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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 대선 때 전자투표 할 수 없나?

이명호(여시재 디지털플랫폼팀 팀장)

2020.04.03 1555

투·개표 시간과 비용 획기적 절감

사회적 신뢰 확보가 관건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사전투표소의 모습(출처: 뉴시스)

코로나19가 부른 거대한 변화 물결

사회 전 분야가 바뀔 것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불러오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원래의 세계(노멀)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노멀을 거쳐 새로운 기준과 시스템(뉴노멀)이 자리 잡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비(非)대면의 증가, 원격(Remote) 방식의 증가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온라인에 의거한 생활과 일의 확대이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와 재택근무(Work from Home), 온라인 업무협의(화상회의, 온라인 협업 도구 등) 확대 흐름은 이미 눈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도 예외일 수 없다. 강한 반대에 부딪쳐 시행되지 못했던 원격진료도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 앞으로 다양한 의료와 보건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강해질 것이다.

그런데 예외적인 곳이 있다. 정치 분야다. 코로나19로 정치권에서 4월 총선 연기에 대한 논의는 있었으나 원격으로 투표하고 개표(전자투표)하는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재외국민의 경우 이동이 봉쇄되면서 선관위가 투표 자체를 포기한 곳이 많다. 전자투표 방식이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전자투표 논의를 시작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일괄 도입이 어려울 수는 있다. 하지만 논의하지 않으면 언제까지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대선·지방선거 이전에 재·보궐선거가 열린다면 이때 시범 실시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일 등 모든 곳에서

투표율 오르고 개표 시간 대폭 단축

전자투표는 정해진 투표소에서의 전자 키오스크(터치스크린) 투표, 정해진 장소 이외의 장소에서의 인터넷 투표,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투표 등 넓은 의미의 투표와 개표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투표는 주권 행사이고 첨예한 정치적 선택 행위이기 때문에 신뢰가 중요하다. 그래서 각국은 선거 방식의 개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전자투표를 점차 확대해가는 곳도 있고, 반대로 시범 실시했다가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축소하는 곳도 있다.

선거부정으로 혼란을 겪은 브라질은 1994년 ‘모든 불신은 정부가 종이투표와 투표함을 전자기기로 바꾸면 종식될 것’이라는 최고선거법원장의 주장에 따라 1996년 일부 지방선거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2000년 총선 이후로는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를 전자투표로 진행하고 있다. 전자투표가 도입되기 전에 치러진 1989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개표 완료까지 9일이나 걸렸으나, 전자투표가 도입된 2006년 대통령선거에서는 개표 시작 두 시간 만에 당선자를 발표했다. 1990년대에 평균 33%에 이르던 무효표도 2002년 선거에서는 7.6%로 줄어들어 민의를 더 충실히 반영하는 효과를 얻었다.

인도도 1970년대까지 투표함 절취나 바꿔치기, 폭력배들의 투표소 습격과 유권자들의 투표소 접근 봉쇄 등이 자주 발생하자, 1982년에 전자투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2004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였다. 인도는 전자투표기의 도입으로 큰 비용 절감 효과를 보았고, 이전에는30시간에서 40시간까지 걸리던 개표 작업을 불과 두 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게 되었다. 무효표도 상당히 줄었다.

미국도 전자투표 논의의 결정적인 배경은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플로리다주가 사용한 펀치카드 방식의 부정확성으로 인해 재검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서 시작됐다. 플로리다주 재검표 결과 약 18만 표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36일 동안 당선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로 대통령 당선이 결정됐다. 국민이 아닌 대법원이 대통령을 선택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투표 방식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후 미국은 전자투표에 관한 법률과 제도를 만들고 2004년 대선부터 전자투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전자투표 도입 후 무효표율도 3%에서 1.6%로 급감했고,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90% 이상이 전자투표 시스템을 이용했다.

일본은 2001년 ‘e-Japan 2002 프로그램’을 공표하고, 지방선거에 대한 투표 과정을 정보화하여 무효표를 줄이고 투개표 업무를 신속화・간소화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총선에서는 여전히 자서(自書)식 투표 방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2002년부터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였다.

미국 민주당 경선 당시 전자 투표 진행 모습(출처: 연합뉴스)

영국은 개표 과정 오류로 제동

전자투표 도입에 실패한 국가들도 있다. 영국은 2000년 지방선거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2001년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투표를 실시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터치스크린, 원격 방식, 무선기기 활용, 쇼핑센터에 설치된 키오스크 활용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였다. 2003년 지방선거에서는 인터넷 및 전화투표가 확대되고 디지털 TV를 이용한 투표가 새롭게 등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지속적으로 확대된 영국의 전자투표는 2008년 런던 시장 및 의회 선거에서 전자개표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오류가 선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전자적 투개표 방식에 대한 불신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었다.

네덜란드는 1965년 선거법 개정에서 ‘종이투표 이외의 방식’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여 일찍부터 전자투표의 가능성을 열어둔 국가였다. 네덜란드는 1974년부터 전자투표기 도입 논의를 시작하고, 1989년 전자투표법을 제정했고 준비 기간을 거쳐 1998년에 전자투표 시행에 들어갔다. 네덜란드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한 이후 나타난 효과는 다양했다. 투표소 운영비용이 줄어들었고, 정확하고 신속한 개표가 이뤄졌으며 무효표가 줄어들었다. 국민들도 전자투표를 쉽게 받아들여서 유권자의 90%가량이 전자투표 방식을 활용했다. 1999년에는 ‘원거리 투표 프로젝트’까지 추진하였다. 그러나 2006년 전자투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우리는 선거 컴퓨터를 신뢰하지 않는다’가 전자투표의 기술적 취약성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상황이 반전되었다. 이 단체는 방송을 통해 전자투표에 활용된 프로그램을 해킹하여 결과를 바꾸는 시연회를 열었다. 이 시연회 후 네덜란드 공직 선거에서 전자투표는 공식적으로 중단되었고, 종이 선거가 부활하였다.

너무 서두르면 실패

이상의 사례를 살펴보면, 선진국이나 개도국을 불문하고 투표소에서의 키오스크 방식의 전자투표를 채택한 국가들은 투개표 업무의 공정성과 효율성 제고, 선거비용과 시간의 절약, 투표율 상승, 개표 오류 감소, 무효표 감소 등의 직접적인 효과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방식의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자투표의 기술적 문제(해킹 등)는 국민들의 수용 여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고 정보통신기술 수준도 높은 나라였다. 그런데도 왜 이 나라들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문제를 보완해 나간 다른 국가와 달리 왜 전자투표 자체를 중단하였을까? 영국은 많은 방식을 한꺼번에 도입하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 정착되지 못한 상태에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혼란을 가져온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는 오랜 기간 준비를 하였지만, 해킹 가능성만으로 중단을 결정한 것은 인구가 적어 전자투표의 편익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미국, 브라질, 일본 등은 인구가 1억 명이 넘는 국가들이기 때문에 선거 관리의 효용성이 중요하였지만, 인구가 2천만 명 이하인 네덜란드와 다른 유럽의 국가들은 전자투표 도입에 따른 편익이 크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유럽의 국가들이 투표 방식의 변경에 따른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전히 종이투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이 국내 첫 사례

지난 3월 18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자투표 시스템을 적용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 모습(출처: 연합뉴스)

우리의 전자투표 도입 시도도 역사가 있다. 1993년부터 투·개표 방식의 개선 논의가 시작된 후 1998년, 2001년에 전자투표 도입을 추진했으나 시행되지 못했다. 2000년에는 ‘공직 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1998년부터 버튼식 전자투표기 시험 개발에 이어 터치스크린 방식 전자투표기가 개발되어 실제로 2002년 민주당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후 2005년에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공직선거에서의 전자투표 도입 정책이 수립되었으나 좌절되었다.

200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수립한 로드맵에 따르면, 단계적인 준비와 시범 실시를 거쳐 2012년부터는 전체 공직선거에 터치스크린 전자투표방식을 전면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다. 2005년 5월부터 전자투표기 및 인터넷 투표시스템을 동시에 개발하고, 2006년 일부 지역 지방선거와 2007년 재보궐선거에서 시범 실시 한 뒤, 2008년 총선에서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투표소를 선택하여 투표가 가능하도록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2006년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선거인명부를 기반으로 개발한 터치스크린 전자투표시스템을 시연한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자투표는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2006년 개발된 K-Voting 시스템

총장·조합장 선거 등 광범위 활용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전자투표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국내 첫 사례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을 활용한 최고위원 경선이었다. 200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에서는 터치스크린 방식과 인터넷 투표가 병행 실시되었다. 특히 2006년에 개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자투표 시스템(K-Voting)은 각 정당 경선을 시작으로 농협・수협・축협 등의 조합장 선거, 대학 총장 및 학생회장 선거 등의 위탁선거, 민간 및 공공선거에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의 노령층이 50%를 넘는 조합장 선거를 지원하면서 노령 유권자들도 터치스크린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2013년부터는 공동주택(아파트) 대표 선거 등으로 확대되어 2018년 11월 말까지 총 564만 명(4,516건)이 전자투표 시스템(K-Voting)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표율 저조로 대표성에 문제가 많았던 공동주택 투표율이 평균 56%, 최고 80%로 상승하여, 자연스럽게 투표 결과와 관련된 분쟁도 해결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상장사 주주총회도 80%가 전자투표

선거만이 아니라 상장회사 주주총회에서도 전자투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00여 개 상장사 중 2019년에는 32.3%인 650개사가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했고, 2020년에는 1,660개 사로 전년 대비 3배 급증했다. 비율로는 80%에 달한다. 국회나 지방의회도 이미 인사 문제를 제외한 모든 정책 사항에 대해 전자 투·개표를 실시하고 있다.

모바일 투표 도입하면 투·개표 비용 10분의 1로

이와 같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자투표 시스템(K-Voting)은 현재 투표소 터치스크린 방식은 물론 원격 투표(PC 인터넷 투표와 모바일 투표)를 지원하면서 편리성과 비용 절감, 안전성 등이 입증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투표 시스템을 도입하면 투표마다 평균 400억 원 정도 소요되는 투·개표 비용을 160억 원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제대로만 되면 비용 절감 효과가 50% 이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 선거 방식을 도입하면, 일반적으로 단체 회원 1인당 5000~1만 원이 드는 선거비용이 500~700원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선거 비용이 1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국민 90%도 전자투표 도입 찬성

우리 국민들은 전자투표에 어느 정도의 수용성을 보여주고 있을까? 2013년 이후 전자투표에 대한 논의가 실종되어 최근 여론은 알기 어렵지만,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와 민간영역에서의 전자투표 이용의 확대, 온라인과 모바일에 의존한 일상생활의 확대에 비추어 볼 때 국민들은 전자투표에 대한 압도적인 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2012년도에 실시된 중앙선관위의 정당 후보 선출 위탁 전자투표 참가자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90% 정도가 전자투표를 공직선거에 도입하는데 찬성 의견을 보였다. 2013년 7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직 선거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종이투표 방식 대신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사용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응답이 86.1%에 달했다. 종이투표용지와 터치스크린 투표기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해 투표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81.8%가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선택하였다.

전자투표는 투표율 상승에도 기여할 수 있다. 2018년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불참한 유권자들이 꼽은 투표 불참 사유를 살펴보면, ‘개인적인 일/출근 등으로’ 투표에 불참한 경우가 27.9%나 됐다. 당시 투표율 60.2%를 기준으로 하면 투표율을 11.1%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튜브 확대로 청·노년 디지털 디바이드도 축소

투표소에 설치한 키오스크 투표 외에 원격 투표도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과거 선거를 보면 20, 30대 청년층의 투표율이 50% 전후로 장년층과 노년층의 70~80%대보다 낮으나, 2017년 대선을 보면 20~50대 모든 연령층에서 70%대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미 청년층의 투표율이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전자투표와 원격투표의 도입으로 청년층 투표율만 현격하게 높아질 가능성은 적어졌다고 할 수 있다. 노령층 유튜브 이용자의 증가에서 보듯이 세대 간 인터넷·모바일 이용 격차도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국가들이 전자투표 방식만을 강제하지 않고 투표자들이 기존 방식의 종이투표와 전자투표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하기 때문에 디지털디바이드(격차)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전자투표 방식은 투표소의 키오스크 방식에서 인터넷 투표(원격투표)로 진화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2005년 10월 세계 최초로 공직 선거에서 무선 인터넷을 통한 투표를 실시했다. 에스토니아 전체 유권자의 1%만 참여하는 제한된 규모의 인터넷 투표였으나, 점차 사용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스위스는 재외 국민에 한해 2014년부터 인터넷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2020년에 인터넷 투표를 도입할 예정으로 있다. 인터넷 투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다가 중단한 국가들도 있다. 핀란드는 2008년에 인터넷 투표를 시범 실시한 후 2017년에 편익보다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중단하였다. 프랑스도 2017년에 인터넷 투표 도입을 중단하였다. 인터넷 해킹에 대한 우려와 아직 충분치 못한 인프라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16대 국회부터 도입된 전자투표 시스템 (출처: 뉴시스)

코로나 사태서도 확인됐듯 한국은 IT 기반 세계 최고 수준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과정에서 확인됐듯이 전자투표와 원격 투표 실시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잘 갖춰진 나라이다. 2018년 기준으로 인터넷 보급률이 99.5%, 인터넷 이용률이 91.5%, 스마트폰 이용률이 89.6%에 달한다.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IT 강국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고, 인터넷·모바일 투표 도입도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원격 투표는 또한 주민참여예산제, 주민소환제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전자투표와 원격 투표에 따른 정파적 타산을 따지는 데서 벗어나, 주권 행사의 편리성을 제고하고 정치 참여도를 높임으로써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키오스크 투표부터 도입할 필요

필자는 전자투표와 원격 투표의 기술적 오류 문제를 평가할 수 있는 기술적 전문성은 없다. 그 부분은 선거 관련 기술자들이 판단할 영역이지만, 그동안의 시행 결과를 놓고 판단하면 문제는 없다고 본다. 중앙선관위의 전자투표기 시스템은 정당의 경선 후보자 선거, 공공단체의 위탁선거, 각급 학교 선거 등에 도입되었으나 선거결과에 대한 어떤 이의 제기나 문제점이 없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의 터치스크린 투표기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네트워크를 타고 투표기에 침입하여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투표까지는 못 가더라도 키오스크 투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아가 중앙선관위의 전자투표시스템은 선거제도의 4대 원칙(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과 IT 온라인 투표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한 시스템으로 온라인 투표의 기술적 안전성과 신뢰성도 보장한다고 한다. 중앙선관위 전자투표 시스템은 정확성(모든 정당한 유효투표는 투표 결과에 정확히 집계됨), 확인성(투표 결과 위조 방지를 위한 투표 결과 검증수단이 필요), 완전성(부정투표자에 의한 방해 차단, 부정투표는 미집계), 단일성(투표권이 없는 유권자의 투표 참여 불가), 합법성(정당한 투표자는 오직 1회만 참여 가능), 기밀성(투표자와 투표 결과의 비밀 관계 보장), 공정성(투표 중의 집계 결과가 남은 투표에 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음) 등을 달성하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기술성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자투표와 전자정부 시스템은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전자투개표 단말기와 솔루션을 수출하고 있으며, 전자투표가 공직 선거에 도입될 경우 중앙선관위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표 부정 문제 제기

법원은 문제없는 것으로 판단

우리나라의 선거 관리 전산 시스템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2006년 전자투표를 위해 구축된 통합선거인명부는 201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처음 시행되어 정착된 사전투표(early voting)제의 기반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사전투표제는 외국의 사전투표제도와는 달리 통합선거인명부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국을 통신망으로 연결하여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된 곳이면 어디에서나 해당 선거구의 투표용지가 발급 가능한 시스템이자 세계적으로 처음 실시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물론 당시 일부 국민들은 사전투표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18대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및 개표부정 가능성이 논란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법원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다만 정치적 대립과 불신이 기술적 신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겼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 등을 살펴볼 때, 전자투표와 원격 투표는 투표 관리의 효율성, 투표율 상승, 투표 비용 절감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기술적 오류의 가능성이 제기되었을 때, 점진적 극복이 아닌 중단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하였다. 새로운 방식의 선거 시스템이 신뢰를 확보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도입으로 국민의 지지와 공감대 형성하며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키오스크 투표 거쳐 원격 투표로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우리나라는 전자투표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사전투표 방식이 도입되면서 집계 방식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있었던 것을 보면, 단계적 도입의 필요성 또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의 전자투표(원격 투표 포함)의 기술적 수준과 국민들의 인터넷 및 모바일 사용 수준을 보면 원격 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도 갖추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선거의 공정성은 유권자가 투표의 준비, 진행, 집계 절차를 모두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계적 실시를 통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따라서 1단계로는 투표소의 키오스크(터치스크린) 투표와 종이 투표를 선택적으로 병행하여 실시해 집계 시스템의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2단계로 여기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원격 투표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투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면서 개선해 나가는 방안도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원격 투표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확고하고 정치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바로 종이투표와 병행하여 키오스크 방식의 전자투표, 원격 투표를 실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21대 국회서 논의 필요

블록체인 기술도 결합시킬 필요

향후 정치일정을 보면 2년 후인 2022년 3월 대선, 5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동시 실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개헌이 없는 한 4년 후에는 22대 총선을 치러야 한다. 그 중간에 여러 번의 재·보궐선거가 있을 것이다. 이번 총선이 끝나는 대로 국회에 관련 위원회를 바로 구성해 순차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으로 보자면 재외국민에서 시작해 국내로, 기술적으로는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에서 시작해 인터넷과 모바일로 확대한다면 투·개표 모두 획기적 진화가 가능해질 것이며 IT 기반의 확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해킹 가능성을 포함한 기술적 신뢰 문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한 검증이 진행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도 가능할 것이다.

[참고 자료]

- 한국행정연구원(2013), 선거제도의 효율화 방안 연구-전자투표제 도입방안을 중심으로

- 한국행정연구원(201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제도 관리실태 분석 및 개선방안

-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2013), 투개표 선진화 추진방안을 위한 정책연구

- 국회입법조사처(2020), 2020년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 관련 주요 쟁점과 과제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유권자 의식조사 3차 조사 결과보고서

- 위키피디아, https://en.wikipedia.org/wiki/Electronic_voting_by_coun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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