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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미래다 / 05 / 인터넷, 대중의 미래를 열다] - 전문가로부터 ‘지식 권력’을 빼앗다

이명호 SD

2019.02.15

<여시재 e-핸드북>

디지털이 미래다 #05 인터넷, 대중의 미래를 열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디지털의 개념과 역사(링크)
2. 변화의 동력, 지식 패러다임 변화(링크)
3. 인쇄술과 엔진의 사회 산업사회(링크)
4. 디지털은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키는가(링크)
5. 인터넷, 대중의 시대를 열다

6. 지식의 미래, 인공지능 시대
7. 플랫폼 경제의 명암
8. 기업과 노동의 미래
9. 일과 오피스의 미래
10. 에필로그/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 누구나 지식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시대 개막

디지털, 특히 인터넷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대중이 지식 생산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1450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발명된 후 서적 출판의 급증은 18세기 유럽에서 독서혁명으로 이어져 지식인의 확산을 가져왔다. 하지만 지식인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지식의 소비자였을 뿐이다.

그러나 198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이 저술을 인쇄로부터 해방시켰고 곧이어 인터넷의 등장이 저작물의 유통과정을 사실상 없애버렸다. 인쇄에 기반을 둔 출판(학술지, 단행본, 신문 등)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전문가와 출판사의 선택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출판된 책도 바로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 과정을 거쳐야 했다. 서점의 진열대에서 잠시 판매되다가 더 이상 판매되지 않는 책은 재고로 남아 한정된 공간의 서점 판매대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아마존(Amazon)은 간간히 팔리는 수많은 도서도 고객이 쉽게 찾아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점을 만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지식 유통의 대혁신이었다. 작성된 저작물(원고) 1부를 홈페이지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 인터넷 이용자가 홈페이지에 찾아와서 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여러 단계이던 책 제작과 유통 단계가 사라지거나 단순해졌다. 수천, 수만 부를 인쇄할 필요성이 없어져 제작비와 이에 따른 재고 부담도 사라졌다. 누구나 가볍게 감상문에서부터 주장, 논문, 보고서 등 어떤 형식의 저작물이든지, 다른 사람의 검토 없이도 직접 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쇄에 기반한 출판물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전문가에 불과했었지만, 홈페이지에 저작물을 올리는 것은 누구나 가능해졌다. 추가 비용 하나도 없이 수만, 수백만 명에게 유통, 전파될 수 있는 지식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인류 역사 전체에 걸쳐 나온 책은 1억 3천만 권으로 추정된다. 그중 세계 최대의 (물리적) 도서관인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 있는 의회도서관에 약 3,000만 권이 소장되어 있다. 대조적으로 2015년 기준으로 인터넷에서 검색엔진이 찾을 수 있는 웹 페이지 수는 약 450억 쪽에 달하고, 검색되지 않는 웹페이지는 훨씬 더 많다. 또한 구글은 2,500만 권의 책을 스캐닝하여 디지털 사본으로 제공하고 있다.1)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활용)에 일대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 ‘연결된 지식’ 위키피디아 혁명

디지털과 인터넷으로 인하여 대중이 지식의 생산자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지식 활동은 1)지식의 내용과 그 존재 형태, 2)지식의 담지자(agent), 3)지식의 제도(화)라는 세 가지 구성 요소를 갖는다.2) 누구나 쉽게 지식을 생산하고 지식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일차적으로 지식의 내용과 그 존재 형식도 바뀌고 있다. 대중의 지식 생산 참여와 함께 인터넷 페이지(게시물, 저작물)의 또 하나의 특징은 페이지 간의 하이퍼링크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게시물과 나의 게시물이 하나의 게시물로 연결되고 있다. 단일한 저자의 저작물(책, 논문)이라는 개념에서 여러 명의 공동 저작물로 바뀌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CCL)3)는 이런 디지털 저작물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쇄물은 책과 같이 독립적인 객체로 존재하지만, 디지털 저작물은 독립적인 객체로 존재한다기 보다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상에서 상호연결된 복합적인 연결체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인쇄술 시대의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저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의 개념은 디지털로 된 지식 형태와 충돌하게 된다. 결국 CCL은 이러한 디지털 저작물의 특성을 반영하여 선제적으로 일정한 조건 하에 라이선스를 허용하여 디지털 시대의 지식 생산과 유통을 촉진하자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Wikipedia)는 이와 같은 디지털 저작물의 특징을 활용하여 백과사전 항목(표제어)의 생성과 서술, 수정, 편집을 대중에게 개방하여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지식이라는 디지털 시대의 지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성공 사례이다.

# 인터넷 이전, 지식집단은 지배계급의 봉사자였다

지식의 담지자(agent)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식은 계급적 함의를 갖기 때문에 이론적·학문적 지식을 생산하고 향유하는 제한된 사람들이 누구인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지식집단(지식의 담지자)은 지식의 내용, 그 발전 정도에 따라 구체적인 모습을 달리하지만, 대체로 지배 계급의 일원이거나 그들의 동반자, 봉사자다. 또한 지식집단은 지식의 제도화, 학문의 제도화의 기지이며 이를 담당할 집단을 재생산하는 고등 교육 제도를 구축하게 된다.4)

역사적으로 지식집단은 사회의 변화와 함께 변화해왔다. 지식집단이 등장한 것은 농업사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수렵사회에도 지식을 다루는 집단은 있었으나, 그 내용이 지식의 성격이라기보다는 주술(종교)의 성격이 강했다고 볼 수 있고, 집단화되기에는 인원도 작았다고 볼 수 있다. 농업사회가 되면서 대규모 저수지와 수로 건설, 농지 확대가 늘어나면서 부족들은 더 큰 부족에 흡수되거나 부족들이 연합하여 국가로 규모를 키워나가게 된다. 국가라는 통치구조가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법률과 행정이라는 제도 정비와 이에 기반 한 운영이 요구되었다. 흩어져 있던 부족들을 통합하여 국가라는 새로운 질서로 묶기 위해서는 더 큰 민족이라는 공동의 정체성, 옳고 그름, 선과 악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 기준이 되는 진리는 하늘의 뜻과 자연의 법칙, 나아가 인간의 윤리가 되었다.

학자들은 이에 대한 논리, 관찰과 추론이라는 사고력에 기반을 둔 논리를 제공해주며 관료가 되어 국가 운영에 참여하고 권력을 나눠 갖게 된다. 당시 귀하고 비싼 양피지나 종이에 쓰인 필사본 서적을 접할 수 있는 지식집단은 왕을 중심으로 귀족과 사대부, 엘리트 관료들이었다. 세습되고 선발된 이들만이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역할을 하며 왕이나 봉건영주 중심의 국가 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법률과 행정 정보를 독점하였다. 당시의 상황에서는 비싼 책을 보급하는 것은 어려웠으며, 자연스럽게 세습된 귀족이나 사대부 자녀 등 한정된 인원들만이 교육을 받으며 지식 권력을 세습하는 구조가 정착되었다.

# 중세 세계 최대 도서관 장서 수는 400권

지식의 제도(화)라는 측면을 살펴보면, 지식을 전파하고 재생산하는 교육 기관은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면 변화를 겪었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등의 학자들은 아카데미아를 개설하여 지식의 전달과 교육의 기능을 담당했다. 중국에서는 제자백가 시대의 공자 등이 학파를 이끌었다. 당시의 교육은 주로 소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말(강연이나 대화)을 통해 이루어졌다. 필사본의 책이 등장하였지만 텍스트(필사본)는 귀했고 교육에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당시 웅변과 수사학으로 이루어진 교육은 관료와 지도자를 육성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유럽에서는 율법이 지배하는 중세 신정시대가 되면서 지식을 담당하던 기관은 수도원으로 바뀌게 된다.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900년 동안 유지돼온 플라톤이 창설한 아테네의 아카데미아가 폐쇄되었고 같은 해에 한 수도원이 설립되었다. 수도원은 신정을 위한 지식, 이데올로기의 생산과 전달의 기능을 담당하였다. 교육 방법도 변하여 말(로고스, 로직)을 중시하던 고대에서 텍스트(Text: 성경, 믿음, 진리, 권위)를 중시하는 교육으로 변하게 된다. 수도사들은 필사를 통하여 지식을 축적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지식은 텍스트를 쓸 수 있는 권위를 독점한 신학자와 관료의 손을 벗어나지 못했다. 알렉산드리아 제국에 처음으로 건립된 도서관은 수도원 곳곳에 설립되며 수가 늘었지만, 중세 초기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큰 수도원 도서관이 소유했던 장서가 겨우 4백 권 남짓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도서관 중 하나였던 바티칸 도서관의 장서 수도 2천 5백 권 정도였다. 명나라 영락제 시대인 15세기 초 영락대전 편찬에는 2천 명 이상이 참여해 1만 권이 넘는 분량을 만들어내기도 했다.5)

# 신학의 시대를 마감시킨 인쇄술

1450년 구텐베르크의 인쇄기가 등장되면서 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인쇄술은 국가 통치를 위해서 독점되던 지식을 해방시켰다. 지식의 독점이 붕괴되면서 왕과 귀족, 사대부와 성직자의 권력도 붕괴되었다. 루터가 라틴어로 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시작으로 성경이 유럽 자국어로 번역되어 보급되면서 루터의 종교개혁(1517년)은 교황으로 상징되는, 성경을 독점해 온 가톨릭 세력의 권위와 권력 유지가 어렵게 됐다. 대중들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권력이 독점하던 신학과 법률 등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전문학교들이 설립되었다.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관료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세습 권력의 정당성은 상실되어 갔다. 국가는 선거라는 국민들의 선택과 위임 절차에 의해서 통치되는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

권력이 민주화되면서 통치에 종속되었던 지식의 역할도 해방되어 학문의 역할로 넘어가게 된다. 책의 제작비용이 싸지면서 자연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 관찰과 이해도 늘었고, 이런 결과물들은 다시 책으로 출판되었다. 지리, 천문, 토목, 화학, 물리 등으로 학문이 분화되고,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저술가와 학자들의 집단이 생겨났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탐구를 통해 근대적인 학문이 수립되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17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들면서 신학만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과 직업인을 위한 대학이 유럽 곳곳에서 설립되었다. 세분화된 학문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인 대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종교, 법률, 의료, 군인 등 과거의 직업군에 공학, 건축, 회계, 측량, 교육 등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게 된다.

# 1824년 공학회, 1880년 회계사협회 탄생

자연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인 지식의 발달은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는 토대가 되었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지게 된다. 농업사회 시대에서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은 경험을 통하여 농기구 등의 도구를 개량하는 것이었다. 중국의 4대 발명이라고 하는 종이, 목판인쇄, 나침판, 화약 등은 모두 경험을 통한 우연한 발견을 개선하거나, 사용하면서 개량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경험의 장인들이 기술과 도구의 주요 발명자들이었다. 그러나 인쇄술에 의한 학문의 발전은 발명의 방식을 바꿔놓았다. 자연과학의 지식은 기계를 개량하고, 기술을 발명하는 데 일조하게 되었다. 증기기관은 열역학 지식에 기반을 둔 개량의 과정을 거쳐 상용화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당시의 자연과학, 물리학, 화학, 금속학, 수학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지식,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해 주었다. 이러한 기술과 자연과학의 통합이라는 새로운 지식 방법론은 근대 물리학을 개척한 뉴튼 시대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적 기반을 제공해주었다.

새로운 지식이 계속해서 개척되고 학문이 세분화, 전문화되면서 방대한 양의 지식을 이해하고 관리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 전문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는 주기적으로 변하는 엄청난 정보 및 지식 체계를 다루는 데 능한 전문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전문교육도 번창했다. 전문가 조직은 진입 규칙을 정하고 학위를 수여하고 임명과 승진,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의 절차를 만들면서 관료화되었다. 19세기 영국을 예로 들어보면 교회, 법률, 의료, 육군, 해군 등 과거의 직업군에 공학, 건축, 회계, 측량, 교육 등 새로운 직업군이 더해졌다. 1824년에는 공학학회 창립에 이어 측량사협회가 1868년에, 공인회계사협회가 1880년에 각각 생겨났다.6) 현재 의사, 변호사, 회계사, 엔지니어, 건축가, 관료 등 전문가 집단은 이런 환경에서 출현하고 번영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인쇄물, 지식이 늘어나면서 일반 대중들도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1642년 독일 지역의 한 공국인 고타공국은 교육령으로 초등학교 무상교육을 시작했다. 세계 최초의 공교육제도 수립이었다. 일반 대중에게 읽기·쓰기·셈하기의 기초지식을 가르치는 근대 공교육은 시민 교육의 필요성과 동시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기초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으로 확대되며 근대 교육의 기초로 자리 잡게 된다.

# 인터넷, 전문가의 해체와 지식 대중의 전면적 등장

인쇄술이 귀족과 성직자의 권력을 붕괴시키고 학자와 전문가의 시대를 열었다면, 인터넷은 다시 학자와 전문가의 시대에서 대중의 시대를 열고 있다. 방대한 Text(전문 서적)에 기반을 둔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학교에서 다년간 전문가(교수)로부터 교육을 받고, 일정한 자격 또는 졸업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통로는 시험과 선발이라는 방식으로 통제되었고, 전문 지식에 대한 접근과 활용도 통제되었다.

일반 대중이 전문 지식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전문 서적 등을 구입하거나 빌려서 어려운 전문 용어를 이해하며 지식을 얻어야 했다. 지식을 얻어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경험에 근거해서 해석해야 하는 또 하나의 울타리를 넘어야 했다. 사실 일반인들이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전문지식을 얻고 익혀서 활용하는 것보다는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에게 부탁하여 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 경제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반 대중(고객)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조언자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행자로,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해주는 중개인의 역할로 사회에 기여하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은 전문가의 지식 울타리를 허물고 있다.

정보를 저장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는 사회에서 전문성을 공유하는 방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지금까지 실용적 전문성은 사람의 머리, 교과서, 서류보관함 안에 있었다. 이제 전문성은 점점 더 다양한 기계, 체계, 도구에 디지털 형태로 보관되고 표현된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은 전문성이 취급, 공유, 사용, 재사용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7)

책상 앞에 앉아서 인터넷이라는 지식의 공동체에서 관련 지식에 대한 검색과 링크를 따라가면 쉽게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많은 지식을 접할 수 있었던 적도 없었고, 결국 교육을 많이 받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더 이상 지식을 독점하지 못하게 되었다.8)

# 지식은 이제 플랫폼에서

백 개를 알고 있는 한 명의 전문가 보다도 한 가지를 알고 있는 백 명, 천 명, 만 명의 비전문가들이 쉽게 인터넷에서 모이면서 전문가보다 뛰어난 집단지능의 가상 공동체가 등장하고 있다.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에서는 3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2300여 가지에 이르는 자기 질병 내용을 공유하고 투병 및 치료 경험을 나눈다. 선출되고 선발된 정치인과 관료라는 전문가의 통치 또한 도전을 받고 있다. 영국 국무조정실의 열린 정책결정팀(Open Policy Making team)은 공무원들이 정책 결정을 ‘독점’하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블로그, 소셜 미디어, 크라우드소싱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9)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시대의 지식의 특징은 대중이 지식의 생산자로 등장하였다는 것과 동시에 대중의 지식이 플랫폼이라는 틀 속에서 지식 생태계를 형성하여 발전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 명의 개인은 똑똑하지 못하지만, 개개인의 지식이 모여 상호작용하고,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플랫폼이라는 창발적 지식 생태계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 앤드루 맥아피, 에릭 브린욜프슨,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 청림출판, 2018, pp. 283
2) 한국사회학회 엮음, 김필동, <지식 변동의 사회사>, 문학과지성사, 2003, pp. 20
3) CCL (Creative Commons License)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 다른 사람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는 내용의 자유이용 라이선스(License)이다. 조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동일조건 변경허락 등의 조건을 따르면 사전에 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4) 한국사회학회 엮음, 김필동, <지식 변동의 사회사>, 문학과지성사, 2003, pp. 22
5) 피터 버크(Peter Buke),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 생각의 날개, 2017, pp. 102, 106, 108
6) 피터 버크(Peter Buke), <지식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는가>, 생각의 날개, 2017, pp. 61
7) 리처드 서스킨드, 대니엘 서스킨드, <전문직의 미래>, 와이즈베리, 2016, pp. 24, 152
8) 톰 니콜스(Tom Nichols), <전문가와 강적들: 나도 너만큼 알아>, 오르마, 2017, pp 18, 24
9) 리처드 서스킨드, 대니엘 서스킨드, <전문직의 미래>, 와이즈베리, 2016, pp. 84,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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