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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대화 / 채이배 전 국회의원] “국내∙외 석학, 여야 망라한 미래 논의 테이블 만들어달라”

김민하 (SD)

2020.07.02

“COVID-19는 이념이 아니라 미래 경쟁을 요구한다”

(사진 제공: 채이배 전 국회의원)

20대 국회는 ‘탄핵 국회’였다. 반면 이번 21대 국회는 COVID-19 국회다. 그 성격과 과제가 극명하게 다르다.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필요하다. (재)여시재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감안, 불출마 또는 낙선으로 물러난 20대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정치 불신이 극심하지만 그들의 경험 또한 소중하다. 정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선들을 주로 만났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그러나 미래로 가기 위한 자료는 될 것이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송희경 의원에 이어 이번 두 번쨰는 경제 시민단체 출신으로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들어갔던 채이배 전 의원이다.

“2개의 법은 성공했고 다른 2개의 법은 실패했다”

Q. 국회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

A. 1998년부터 재벌 총수들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했다. 15년 정도 재벌개혁, 금융개혁 논의에 관여했다. 그 과정에서 2012년 대선에 안철수 후보가 출마했을 때 선거캠프에 합류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고, 2016년 총선 떄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당이라는 신당을 만들었을 때 정치를 같이 하자고 해서 인재영입 케이스로 참여하게 되었다.

Q. 국회 들어갈 때 꼭 이뤄야겠다 생각한 것은?

A. 당연히 입법 활동을 통해 재벌개혁 성과를 내야 되는 것이었다. 첫째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조항들을 개선하는 것, 둘째 대기업들의 불공정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일, 셋째 기업들의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외부감사법을 개정하는 것, 넷째 채무자회생법을 바꿔 기업 구조조정이 일어날 때 정부가 은행돈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시장 중심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은행이라는 곳이 저 위험, 저 수익을 추구하는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같은 일을 하는 데는 적합지 않기 때문이었다.

Q.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나?

A.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은 실패했다. 상법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소수주주들의 주주권을 강화하는 내용이었고,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 대상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재계 반발이 굉장히 심했다. 또 보수진영의 정당인 한국당(지금의 미래통합당)이 논의 테이블에 올리는 자체를 거부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성과를 냈다.

“법안소위 만장일치 관행 때문에
한두 명만 우겨도 법안 통과 못 시켜”

Q. 입법활동 과정에서 가장 크게 느낀 고질적인 문제는?

A.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대표발의까지는 할 수 있는데 통과는 안 되는 거다. 뭔가를 바꾸기 위한 법안들은 결국 반대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세력의 저항에 의해 통과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국회는 다수결보다는 합의제로 이루어지는 게 관행이다. 법률을 만들 때 상임위 내에 법안을 실제 논의하는 법안소위가 구성이 되는데, 그 법안 소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한다. 여야 동수 구성을 하기도 하고 만장일치제로 통과시키는 것이 관행이다. 국민들께서는 선거를 통해 다수당을 만들어 줬으면 법안을 논의할 때도 다수결로 통과시키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세력의 다수는 항상 바뀔 수 있다. 그 다수가 바뀔 때마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진보진영이 다수여서 진보적인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다음에 보수진영이 다수가 되면 과거의 법을 다 없애고 새로운 보수의 법을 만들면 안 되잖은가. 그렇게 하면 법적 안정성이라는 게 확보될 수가 없다. 그래서 만장일치로 하자는 것이 오랜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표결을 하지 않고 만장일치제로 운영한다. 그러나 보니 10명이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하는데, 5명은 여당, 5명은 야당이라고 할 때 야당에서 한두 명만 반대를 해도 통과를 못 시킨다. 개혁적인 법안들을 통과시킬 때 그 반대편의 저항으로 인해서 잘 안되는 거다.

Q. 법적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다수결 원칙도 지키는 절충안은 없을까?

A. 과반 가결은 문제가 있고 3/4 정도가 절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도 법률로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법률적으로는 과반 다수결인데 그렇게 안 하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이다. 75%, 3/4 정도가 동의하면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나. 한두 명이 끝까지 우긴다고 그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관행은 나쁜 관행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300명, 누구는 300분의 20~30이고
누구는 300분의 1도 안 돼”

Q. 19, 20, 21대 국회의원들을 조사해보니 초선이 항상 절반 정도를 차지하더라. 그런데도 국회는 바뀌지 않는다.

A. 초선이 많아도 국회가 변하지 않는 것은 결국 다선 의원들에 의해서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를 선출할 때 3, 4선과 그 이상 의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상임위 위원장도 3선 이상 의원들이 하고, 국회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다선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거다. 초선이 숫자가 많더라도 한계가 있다.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 300명이 누구는 300분의 20~30이고 누구는 300분의 1도 안되는 것이다. 그것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서는 초선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기 역할을 해야 되는데 쉽지 않다. 나도 경험했지만 처음에 들어가면 난다 긴다 하는 사람도 신입 직원이나 다름없잖은가. 신입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 아무도 없다. 혼자 경험을 통해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내 경험으로는 한 3년 정도 하고 나서야 국회와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나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겠더라. 초선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 당 생색나는 법안 뭐하러 해주냐는 태도”
“여당이 야당되면 똑같아”

Q. 초당적 연구 모임은 어떤가.

A. 그룹별로 모여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잘 되어 있다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것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예를 들어 내가 재벌개혁을 하겠다고 국회 들어왔으면 같이 하고자 하는 사람들 모아서 법안을 논의하고 절충해서 좋은 법안을 만들면 각 당에 가져가서 우리 당도 이대로 가자 해야 되는데, 초선들끼리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초선들부터 이미 당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당의 이념적 입장이 이미 전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모임이 이뤄진다고 해도 합의안을 끌어내기 어렵다. 또 연구모임이 아니라 상임위와 법안소위에서 제대로 논의를 할 수 있다면 좋은데 그런 공식 회의 활성화가 잘 안된다. 솔직히 말해 법안 논의를 하기 위한 회의 시간부터 많지 않다. 상임위 위원장과 각 당 간사가 회의 시간을 잡는건데 누가 한 명 싫다 하면 안 되는 거다. 근본적인 문제가 야당은 여당 하는 것을 다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한테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기 때문에 여당이 하려는 안 만들어 줘봤자 여당만 생색나고 칭찬받는데 뭐 하러 우리가 도와주느냐 이런 입장이다. 여당이 야당 되어도 마찬가지고 서로 똑같다. 상대방이 국민 지지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상황이 만연되어 있다.

“자기가 낸 법안도 안 챙기는데”

Q. 자기가 하고 싶은 법안을 대표발의도 하지만 공동발의도 많이 하는데, 법안에 신경 쓰나?

A. 아니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공동발의를 했다고 해서 전체적인 협조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자기가 낸 법안도 안 챙기는데, 공동 발의한 법안은 뭔지도 모른다. 나도 내가 어떤 것을 공동발의 했는지 잘 모르겠다. 공동발의는 어떤 의원이 공동발의 해달라고 요청을 해오면 검토해서 동의하면 해주는 거지, 내가 이것을 통과시키기 위해 뭘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발의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안철수 유승민 합치면서
제3당의 역할 흔들리기 시작”

Q. 국민의당은 제3당의 기치를 내걸고 20대 총선에서 성공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당이 깨지고 합치고 하면서 21대 총선에서는 쪼그라들었다. 평가해달라.

A. 제3지대 중도정당 실험은 실패했다. 20대 국회 첫해인 2016년에는 국회가 비교적 잘 운영됐다. 상임위 구성도 15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역대 가장 단기간 원구성이었다. 국민의당이라는 3당이 자기 포지션을 가져야 하니까 양쪽 사이에서 조율이 가능했다. 추경을 한다거나 법안 논의를 한다거나 할 때 3당이 가운데서 역할을 해서 잘 이루어졌다고 본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3당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2017년 대선 이후였다.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와 유승민이 색깔이 비슷하니까 합쳐보면 어떻겠냐 해서 통합을 하고 말았다. 통합할 때 호남 세력이 탈당해서 민평당을 만들고 당이 쪼개졌다. 그때부터는 중도 제3당으로서의 역할이 굉장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유지됐다. 결국 패스트트랙이 되는 2019년 4월부터 거의 당이 풍비박산이 났다. 맨날 당 내에서 싸우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 결과 지금은 제3당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진 거다. 이번에 아무도 안 찍어준 거다.

“진보 보수 모두 과거의 경제논리에 묶여 있어”
“제3지대 정당은 여전히 필요”

Q. 제3당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A. 물론이다. 국민의당 실험은 실패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민주 대 반 민주 구도였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으로 군사독재정권이 끝나고 구도가 민주 대 반민주에서 진보 대 보수, 이념의 정치로 바뀌기 시작했다. 김대중 대통령 집권기는 민주에서 반민주 구도에서 진보와 보수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과정이었다. 단순화하자면 진보는 복지와 분배, 보수는 성장을 우선한다. 경제에 대한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민주 대 반민주가 인권과 기본권에 관련된 아주 기초적인 문제였다면, 이제는 경제문제로 넘어온 거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이 구도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 그 이후 10년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기다. 맨날 싸우니까 국민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3당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안철수였다.

A. 2016년 총선 때 국민들이 26.74%의 지지를 보냈다. 민주당 보다 많았다. 이 3당 구도를 결국 안철수 전 대표가 망가뜨렸다. 대선 끝나고 유승민 전 대표하고 합당하고 이후 잘 안됐다. 마지막엔 21대 총선 전 (안 전 후보가) 탈당하고 나가버렸다. 제3지대 정치 실험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가 실패했다. 제3지대에 대한 욕구가 있기 때문에 실험은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는 과거의 경제적 논리에 묶여 있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 이제는 진보나 보수나 이념을 떠나 미래를 준비해야 되는 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기존의 정치세력이 아니라 새로운 신진 정치세력들, 청년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에 의한 탈이념, 미래를 준비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다. 청년 정당들이 나설 수 있는 기회였는데 선거법 개정 이후 힘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 실험이 4년 뒤로 미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중도정치 실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세균 총리, 약속한 대로
협치 내각 구성해달라”

A. 합의제 민주주의를 위한 연합 정치가 필요하다. 연합 정치를 하기 위해서 다당제가 필요하고 생각하고, 다당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는데 양쪽 진영의 비례 위성정당으로 의미가 퇴색됐다. 양 극단에 의해서 서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심판받는다는 것을 경험해야 시스템적으로 다당제가 정착될 것이다. 지금 21대 국회는 다당제가 불가능해지지 않았나. 결국은 협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협치 첫 단계는 내각을 구성하는 게 1번이다. 정세균 총리가 총리가 될 때 총선이 끝나면 협치 내각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지켜야 한다. 민주당이 아닌 중도 지대에 있던 사람들, 또는 보수진영에 있지만 합리적인 사람들, 예를 들면 김세연 전 의원 같은 분들은 굉장히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협치 내각에 들어가면 미래통합당도 협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거다.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통합당도 걷어차면 안 된다. 만약 거부하면 민주당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까지 했는데, 우리 힘으로 갈게, 모든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가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하려고 하는 모든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1년 후에 다 통과시켜버리는 거다. 그렇게 되면 전쟁 같은 상황을 1년 내내 거쳐야 한다. 그리고 대선 아닌가. 국민들만 불행하게 되는 거다.

두 번째는 선거법을 다시 바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해야 된다는 거다. 이번에 이상하게 됐지만 다시 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득표율에 비해 의석 수를 적게 얻은 정당이 미래통합당 아닌가. 미통당이 바보 같은 짓을 한 거다. 연동형 비례대표는 누구한테 유리한 게 아니다. 제대로 했다면 민주당이 180석 못 얻었을 거다. 한국당은 100석 얻고, 민주당은 180석 얻었는데, 이 불공정한 선거 룰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거다. 제발 좀 깨닫기 바란다. 세 번째는 개헌을 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많은 논의를 해놓은 것이 있다. 시기적으로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필요성 자체는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는 이원집정부제로 해서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에 관련된 내용을 전담하고, 총리가 좀 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책임총리로서 내치를 맡아서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정치구조 개혁이 이루어져야만 경제 구조개혁도 이뤄질 것이다. 그게 안되니까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논의를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사진 제공: 채이배 전 국회의원)

“포스트 COVID-19, 비자발적 전환의 시기
정치세력 다 같이 모여서 고민해야”

Q. 고용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 것 같다. 디지털 전환에 COVID-19가 겹치면서 고용안전망에 대한 요구는 더 커질 것 같다. 그런 요구가 경제지형 속에서 이뤄져야 할 텐데.

A. 내가 COVID-19 시작될 무렵 비자발적 전환의 시기가 왔다고 말한 일이 있다. 10년 뒤에 맞을 미래를 오늘 당장, 준비 없이 맞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과 AI가 대체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준다는 얘기는 벌써 오래전부터 해왔던 얘기다. 결국은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을 새로운 일자리로 가게 하는 새로운 산업이 필요한 거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기도 하다. 기존에 우리가 제조업 중심의 굴뚝 산업이 있었다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이 사람들이 이동해서 가게 만들어줘야 된다. 그래서 재교육 재훈련이 필요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은 결국 사회 안전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그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져줘야 되는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지는 로봇과 AI에서 나오는 이익을 가지고 결국 그렇게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안전망을 더 보완해야 한다. 로봇세나 데이터세 도입 논의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 사회안전망이 유지될 수 있게 하려면 국가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재교육, 재훈련도 상당 부분 국가의 역할이 필요한 거고, 점점 국가의 기능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과연 국가가 이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다. 그런 역할을 민간에서 할 수 있게 전환시켜야 된다. 솔직히 나도 그 방법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꾸준히 해야 한다. 내가 비자발적 전환의 시기라고 표현했는데, 우리가 원치 않지만 살아남기 위한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느냐,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행정부도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러니 지금 나오는 대책들 보면 기존 정책들 재탕하는 수준인 거다. 그때 못 써먹은 것을 이번에 써먹어 보자는 식이다.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입법부, 결국 정치세력이 다 같이 모여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Q. 그러나 우리 정치권에 그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A. 다가오는 시기에 세계의 질서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처럼 보호무역주의와 패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서는 결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생각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민간의 역량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준비를 할 거라 본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후에 미국과 중국이 지금과 같은 형식과 내용의 패권을 계속 쥐고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 미래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서는 우리나라가 패권을 가질 수도 있는 거고, 유럽에서 나타날 수 있는 거다.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말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집단 생각만으로는
COVID-19 상황 타개 못해”

Q. 국회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A. 솔직히 말해 국회가 주도권을 잡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주도권을 잡고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한국의 석학들뿐만 아니라 세계 석학들을 모아서 논의하는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당연히 국회도 한 자리 들어가서 같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당정청 협의라는 것을 하는데 지금은 거기에 여야정이 다 들어가야 하는 시기다. 폭넓게 논의하는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정당들은 능력이 없어 자체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 주도 하에 여야 상설협의체가 모두 모여서 하는 논의 테이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미래전략위원회 같은 식의 틀을 하나 만들면 좋겠다.

A. 지금까지 이념을 중심으로 한 정책 경쟁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미래 경쟁을 해줬으면 한다. 포스트 COVID-19라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집단의 생각과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상대를 배제하는 식으로 가면 자기들이 원하는 정책은 관철할 수 있겠지만 미래를 대비할 수는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야 하고 거기에는 야당도 당연히 포함된다. 민주당이 그것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

“정치는 결국 타협
힘들어도 그것이 국회의원의 책무”

Q. 21대 국회 초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사소한 건데, 정치에 대한 태도다. 300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미 어마어마한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다. 무기력한 사고에 빠지면 안 된다. 뒤에 자기를 뽑아준 어마어마한 국민들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된다. 두 번째로는 자존감을 스스로 갖되 상대방 의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저 사람을 쉽게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내가 그런 어마어마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도 어마어마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함부로 소리 지르고, 면박 주고 그래선 안 되는 거다. 그런 존중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삿대질하고 욕하고 소리 지르고 싸우는 거다. 전 국민이 보는 카메라 앞에서. 상대방을 비난하면 결국은 자기 자신도 비난받는 거고, 뽑아준 국민들에게는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다. 존중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고. 세 번째는 정말 자기가 여기 왜 왔는지,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계속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4년을 보내야 한다는 거다. 내가 4가지 법 중 2 가지를 통과시켰다고 했는데 그 두 법 모두 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어서 통과된 것이 아니다. 반대하는 사람을 끝까지 설득하고 결국 타협을 위해 나도 일정 부분 양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솔직히 그 과정은 힘들다. 하지만 그것을 하라는 것이 정치인의, 국회의원의 책무다. 사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내는 것만 좋아하지 통과시키려고 노력을 안 한다. 지역구에 관련된 것들은 진짜 목숨 걸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 미래에 큰 도움은 안 되는 것들이다. 국가에 큰 도움이 되는 법안들은 발의만 하고 끝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국가를 큰 틀에서 생각하고 법안이나 예산이나 지역을 탈피해 주기를 바란다.

Q. 앞으로 계획은?

A. 직(職)은 달라져도 업(業)은 같다.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했던 일, 경제 구조개혁과 관련된 일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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