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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트럼프 잇단 자극에 중국 “본때 보여주겠다”

이희옥

2017.01.12

軍産複合<군산복합> 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풍부한 글로벌 경영 경험과 화려한 군사 경력을 두루 망라한 ‘군산(軍産)복합형’ 외교안보 라인을 구성, 공식 발표했다. ‘세력 전이’ 시대 미국의 세계 경영을 위한 ‘상인’과 ‘무인’의 기묘한 혼성팀 구성은 앞으로 어떤 대외 정책을 낳게 될지, 특히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민감한 외교적 현안을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이번 트럼프 외교안보 라인 인선 결과를 토대로 전망해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벌써부터 미·중 관계 초반 기세싸움이 치열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은 반칙을 써서 성장한 나라”라고 말해왔던 피터 나바로 교수를 신설되는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내정했다. 경제뿐 아니라 ‘하나의 중국’ 정책,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이익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새판 짜기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먼저 도발하지는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공세적 대중 정책에 대해 ‘강 대 강’의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판짜기(局道)에서 밀리면 트럼프 집권 내내 전체 판이 밀린다’고 인식하면서 최대한 국력을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어느 국가보다 트럼프와 트럼프 정부에 대한 정책 선호가 높았지만 지금은 점차 그 기대를 접고 있다.

중국은 ‘실제 트럼프(Real Trump)’와 ‘현실주의자로서의 트럼프(Realist Trump)’를 구분해왔고 선거가 끝나면 현실주의적 면모가 우세할 것이라고 보았다. 리원(李文) 중국 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미국 정치가 분권형 체제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실제 트럼프’가 미국의 대내외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힘에는 힘’ 아시아 재균형

트럼프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한 것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 철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힘에는 힘’이라는 전형적인 ‘팃포탯(tit for tat)’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우선 중국의 ‘정체성’과 ‘위신’을 건드리며 중국을 자극했다. 협상의 고지를 높이려 하는 전형적인 협상전술이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 고립주의의 본질은 중국과 아시아로부터 철수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손을 떼더라도 중국이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화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반드시 경제적 대가를 받아내려 할 것이고, 강한 협상력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대만, 남중국해, 그리고 북핵 등 한반도 이슈 등에 대해서도 미국은 끊임없이 중국을 압박하며 정치적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전략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타협과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를 지속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대만 문제는 핵심이익 중 핵심으로 협상과 타협이 원천 불가능한 사안이다. 남중국해도 ‘사실상’의 핵심이익이다. 중국은 “미국이 오랫동안 중국 바로 앞 해역에서 근접 정찰과 군사 측량을 실시해왔다”고 비판하고 미군의 수중 드론(무인기)을 적발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은 공해상에서 중국이 미군의 수중 드론을 불법적으로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돌려받지 말라”는 발언을 통해 중국을 압박했다. 트럼프의 잇따른 자극에 대해 중국은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다.

중국이 미국에 ‘충돌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며 ‘강한 중국’의 드라이브를 거는 데는 국내 정치의 요소가 작동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핵심’ 지위를 충분히 활용하고자 했다.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경우 권력 핵심으로 부상한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단기적으로 새판을 짜는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미국 질서에 적응하거나 순응하는 것을 넘어 필요할 경우 도전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도발에 대한 다양한 대응 보복 수단의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우선은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 경제 재건에 발목을 잡는 형태의 경제적 대응이다.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이 미국의 최대 대중 수출품인 농산물과 보잉 항공기 수입을 줄이거나 대미 직접 투자를 줄이거나 미국 국채를 덜 사는 방식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이끌던 미국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중국이 그 전력 공간을 파고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외교의 중심성을 획득하라

미·중 간 ‘강 대 강’ 힘겨루기의 국면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략적 불신이 하나의 프레임으로 고정되면서 협력할 때도 서로를 경계하는 가짜 친구(superficial friend) 현상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물론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강국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패권국과 무력 충돌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을 피하기 위해 판짜기가 끝나면 소강 상태나 협상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미·중 관계가 갈등이건 협력이건 일단 관계의 성격이 결정되고 합의된 판이 만들어지면 한국의 안보자율성이 줄어들고 한국 외교가 종속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중 관계가 아직까지 유동적인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에 대한 상관성(relevance)을 끊임없이 높여나가면서 중심성을 회복하고, 남북관계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북핵, 미·중 관계를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구성해 한반도 문제의 ‘재(再)국제화’를 막는 대담한 전략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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