사업(Platform Business)이 등장하면서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유발된 상황이 있었다. 이 사건은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편리한 교통 서비스를 공급하고자 하는 새로운 주역이 기존 업계와 충돌한 사건이다. 미국에서도 우버가 한 때는 불법이었지만 지금은 기존 택시업계를 대체하는 편리한 교통 서비스로서 자리를 잡았다.


산업혁명은 기술의 혁신을 통해서 그 시대의 주역이 교체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하면서 해당 산업분야에서는 당연히 그 주역의 교체가 일어나게 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1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봉건체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사회가 열리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택시사업자가 플랫폼사업자로 교체되는 것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교체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제작사의 일방적 앱 공급에서
소비자가 앱 선택하는 시스템이
‘스마트폰’의 핵심

앞서 말했다시피 인텔리전트(Intelligent)나 유비쿼터스(Ubiquitous)처럼 ‘스마트’ 보다 훨씬 첨단임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들이 있다. 그런데 왜 요즘에는 모든 훌륭한 시스템이나 선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들에는 스마트라는 말을 붙이고 있는 것일까? 스마트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아이폰이나 갤럭시폰과 같은 스마트폰의 성공에서부터 기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스마트폰은 기존의 휴대폰과는 다르게 확고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무엇이 기존 휴대폰과 다른 스마트폰을 만들어낸 것인가?
스마트폰이 기존 휴대폰에 적용된 정보통신기술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의 휴대폰은 제조사가 공급하는 몇 개의 앱들로만 구성되었지만, 스마트폰은 사용할 수 있는 앱들을 외부의 개발자들이 공급할 수 있도록 개방하였다. 사용자들이 스스로 폰을 꾸밀(customizing) 수 있도록 함으로써 폰 자체의 다양성이 향상되었고, 사용자들의 개성과 정체성을 폰에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와 같은 앱을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제조사가 일방적으로 공급하는 앱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스스로 앱들을 선택하는 체계는 앱 공급자들 간의 무한경쟁을 유발하였다. 이 경쟁체계가 앱들의 품질수준과 신뢰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한해 30조 원 벌어들이는 앱스토어

더불어 이 같은 거래공간은 자연스럽게 개발자(supplier)와 사용자(customer)들을 연결시키고 거래 행위가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드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같이 고객과 공급자를 연결시키는 플랫폼 기반의 사업을 ‘플랫폼 비즈니스(Platform Business)’라 한다. 애플은 2008년 앱스토어를 시작해서 2017년 중반까지 9년간 1천억 달러(약112조 2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었으며, 그 중 70%에 해당하는 700억 달러를 앱 개발자들에게 지급했고 나머지 30%를 수익으로 가져가고 있다.₁ 앱스토어의 플랫폼 사업은 매년 성장해서 2017년 한 해 동안만 265억 달러(약 30조 원)의 매출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이 매출액은 아이폰을 판매(파이프라인 사업)한 금액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앱스토어를 통해 취득한 것이라는 점에 시사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되면서 ‘스마트’라는 용어는 명실상부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한 키워드로 우리의 뇌리에 박히게 되었다. ‘스마트’는 단순히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것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사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을 확장하고 사업 생태계를 활성화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신사업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 기반구축 설명자료 2020.5 (출처: 국토교통부)

우리 스마트시티들
‘관제도시’ 성격 강해

일반적으로 스마트시티는 도시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도시 서비스가 제공되는 도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각국의 정의를 보면 도시와 정보통신기술, 도시 관리 등의 공통된 키워드들이 등장한다.


실제로 계획되고 있는 스마트시티들을 그 용도와 목적 관점에서 보면 그 정의와는 별개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세종 스마트시티나 부산 델타시티는 연관 산업의 미래를 내다본 파일럿 시티의 성격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스마트화를 통한 지자체 단위 도시재생도 생활기반 시설 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마트시티는 대체로 지자체가 방범·교통·재난·환경 등의 도시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목적성이 강조된 ‘관제도시’의 성격이 강하다. 아부다비의 신도시 마스다르도 스마트시티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주로 탄소제로와 에너지,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에코도시’의 성격이 강하다. 별다른 사업모델 없이 추진되면서 재정 여건 악화로 개발이 지체되어 유령도시화하고 있다. 미국의 스마트시티 챌린지에서 우승한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시는 커넥티드 교통 컨셉의, 또 다른 특성의 ‘관제도시’ 성격이 있다.

캐나다 퀘이사이드, 미 포틀랜드
프라이버시 이슈로 좌초 위기


구글 사이드워크랩이 주도하는 캐나다 토론토의 퀘이사이드와 미국 포틀랜드 지역의 스마트시티는 자율주행, 쓰레기 수거, 에너지 및 교통 시스템에 첨단 기술 적용을 계획하는 등 도시재생 관점과 ‘에코도시’, ‘관제도시’ 등의 성격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은 민간 기업에 의해 기획됨으로써 플랫폼 사업 등이 적용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개인정보수집에 대한 프라이버시 보호 이슈 등으로 좌초 위기에 있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디지털트윈 기반의 도시를 구상하지만, 지자체 중심인지 민간기업 중심인지에 따라서 그 성격과 목적성이 달라진다. 그 도시의 성격과 목적성에 따라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고 구축하기 위한 전략도 달라진다. 따라서 도시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 스마트시티를 정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각 도시들이 가진 서로 다른 특성과 목적성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스마트시티를 표방함으로써 스마트시티의 정체성이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있다. 공통적으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시재생과 관제, 친환경 관점의 도시개선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접근은 특정 도시라는 공간 제약과 정부 주도의 도시 관리 위주로 진행되는 특성이 있고, 사업모델을 갖춘 다양한 스마트 서비스 개발에는 취약성을 보이게 되는 문제가 있다.

사이드워크랩스의 토론토 워터프론트 마스터플랜(출처: 사이드워크랩스 홈페이지)

보통 스마트시티를 정의할 때 도시와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설명하곤 한다. 스마트를 정보통신기술로 이해하고 시티를 말 그대로 도시로 이해하는 것이다. U-city도 그렇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스마트시티는 도시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나 생활공간 또는 환경을 대표하는 단어로서 도시를 말하는 것이다. 즉, 보이지는 않지만(ubiquitous) 나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digital twin) 나에게 적합한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시티를 도시로 해석함으로써 지자체를 중심으로 스마트시티를 개발하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도시를 관리하는 주체가 지자체이므로 당연한 전개라 할 수 있다. 현재 추진되는 대부분의 스마트시티들을 보면 지자체가 도시를 관리하기 위한 관제기능 위주로 구성되고 있다. 더불어 대상이 되는 시민들 개인의 상태나 필요와는 무관한 다소 일방적인 편의 서비스 위주로 계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내버스 운행정보를 알려주는 키오스크 같은 것들이다. 편리해 보이기는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세금만 투입되고 경제가 돌아갈 수 있는 사업구조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드라이버니 카카오택시와 같은 플랫폼 사업은 고객과 교통수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행선지까지 미리 알고(digital twin)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많은 고객과 공급자인 교통수단이 이 플랫폼을 통해서 만나고 고객은 공급자들을 평가하는 체계를 통해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이 스마트 서비스이다. 이 같은 스마트 서비스는 도시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전국 단위, 더 나아가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수많은 스마트 서비스가 활발하게 작동함으로써 시민들의 편익이 향상되는 사회가 스마트시티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일방적이긴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계획들도 시민들의 편익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면, 지자체나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시티의 계획과 더불어 민간의 플랫폼 비즈니스에 의한 스마트 서비스들도 조화롭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다만 그것을 특정 도시에 국한된 서비스로 이해하기보다는 전국 또는 글로벌로 그 범위를 확대해서 스마트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 적절하다. 여기서 정부나 지자체와 민간의 스마트 서비스 간의 협력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스마트시티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 단위에서 특정 도시를 스마트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U-city가 실패한 원인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일방적인 공급 방식으로 인해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비즈니스모델의 부재로 서비스의 지속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마트시티는 제한적인 공간인 도시 자체보다는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특정 지역에 스마트시티를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여러 도시를 넘나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고객 네트워크)에게 스마트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사업모델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경쟁 속에서 생존을 추구하는 사업 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스마트시티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사여구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실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스마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도시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그것을 관리하는 지자체 중심으로 해석하게 되고, 지금과 같은 도시재생, 친환경, 관제 중심으로 전개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스마트시티의 실체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스마트화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각종 스마트 서비스가 구현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1) ZDNet Korea, "애플 앱스토어 매출 규모 9년간 112조원“, 20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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