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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인사이트] “치명적 자연재해가 준 선물, ‘협력의 DNA’가 네덜란드 만들었다” “정부 간섭 최소화, 대학∙기업∙주민이 일상적으로 협의하는 구조” - 네덜란드 과학혁신담당관 인터뷰

이명호

2019.07.26

성공적 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요인 가운데 우리가 간과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협력의 정신’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따로 놀고, 기업과 대학이 먼 산 쳐다보듯이 하거나 성과를 빼앗으려는 문화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강호진 농무관은 지난 5월 (재)여시재 주최 토론회에서 한국 농업과 네덜란드 농업의 차이에 대해 “네덜란드엔 협력의 문화가 있고 한국엔 없다”고 했다. 그는 인구 1700만명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농축산품 수출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정부와 연구, 민간의 협력 그 자체에 있다”라며 “한국은 이대로 있으면 100년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강 농무관의 발언 내용은 여시재 홈페이지에서만 1만명 이상이 읽었다.

과연 ‘협력 DNA’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네덜란드 대사관 피터 웰하우즌 과학기술 수석담당관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대사관 하정은 담당관이 통역 및 보충설명을 맡았다.


“칸막이 없는 정부, 모두 발언권 있는 수평 문화”

네덜란드 대사관 피터 웰하우즌 과학기술 수석담당관(왼쪽)과 대사관 하정은 담당관

Q 네덜란드는 여러 국제적인 조사에서 혁신성이 높은 나라, 특히 이해관계자, 기업의 협력이 높은 나라의 선두에 있다. 네덜란드의 협력문화는 어디서 유래한 것인가?

네덜란드의 협력문화는 지리적 여건과 관련이 있다. 네덜란드는 해수면 보다 낮은 지역이 많기 때문에 도시(마을)들은 해수를 막는 제방을 건설해야 했다. 제방 건설은 한 마을만으로 되는 사업이 아니다. 제방의 높이도 인접 마을과 함께 결정해야 한다. 높이가 낮은 제방 쪽의 마을로 물이 넘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방의 길이와 높이 등을 정하고 각기 나눠 제방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역사적으로 경험하고 축적해왔다고 볼 수 있다. 자연재해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모두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수평적 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하였다고 본다. 자연재해는 자기 만의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 해결책을 합의해서 모두 나서야 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는 지금도 공동의 문제를 놓고 회의를 할 때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두 똑 같이 발언권이 있고 의무적으로 발언해야 한다. 지금도 정부나 기업이 공장 같은 시설을 건설하고자 하면 먼저 주민들과 협의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상대방이, 모두가 동의할 때까지 회의, 협상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결정해서 실행을 할 때는 모두 나서서 자기 문제같이 협력한다. 물론 합의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그 사업을 중단하거나, 투표로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최근 풍력 발전소 문제로 주민들과 입장이 갈리는 이슈가 있는데, 회의를 하다 보면 풀린다는 자세를 기본적으로 갖고 사업을 추진한다. 정부에도 부처간의 칸막이(Silo)가 없고 협력도 잘된다.

“대학-기업-정부가 일상적으로 협의하는 구조”

Q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브라이트랜드(Brightlands)는 소기업, 대기업들이 지식 연구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캠퍼스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세한 설명을 바란다.

브라이트랜드는 원래 석탄광산 지역이다. 1900년대에 네덜란드 정부가 설립한 회사 DSM(Dutch State Mines)가 있던 지역이다. 이 지역은 석탄산업이 사양화되면서 1945년경부터 화학산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에는 민영화되면서 다시 건강과 영양 분야의 생명과학(Life Science) 지역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DSM도 화학설비를 매각하고 글로벌 생명과학 회사가 되었다.

한 지역이 계속해서 산업을 전환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주력 회사 리더들의 새로운 비전 제시와 지역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지역의 대학이 브레인 역할을 한다. 대학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대학-기업-정부가 일상적으로 협의를 하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마찰없이 산업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정부가 먼저 지시하지 않는다. 정부는 합의된 것을 지원해주는 역할에 머무른다.

네덜란드에는 13개의 연구중심 국립대학이 각 지역마다 있다. 대학들이 기업과 밀접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기업이 대학에 연구를 의뢰하고, 특정 분야의 연구와 인재가 필요하면 박사 과정 학생의 학비를 기업이 지원한다. 기업은 직면한 문제를 오픈하고 대학 등 외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고 있다. 필립스 같은 대기업도 30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연구하다가 외부와 같이 연구하거나 외부의 연구를 사오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으로 바꾸었다. 대기업이 보유한 안 쓰는 특허도 외부에 판다. 네덜란드에는 필립스(Philips), 유니레버(Unilever), 쉘(Shell), ASML(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있는데 모두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한다.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정부에서 기업에게 대학(교수 및 학생 연구원)의 연구 시간을 살 수 있는 보조금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한다. 이러한 대학(연구기관, Knowledge Institutions)과 기업의 협력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일정 지역의 캠퍼스 공간에 같이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인트호벤대학교(왼쪽)과 필립스

협력업체를 글로벌 기업으로 지원한 필립스

Q 아인트호벤이 ‘브레인포트(Brainport)’ 정책으로 주목 받고 있다. 2003년,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필립스라는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대기업의 위기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무엇이고, 지방 정부와 여러 기관과 협력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필립스는 대학과 협력하고 젊은 인재를 영입하는 노력을 많이 했다. 필립스 주변에는 많은 하이텍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필립스와 같이 대기업들은 많은 중소 협력 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공급업체가 부도가 나는 리스크(Risk)를 방지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다른 공급처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안정적인 규모로 성장하면 대기업은 더 좋은 품질의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다는 인식이 있다. (네덜란드는 이익의 극대화 보다는 Risk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동인도회사라는 최초의 주식회사부터 보험, 금융 등 리스크를 관리하는 산업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필립스가 반도체 제조를 포기했지만 주변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필립스의 지원 등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글로벌 선두기업인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Advanced Semiconductor Materials International)도 필립스의 한 부서에서 시작하여 1984년에 독립한 회사이다. 반도체 제조는 안 하더라도 반도체 관련 산업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자동차 회사 DAF 또한 파산하였지만, DAF에 부품을 공급하던 기업들은 살아남아 독일, 프랑스 등의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지만 협력 업체들은 취약하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잃게 되면 협력 업체들은 계속 성장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국내 반도체 장비 산업의 국산화율은 18.2%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자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낼 때, 국내 82개 반도체 장비업체 중 13곳이 적자를 봤다. 작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평균 39.1%였으나, 같은 기간 반도체 장비업체는 13.5%에 그쳤다.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기형적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 직전 필자는 벤처생태계 육성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했었다. 오랜 경력의 벤처캐피털 대표가 토론회에서 했던 말이 교차되었다. “한때 벤처캐피털이 대기업의 밴더 기업(주요 납품 기업)에 투자하였던 적이 있었다. 거래처와 매출이 안정적이고 기술력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밴더 기업들은 기대했던 만큼의 성장을 못하는 것이 드러나면서 지금은 밴더 기업 투자를 꺼린다. 한번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이 국내 최고의 대학 공대 교수를 소개해 주면서 신기술 개발 투자를 권유해서 만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교수는 더 이상 그 대기업의 의뢰를 받아 기술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번 부품을 개발해서 납품했는데, 2년 지나니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납품하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그 교수가 납품을 중단하고 다른 곳에 팔겠다고 하니, 그 부품에 대기업의 특허도 들어가 있어서 안된다고 막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대기업에는 거래처를 다루는 직원들이 납품 단가 인하 등의 실적이 없으면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강대국 둘러싸인 지정학적 여건
한우물 파는 강소기업 많아”

Q 네덜란드는 전 지역에 골고루 산업별 필드랩(Field Lab)이 분포해 있다고 들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지역별 경쟁이나 중복 등은 없는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산업정책을 조율하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산업정책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주도하지 않는다. 그 지역의 대학, 기업, 연구소 등의 컨소시엄이 주도한다. 지역적 특색과 역량에 따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 기업의 돈과 대학의 연구와 인재를 결합하여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을 지역에서 결정한다. 그래서 철저히 바텀업 방식의 합의와 아이디어에 기반한다. 결정이 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중앙정부는 브랜드 홍보와 자금 지원 역할을 주로 한다.

네덜란드는 주변에 독일 등 강국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니치 마켓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특화된 제품을 제조하는 강소기업이 많다. 네덜란드의 기업과 연구자들은 한 우물을 파는 경우가 많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한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한다. 경기 변동이 있어도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파생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30년 동안 나는 자동차(Flying Taxi)를 연구한 기업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퀀텀(quantum) 컴퓨터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최근에 기술력이 두각을 나타내며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도 있다.

“학술지 논문 전국민에 무료”

Q 네덜란드는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라인 것 같다. 세계 최초로 학술지 논문을 국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지식 공동체가 발달하였다고 한다. 네덜란드의 지식 공동체가 강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

학술지 논문을 국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국가가 세금으로 미리 납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과 같이 Open Science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지식이 경쟁력이라는 것을 안다. 오래된 가족 기업들도 새로운 동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대학에 연구를 의뢰한다. 자신의 경험만이 아니라 대학이 가진 지식의 전문성을 인정한다.

국민과 함께하는 과학기술 증진을 위해 노력

Q 네덜란드의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네덜란드의 과학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국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가?

정말 다양하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추구한다. 연구도 그런 경향이 있어 몇 십년을 꾸준히 연구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인정하는 편이다.

연구개발을 관장하는 부처(Ministry of Education, Culture and Science: 우리나라의 교육부, 문화부, 과학부를 합친 부처)는 국민들에게 어떤 과제를 해결하면 좋을 것인가에 대해 R&D 제안을 받는 행사를 하였다. 1만 1천명 정도가 참여하고, 선정된 과제에 대하여 어떤 연구 결과가 나왔는지를 발표했다. 이 과정을 통하여 Science Vision을 수립하기도 했다.

“해수면 올라가면 치명적 위협
지속가능성은 국가적 과제”

Q 환경과 복지, 공공서비스, 노조를 포함한 수평적 협업, 지구온난화 등에 대비한 장기적인 사회 전환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지속적인 혁신 성과를 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네덜란드도 EU 국가들과 같이 산업화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문제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에 대하여 인식하게 되었고 정부도 이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치명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국가적인 문제로 대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R&D를 늘리고, 정부에서 먼저 재생에너지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도시의 회복 탄력성에 힘을 쏟고 있고, 수열에너지로 냉난방을 하여 전력을 절감하고, 여러 재생에너지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이 개발되고, 인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이들 기술이 혁신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표용적이고 개방적인 네덜란드 문화
입장 강하면 안 되는 상인 기질 때문”

Q 영국은 자유주의, 독일은 국가사회주의적 속성이 있다. 네덜란드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네덜란드는 어떤 정체성을 내세우기 보다 표용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국가이다. 정부의 간섭과 통제는 최소화하고, 바텀업 방식의 비즈니스(지역의 기업-대학 등의 공동체가 추구하는 사업 등을 포함)가 주도하는 국가이다. 기업을 비롯하여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하여 주도적으로 움직이면 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어떤 특색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정부의 기업에 대한 지원도 직접 지원보다는 세금 감면 등 간접지원 방식이다. 친환경 사업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세금이 많은데, 세금은 주로 국민들의 사회보장과 노후 보장을 위한 사업과 시설에 투자된다. 세금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최소 수준이다.

표용적이고 개방적인 네덜란드 문화는 네덜란드의 상인 정신과도 관련이 있다. 상인은 자신의 입장이 강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을 포용하는 문화가 있다. 주변국의 언어(독일어, 프랑스어 등)도 잘하고, 모임에 외국인이 있으면 네덜란드어를 안쓰고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를 하는 배려 문화가 있다. 다른 나라의 문화에 동화도 잘한다. 세계 곳곳에 프랑스인, 독일인 등의 집단 거주지가 있으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특정 거주지를 형성하지 않고 곳곳에 섞여서 산다. 정말 다양하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추구하고,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인정한다.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 마약,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이다.) 이러한 관용성 때문에 갈등이 적고 범죄율도 낮아 교도소에 죄수가 없어 최근에는 교도소를 호텔로 개조하거나 난민 수용소로 바꾸고 있다.


한 나라의 특색은 오랜 역사적 경험이라는 경로 의존성을 가진다. 특히 네덜란드의 협력 문화는 열악한 자연환경이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자연재해의 위협 속에 살다보니 리스크(Risk) 관리의 중요성을 어느 나라보다 먼저 느꼈다. 그래서 중세 대항해 시대에 세계 최초로 해상무역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 이익을 공유하는 방안으로 주식회사라는 제도를 발명했다. 이는 네덜란드의 선박제조 기술(플류트선, Fluyt)과 함께 네덜란드가 해양강국이 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렇다고 협력이 네덜란드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나라의 역사에는 협력의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도 두레 등의 협력 전통이 있다. 결국 인류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는 노력 속에서 공동의 경험을 공유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시대나 극복해야 할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 문제를 푸는 방식은 다양할 것이며, 성공한 방식이 전파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경험만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지식으로 배우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의성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한다.

네덜란드에서 배워 우리 현실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산업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산업의 사양화가 지역 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지기 전에 계속해서 대안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탄 산업에서 화학산업으로, 다시 생명공학 사업으로 이전 산업에서 획득한 지식을 계속 발전시켜 다른 산업의 경쟁력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중심에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대학이 있으며, 대학은 단지 학문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오랜 역사에서 축적된 ‘협력의 DNA’야말로 이런 일들을 성공적으로 해나가게 하는 핵심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떻게 이 ‘협력의 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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