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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김정남 독살, 북중관계 상수와 변수들

관리자

2017.02.19

일시적으로 냉각은 되겠지만 대북압박 심해지진 않을 듯
​[김정남 독살] 북중관계 상수와 변수들

북한이 지난 1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시험발사하는 장면. [노동신문]

북극성 2형 미사일, 김정남 암살
트럼프의 중국 압박, 사드 배치
미·중 북·중 한·중 관계 변수 속출

미·중 관계 갈등 국면 심화되면
중, 대북 제재 협력 철회 가능성

중국, 북 체제 불안정할수록 소극적
한·미·일 공조 강화 땐 친북 기울듯
사드 배치 되면 최악 상황도 예상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시험발사 소식이 전해진 지 단 하루 만인 13일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했다.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을 위한 일련의 ‘이벤트’라고 치부하기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와 문제의 성질이 매우 심각해졌다. 북한이 3개월 만에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했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도발 차원을 넘어 제6차 북핵 실험의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의 대한국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북한 정권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면,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안정을 저해하는 북한의 행동을 완화하라고 촉구한 것은 이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공동책임론’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직접 압박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 정책 향방 점차 미궁 속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미국을 위시한 국가들이 ‘중국 책임론’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역시 북한의 핵실험 중지를 적어도 ‘수사적’으로는 강력히 촉구해 왔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원칙보다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원칙을, ‘공동책임론’보다는 ‘책임대국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중국의 북핵 정책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어 그 향방이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올해 중국의 북핵 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중국의 과거 북핵 정책에 영향을 미친 ‘상수’를 기준으로 ‘변수’들을 살펴봤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을 포함한 중국의 민감한 이슈를 계속해서 자극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협력적인 북핵 정책을 이끌어내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시진핑 지도부 등장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 이슈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에 반해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견제보다는 협력을 추구하는 정책을 채택해 왔다. 북핵 문제를 ‘신형대국관계’ 구축에 가장 부합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통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 정책으로 인해 향후 미·중 관계가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면 중국은 기존의 협력적 태도를 철회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 당시 미·중 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 기후변화 정책, 미국의 무기 대만 수출 그리고 달라이 라마의 방미 등 여러 이슈를 둘러싸고 충돌했다. 이로 인한 영향으로 중국은 대북제재보다 북한 체제 안정 우선 정책을 선택한 선례가 있다. 실질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874호 결의안에도 불구하고 2010년에서 2011년 사이 북·중 간 경제무역 교류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북한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도 2009년의 78.5%에서 2011년 89.1%로 급격히 높아졌다.

트럼프 對중국 ‘카드 게임’이 첫 번째 변수

지난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9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로 불거졌던 미·중 갈등 관계가 화해 무드로 접어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점은 트럼프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자극하는 것이 외교안보 분야의 ‘경험’ 부재로 인한 것이 아닌 그의 ‘협상가적’ 외교 스타일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의 대중 정책 기조가 형성되기 전까지 중국을 지속적으로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중국의 북핵 정책 향방의 첫 번째 열쇠는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어떠한 ‘카드 게임’을 할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퇴에서 알 수 있듯이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의 주류 외교·안보 세력과의 힘겨루기의 결과는 또 다른 핵심 관전 포인트다.

갈등적인 미·중 관계 못지않게 중국으로부터 협력적인 북핵 정책을 유도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상수로 북·중 관계를 들 수 있다. 지난 다섯 번의 북핵 실험 당시 중국이 보인 패턴을 살펴보면 중국 지도부가 북한 정권을 불안정하다고 인식할 경우 중국은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이 북한을 여전히 ‘순망치한’의 전략적 완충지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북한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인한 동북지방의 혼란과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의 미군 개입 등을 북한의 핵 위협 이상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9년 4월 광명성 2호 시험발사를 중국이 용인한 것도 김정일의 건강 악화에 따른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이런 인식은 2차 북핵 실험에 대한 북한 제재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역으로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북제재로 평가 받고 있는 2270호(2016년 3월 2일)와 2321호(2016년 11월 30일)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중국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북한 체제 안정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체제 유지에 필요한 분야를 제재의 예외 조항에 최대한 반영시킴으로써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6년 북·중 무역액이 전년도에 비해 7.3% 증가한 점은 중국의 이런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북극성 2형’ 시험발사와 북한 내 친중파로 인식되는 김정남의 사망사건으로 북·중 관계가 일시적으로 냉각은 되겠지만, 이로 인해 중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심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두 사건이 중국의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원칙을 후순위로 둘 만큼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내부 숙청은 김정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사건들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한·미·일 공조와 한·미 신행정부의 강경 일변도의 대북 정책이 펼쳐질 경우 북한 정권 안정 유지를 위해 중국은 친북 성향을 보일 수 있다. 13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겅솽(耿爽) 대변인이 북핵 문제의 근원을 북·미와 남북 갈등으로 규정한 점과 ‘공동 책임론’을 재차 천명한 점을 주지해야 한다.

한국 정권교체 기대로 ‘사드 연기론’ 주장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 전략적 이슈인 사드 배치 문제를 북핵 문제와 연결시킬 것인가다. 현재까지는 중국이 이 두 문제를 일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중국이 현재의 ‘이분법’적인 시각을 버릴 경우 그 어떤 변수보다 중국의 북핵 정책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며,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 중국은 경제적 보복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압박도 점점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에 기존의 ‘사드 반대론’에서 한발 물러난 ‘사드 연기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형성해 온 양국 간의 경제 상호의존 관계를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에 대한 중국 측의 고민 역시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태도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사드 배치를 할 경우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크고 한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매우 농후하다. 자오후지(趙虎吉) 전 중앙당교 교수의 주장처럼 중국은 한·중 관계가 악화됐을 때 친북 성향을 보여왔다. 또한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향후 한·중 관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일부 중국 지도부와 언론이 ‘핵심이익’ 개념을 사용한다는 점은 이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만약에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반도 이슈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할 경우 향후 중국은 기존과 완전히 다른 북핵 정책을 펼칠 것이고, 한국은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악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어떤 요소가 ‘상수’이고 ‘변수’인지를 자세히 관찰하고 명민하게 대비해 나가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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