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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 데이터의 世紀] “‘데이터 이코노미’가 세계 패권 바꿀 것” - 니케이가 본 세계질서, 그리고 일본의 현주소

노조에 타마미 (SD)

2020.05.04

지난해 8월 일본에서 회원 개인 정보가 대거 유출된 ‘리쿠나비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리쿠나비 경영진의 모습

페이스북 8000여만 회원 정보 유출
몇 달 후 일본에서 똑같은 사건

이 책은 니케이 취재팀이 2018년 4월 시작했던 ‘데이터 경제’ 관련 연재 기사를 수정, 가필한 책이다. 18년 4월은 페이스북이 8000여만 명의 회원 개인 정보를 외부에 유출한 사건이 한창 진행되던 때였다. 니케이도 거기서 시작했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중국 등 세계에 기자를 파견했다. 하지만 넉 달 후 일본에서 똑같은 사건이 터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기자들이 직접 체험하거나 실험해본 것들을 위주로 씌어져 읽기 쉽다. 문고판 25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책을 읽다 보면 데이터 이코노미가 무엇인지,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하게 된다. 거기다 이 책은 미국 중국 등이 데이터 패권을 둘러싸고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분야의 더 전문적인 책을 찾아 읽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먼저 기자들의 몇 가지 실험적 도전과 관련된 내용이다.

▷체험 1
위치정보 신호 한 가닥에서
불과 10시간 만에 특정화 성공

2019년 3월 니케이 기자가 일본 홋카이도 무로란을 찾았다. 기자는 그 1주일 전 한 앱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의 위치정보에서 출발했다. 그 사람이 자주 나타나는 장소 등을 찾고 구글링을 함께 진행해 그 사람의 신원을 좁혀나갔다. 2018년 9월에 하와이에서 열린 국제 학회에 간 일이 있다는 것, 다음 달 고향 효고현을 찾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결국 그가 가장 자주 가는 곳(집)의 문에서 명패를 확인했다. 처음 시작부터 불과 10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사람은 무로란대학 기타자와 요이치 교수. 니케이 기자는 수집한 정보를 들고 기타자와 요이치 교수를 찾아가 내용을 보여주며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체험 2
GAFA 없이 3주 살아보니
“살 수 없었다”

기자가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없이 3주간 직접 살아보기에 도전했다. 결과는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검색으로 찾을 수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없게 되다 보니 한 가지 일을 하는 데 드는 시간이 몇 배 늘었다. 도서관에서 검색 없이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별로 없었고 최소 몇 달은 지난 것들이었다. 기자는 “생산성이 3분의 1 수준이 된 것 같다”며, 이대로라면 해고당할 수밖에 없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썼다. 그는 대학 동창들에게 라인 같은 메신저로 연락하지 않고 짧은 문자로 술자리 초대를 해봤다. 15명 중 2명만이 나왔다. 나온 친구 중 한 사람은 “네가 맞는지 의심했다”고 했다. SNS와 메일을 통한 취재 요청에는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는 어떤 취재원은 문자 요청에 답신도 보내지 않았다. 결론은 “역시 살 수 없다”였다.

▷상황 1
딸과 쇼핑하는 엄마 핸드폰에
모녀 요리교실 광고 보내는 AI

2019년 1월 네 살 난 딸을 데리고 쇼핑을 하던 엄마 다구치(35)는 휴대폰에 그 근처에서 모녀 체험 요리교실이 열리고 있다는 광고가 떠서 깜짝 놀랐다. 다구치는 특정인의 인터넷 사용 이력을 AI로 분석해 특성을 알아낸 다음 거기에 맞은 맞춤형 광고를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자기 휴대폰에 그런 광고가 들어오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일본을 들썩이게 한 리쿠나비 사건

이 책은 이런 체험 취재를 씨줄로 엮어가면서 하고 싶은 얘기(데이터의 세기가 오고 있다)를 전개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바로 니케이 취재팀의 특종이었다.

취업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업 ‘리쿠나비(recruit navigation)’가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대기업들에 팔아넘긴 사실이 취재팀에 확인됐다. 리쿠나비는 취업을 원하는 학생 회원들이 주로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 검색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모아 이를 AI로 분석했다. 여기에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더해 기업이 특정 학생을 뽑더라도 실제로는 취소할 확률을 계산해 이를 5단계로 분류했다. 이 자료를 받아본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둘 확률이 높은 학생을 뽑을 이유가 없게 된다.

리쿠나비는 이 자료를 한 업체당 수백만 엔씩을 받고 팔아넘겼다. 이 자료를 산 기업들 명단엔 도요타자동차, 교세라, 혼다,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을 대표할만한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분노한 회원들은 리쿠나비에서 집단적으로 탈퇴하기 시작했다. 리쿠나비 모회사인 리쿠르트홀딩스 주가는 수직하락했다. 한 달 뒤 이 회사가 사상 최고의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과 두세 달 만에 1조엔 이상의 주식 가치가 증발했다.

니케이 취재팀은 별도의 조사를 벌였다. 소비자 대상 서비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100개 회사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무려 98개사가 회원 정보를 외부와 공유하고 있었다. 그 정보 속에는 회원들의 열람기록, 단말기 정보, IP 어드레스 등이 포함됐다.

GAFA와 BAT 7사
합하면 회원 170억 명

이 책은 ‘데이터 이코노미의 세기’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예컨대 미국의 GAFA와 중국의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7사를 합치면 회원이 170억 명에 이른다는 사실,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빠져나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 개인 프라이버시가 어떻게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지, 거기에 따른 위험이 얼마나 큰지도 잘 설명되어 있다.

데이터 기업들 간에도 갑-을의 관계가 존재하며 시간이 갈수록 거대 기업을 중심으로 독점화되고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라인’에서 전자 애완동물을 키우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용하지 못하게 된 일이 얼마 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라인이 이용하던 애플 앱 쪽이 견제 차원에서 문제를 삼은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라인은 조용히 있었다 한다.

일본은 행정 데이터 공개에
소극적인 게 문제

취재팀은 데이터의 힘이 이른바 국력에 직결된다고 말한다. 취재팀은 미국 터프츠대학의 바스커 차크라볼티 교수가 고안한 ‘데이터 GDP(Gross Data Product)’라는 개념을 빌렸다. 차크라볼티 교수는 각국의 데이터 경제규모를 ①데이터 생산량(Volume) ②인터넷 사용자수(Usage) ③데이터 접근성(Accessibility) ④1인당 데이터 소비량(Complexity) 등 4가지 지표로 측정하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 GDP 상위 국가는 1위 미국, 2위 영국, 3위 중국, 4위 스위스, 5위 한국이었다. 일본은 11위로 실제 GDP 순위(3위)에 훨씬 못 미쳤다. 이는 일본이 행정데이터 공개에 적극적이지 않고 데이터 접근성이 낮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데이터 경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개 데이터가 더 많아지고 스타트업 등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GDP 순위(차크라볼티)

한국이 5위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비록 ①데이터 생산량과 ②인터넷 사용자 절대량에서 미국이나 중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인당 데이터 소비량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은 데이터 유통에 있어서 비교적 개방적이고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된 데이터에 AI 연구개발자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각 국가 차원에서 데이터 공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한국과 같이 비교적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인 나라는 데이터 GDP가 가리키는 강대국으로서 남을 수 있다고 니케이는 결론 내린다.

중국에선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알리페이 등 전자 결제 시스템이 상용화되어 있다.

‘거대한 데이터 왕국 中國’

‘데이터의 세기’는 세계에서 데이터와 이를 다루는 기술을 둘러싼 쟁탈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현지 취재를 통해 보여준다. 니케이 팀이 특히 관심을 기울인 곳은 중국이었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거래와 생활이 완벽히 이뤄지는 중국은 데이터의 거대한 왕국이다.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게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가 수많은 앱으로 연결되고 있는 현장을 보여준다. 니케이는 일본 독자들에게 두려움을 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데이터 접근성으로 본 국가분포
(출처: Bhaskar Chakravorti, Ajay Bhalla and Ravi Shankar Chaturvedi,
“Which Countries Are Leading the Data Economy?”, Harvard Business Review, 2019.1.24.)

차크라볼티 교수는 데이터 GDP에 더하여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 환경평가(EDDB: Ease of Doing Digital Business)’라는 또 다른 국가 순위를 발표했다. 이는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비즈니스 환경평가(Ease of Doing Business)’를 보완하는 개념으로 국가들의 규제 환경을 조사함으로써 얼마나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기 쉬운지, 경제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1위 미국, 2위 영국, 3위 네덜란드, 4위 노르웨이, 5위 일본이었다. 반면 한국은 24위, 중국은 39위로 데이터 GDP와 또 다른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 GDP와 EDDB의 큰 차이점은 ‘디지털 플랫폼’이 평가지표의 반 이상을 차지한 점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①전자상거래 플랫폼(예: 아마존) ②디지털미디어 플랫폼(예: 유트브, 넷플릭스) ③쉐어링 이코노미 플랫폼(예: 우버, 에어비엔비) ④온라인 프리랜서 플랫폼(예: Upwork, Toptal) 등 네 지표로 측정되었다.

데이터 GDP에서 한국은 1인당 데이터 소비량이 높고 고속 통신망의 범위 및 속도도 다른 나라에 앞선다. 그러나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위치정보 제공을 제한하는 ‘데이터 국내법’ 등으로 인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 또 한국 내에서의 공유 차와 공유 하우스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데이터 디지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콘텐츠 비즈니스 환경 국가별 순위
(출처: Ease of Doing Digital Business 2019, The Fletcher School, Tufts University)

데이터 접근성이 데이터 강대국으로 남기 위한 키

데이터 GDP와 EDDB 모두 향후 데이터 이코노미의 확산에 따라 어떠한 나라들이 성장할지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두 가지 평가에서 국가의 데이터 이코노미를 공통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는 ‘데이터 접근성’이다. 데이터의 세기에서의 경쟁력 창출이란 적당한 데이터의 접근성을 유지함으로써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되 편리한 테크놀로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국가가 새로운 세기의 강대국으로 남을 수 있다.

COVID-19와 관련한 확진자 동선 추적 등 다양한 앱이 등장했다. (출처: 뉴스1)

현재 서구 나라들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강해지는 프라이버시 보호 분위기와 데이터를 국가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중국의 데이터 이코노미는 앞으로의 국가 간 데이터 경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최근 COVID-19사태와 함께 부각된 국내 스타트업들에 의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례는 정부와 민간 사이 적절한 공공데이터 공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켜 주었다.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이 확진자들의 이동 동선이나 마스크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앱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데이터의 세기, 적절한 데이터 접근성이 이루어지면 국가의 데이터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안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은 지금 직접 체험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일본은 여전히 데이터 활용에 있어서 소극적이다. 일본 정부는 2017년에 전국 모든 지자체가 2020까지 행정 데이터를 공개하는 ‘오픈 데이터’를 실시할 것을 목표로 하였으나 결과는 실제 실시한 지자체는 2019년 12월 시점에서 전체의 37%에 불과했다. 데이터를 경제의 근간으로 하는 데이터 이코노미에서는 행정 데이터의 공개나 기업 간 민간 데이터의 공유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그리고 보다 정확한 AI 분석을 위해서는 다양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본 국내에서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보호적인 분위기는 일본 데이터 이코노미의 성장 속도를 늦출 것이고 과연 데이터의 세기에도 일본이 데이터 강대국으로 남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져온다.

이 책에 따르면, 미-중 경제전쟁의 배경에 ‘데이터’가 있다. 20세기 국가 경제력의 토대가 석유였다면 이제 데이터 자원을 둘러싸고 세계 세력권이 재편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TPP(환태평양경제협력협정)를 깨고 2018년 7월 ‘데이터판 새로운 TPP’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대중 전략을 서두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이 책은 이 외에도 국적 없는 데이터 기업들에 대한 과세 문제, 갈수록 거대화되는 플랫폼 기업 거대화 문제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슈들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참고자료>
日本経済新聞データエコノミー取材班(2019), 『データの世紀』 日本経済新聞出版社
文部科学省 (2019)「令和元年度学校基本調査(確定値)の公表について」
文部科学省 (2019) 「調査結果の概要(高等教育機関)」
総務省 (2019) 「G20貿易・デジタル経済大臣会合閣僚声明(仮役)」
内閣官房IT 総合戦略室 (2019) 「地方公共団体におけるオープンデータの 取組状況(令和元年12月16日時点)」
Bhaskar Chakravorti, Ajay Bhalla and Ravi Shankar Chaturvedi,“Which Countries Are Leading the Data Economy?”, Harvard Business Review, 2019.1.24
Bhaskar Chakravorti and Ravi Shankar Chaturvedi, “Ranking 42 Countries by Ease of Doing Digital Business”,Harvard Business Review, 2019.9.5
Bhaskar Chakravorti, “These are the countries where it's easiest to do digital business”, World Economic Forum, 2019.12.5
Bhaskar Chakravorti, Ravi Shankar Chaturvedi, and Christina Filipovic, “Ease of Doing Digital Business 2019”, The Fletcher School, Tufts University
홍숙, “공공데이터로‘코로나19’ 해결에앞장서는시민들”, HITNEWS, 2020.3.7.
양종곤, ““정부데이터없었으면, 불가능”…코로나맵만든스타트업대표”, 서울경제, 20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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