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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 / 에너지 대변동] 동아시아서 벌어지는 미·러·중의 에너지 패권 싸움

이대식

2020.02.05 1870

[여시재 인사이트 / 에너지 대변동]

동아시아서 벌어지는 미·러·중의 에너지 패권 싸움

“가스 허브 구축을 국가 어젠다로”

-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등터지는 새우’ 될 것”

이대식(도시솔루션실 실장)

미국과 러시아가

동아시아를 주시하고 있다

에너지 대변동의 시대다.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만한 수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등 터지는 새우가 될 수밖에 없다.

변동은 세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디지털 전환이다. 디지털은 막대한 양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전기를 주로 생산하는 1차 에너지는 주로 천연가스다. ‘가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두 번째는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이 두 가지는 20~30년 정도의 장기 추세 속에 진행될 것이다. 세 번째는 미국의 가스 공급 초과다. 셰일혁명에 성공한 미국은 천연가스를 내다 팔아야 한다. 미-중 합의문 속에도 중국이 사야 하는 미국산 가스의 규모가 정해져 있다. 미국은 중국 외에 한국, 일본, 동남아 등 동아시아 지역을 쳐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미-일-호 에너지 동맹’이 인도-태평양 전략과 동행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도 동아시아를 주시하고 있다.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무기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에너지 넘버 원’ 자리를 미국과 다투려 한다. 앞으로 10~20년은 미국과 러시아가 동아시아라는 戰場에서 혈투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이 변동은 지정학과 산업과 에너지 수급 구조의 변화가 겹친, 수십 년 만에 한번 올만한 대변동이다.

“앞으로 1~2년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재)여시재는 이런 에너지 변동이 국제관계, 특히 동아시아와 한국에 미칠 영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또 대처 방안 중의 ‘가스 허브 구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잠정 결론도 제시한 바 있다. 여시재는 2월 4일 국회에서 ‘동북아 가스 허브,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에너지 연구팀’에 참여하고 있는 손지우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이종헌 S&P 글로벌 Platts 수석특파원, 박희준 에너지 이노베이션 파트너스 대표가 주제발표를 했다. 또 양기욱 산자부 가스산업과장,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 김기수 한국가스공사 도입영업본부장,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 팀장, 김현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 김진웅 Delfin LNG 코리아 전 대표 등 정부, 공기업, 에너지 기업 및 연구 단체 등 이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여시재 에너지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연규 한양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참석자들은 모두 ‘중대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데 대해 동의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스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내부 문제뿐 아니라 지정학적 변화, 에너지 거래 참여자들과의 관계 문제 등 검토해야 부분이 워낙 많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일부터 하나씩 가시적 성과를 해외에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향후 1~2년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시재 이광재 원장은 에너지 소비국인 한·중·일과 북한, 공급국인 미국, 러시아, 몽골 등 7개국의 에너지장관 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은 여시재와 함께 국회 ‘동북아 공존과 경제협력 연구모임(대표·김부겸 김태년)’이 공동 주최했다. 민주당 심기준 의원이 주관하고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후원했다.

다음은 주요 토론 내용이다.

“어떤 결단도 하지 않으면

또다시 변두리로 남을 것”

참석자들은 이번 대변동의 시기를 어떻게 지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 “가스 허브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자원 빈국에서 자원 부국으로 단번에 도약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어떤 결단도,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두리에 남을 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과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벌어질 에너지 고래 싸움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무엇보다 한국이 패배의식을 극복하고 정부와 민간이 하나가 되어 작은 것이라도 당장 가능한 것부터 실행해 나가면서 제도 및 인프라를 개선하고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얻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참여자 모두가 동의했다.

“에너지의 흐름이

동아시아로 오고 있다”

AI,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막대한 데이터 처리를 위한 주요 전력 공급원인 가스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이 가세하여 가스 시대의 도래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은 값싼 셰일가스의 국내 생산과 소비를 늘리고 곧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중국은 석탄 소비를 줄이고 LNG와 PNG 수입을 대폭 늘리며 자체 셰일가스 생산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스를 중심으로 세계 에너지의 흐름이 중동과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바뀌고 있고 그 물류의 중심에 한국이 위치하고 있다. 한국에 가스 허브를 구축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손지우 SK증권리서치센터 연구위원)

“패배감에서 벗어나야”

그동안 가스 허브가 없어 시장 가격을 훨씬 상회(최대 5~6배) 하는 비용을 지불해 왔던 동북아에 가스 허브를 구축할 경우, 한국이 유일하게 한중일뿐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등 공급국 모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입지에 있다. (이종헌 S&P Platts 수석특파원)

글로벌 LNG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1~2년 정도가 동북아에서 가스 허브와 수요자 주도의 LNG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적기다. 미국의 LNG 수출 및 거래 기업 다수가 한국에 허브가 만들어질 경우 물량 공급과 함께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을 위주로 한 셰일가스 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기존 시장을 지키거나 마진을 늘리는 것보다 시장 확대가 더 중요한 이슈다. (김진웅 미국 LNG 수출기업(Delfin LNG) 전 한국 지사장)

한국에 가스허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이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인 에너지 허브인 싱가포르도, 네덜란드도 시작할 때는 한국보다 나을 게 없었다. 세계 최대 가스 구매 단일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보유한 세계 수준의 인력, 노하우, 인프라(3,500km의 가스관, 저장고와 터미널)와 2천조 원 규모의 연기금 등 풍부한 재원을 활용한다면 한국은 세계 가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가스공사는 내수 중심에서 수출과 해외 투자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Out of Box’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스공사는 민간기업이 허브 구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고 동북아 허브뿐만 아니라 해외 가스 허브에도 지분 투자를 해야 한다. 일본 오사카 가스社가 미국 Free Port에 투자한 것이 좋은 사례다. (박희준 Energy Innovation Partners 대표)

“규제와 세제 재검토 리스트 만들어야”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가스 파이프, 저장고, 터미널 등을 민간과 해외 기업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싱가포르가 오일 허브가 된 것은 간단하다. 국내외 기업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외환 거래 등 금융 개방이 없으면 허브가 성립될 수 없다. 이는 한국 금융의 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관세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현 세제에서는 허브에서 가스가 드나들 때마다 추가로 관세를 내야 한다. 가스를 재수출할 경우 네 가지 관세 중에서 두 가지는 환급이 안된다. 국내에 일시 보관된 가스가 자연 기화로 물량이 미세 조정될 경우 보세 기준에 위배된다. 또한 소량으로 수출입하는 업자들을 위해 20만 톤 용기 기준의 과세 제도도 조정해야 한다. (박희준 대표, 김진웅 대표, 김현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 김기수 한국가스공사 도입영업본부장)

인프라도 보강되어야 한다. 한국의 가스 수입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가스 수출을 위한 반출 인프라는 아직 없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또한 수출 대상 국가의 가스 인프라 구축도 추진되어야 한다. 중국 동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는 아직 재기화 터미널, 가스 배관망이 없다. 한국 기업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에 부유식 기화 터미널(FSRU) – 육해상 배관망 – 발전소 – 송전망 – 스마트시티 등을 패키지로 건설할 경우 신남방정책의 시너지를 높일 것이다. 이미 2019년 초 일본의 미쓰이, 마루베니 등은 인도네시아에 FSRU와 가스화력발전소를 패키지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물리적 인프라와 함께 가상 인프라도 준비되어야 한다. 한국형 가격지표(가칭 KOGAS Index)를 개발하는 한편 장외 파생상품, 선물계약 등이 가능한 금융 인프라도 갖추어야 한다. (김기수 한국가스공사 도입영업본부장, 박희준 대표)

“세계 LNG 시장 300명이 움직여

이들과의 협력 시작해야”

이 모든 것을 위한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수출입 업자를 대상으로 가스 거래, 가격 결정 시스템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실제 글로벌 LNG 거래를 움직이는 전문 인력은 300명 안팎이다. 동일한 인물이 공급자로 등장하기도 하고 구매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과 협력할 수 있는 소수의 인력이라도 먼저 양성해야 한다.(박희준, 김진웅)

물론 동북아 가스 허브 구축을 위해서 지정학적 고려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 간의 LNG 수출 정책 등이 일으킬 지정학적 갈등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매우 중요할 것이다. 현재의 주요 가스 소비 지역인 동북아뿐만 아니라 거대 가스 소비지역으로 성장할 동남아의 메콩강 유역에서 미중 갈등에 대해서 지혜롭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인태전략과 일대일로가 만나는, 또는 충돌하는 지역이 메콩이다.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 과장)

“한국이 게임 체인저

될 수 있을 것인가”

동북아 가스허브를 구축하여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다. 정부도 한국 가스공사도 이미 이를 위해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제도와 시스템을 조금씩 풀어갈 예정이다. 민관이 힘과 지혜를 모아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 지를 찾아내고 조금만 것부터라도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김기수 본부장, 양기욱 과장)

참석자들은 우선 내부 제도 정비부터 필요하다고 했다. 허브 구축을 위해 풀어야 할 규제 리스트를 작성하고 세제 개편도 국회 차원에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있는 규제를 푸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룰을 만드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터미널 재편 문제, 금융 고도화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기업 등 공급자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동남아까지 포함하는 수요자들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등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또 작은 거래라도 성사시키는 ‘경험의 축적’이 중요하다고 했다.

여시재 에너지연구팀은 향후 가스허브 구축을 위한 내부 정비 문제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꾸준히 내놓을 예정이다. 또한 이와 동시에 공개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를 꾸준히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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