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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중국 공산당의 미래

케리 브라운

2017.01.12

1921년 창당된 중국 공산당의 역사는 이제 100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구식 자본주의·민주주의가 거센 도전에 직면한 지금,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중국 공산당 일당 지배의 장수 비결이 궁금하다. 내년 가을 최고 지도부 개편이 이뤄지는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공산당이 국가의 엘리트를 선발하는 과정, 그리고 이들을 교육으로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해답을 찾아보았다.


21세기의 중국 공산당은 관료적이고 전문가 중심에다 기업 경영 방식으로 운영되는 통치 조직이다. 공산당원의 숫자는 8800만 명이나 되며 최고위 지도자들은 대부분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현재 공산당 엘리트들은 공산당이 국가 전체를 이끌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며 이른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로 이끌어 가고 있다. 이 같은 개념은 1990년대부터 강조됐다.

공식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은 중국 사회를 ‘통치’하고 있지 않다. 통치의 주체는 국가 권력, 즉 27개의 중앙정부와 31개 지방의 지방정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및 특별 행정 지역 등이다. 적어도 헌법상에서는 국무원이 중앙인민정부이며 최고 국가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집행기관이자 최고 국가행정기관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행정 인력을 배치하고 정치적 틀을 짜는 것이 바로 공산당이다.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중앙위원회, 정치국과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공산당은 중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신념 체계와 미래 목표를 제시한다. 시진핑(習近平) 시대에 들어 국가의 목표는 더 명확하게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공산당은 특히 두 가지 중요한 면을 장악하고 있다. 즉 주요 기구의 지도자들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과 이념 및 정보 유통의 권한이다. 중앙조직부에서는 국영 기업의 최상위 임원이나 정부 조직, 그리고 기타 조직의 최상위 지도자들을 임명한다. 이를 통해 단합과 충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사회에 당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2000년부터는 서구적 형태의 정치적 개혁과 민주주의와는 반대 방향으로, 당의 내부적 응집력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중국 공산당의 이런 방식은 속도나 규모 면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소련 같은 나라에서는 공산당이 결국 실패한 데 반해 중국 공산당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직까지 당당히 살아남은 까닭은 중국 공산당의 실용주의와 유연함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중국 공산당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두 가지 더 있다. 공산당은 군대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중국의 군대라기보다는 당의 군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산당은 자체의 사법 체계를 가지고 있어 중국 법원이나 외부 세력이 이에 대한 어떤 이견도 제시할 수 없다. 이를 통해 공산당은 엄청난 권력을 가진다. 89년 이래 공산당의 권력에 도전하는 어떤 시도도 좌절시켰으며 시진핑 지도체제하에서 이 같은 권력 강화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78년 이래로 중국은 경제적 성공을 내세우며 이 같은 권력 강화를 정당화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민족주의와 유가 사상 같은 중국 전통문화를 강조하며 정당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거쳐온 방식이 세계 역사에 전례 없는 특수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지도자들도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사회를 이끌 수 있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중국 통치체계의 강점은 단기·중기의 거시 경제와 정치적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사회적·물질적 자원과 리더십 자원을 집중 투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은 지난 30년간 엄청난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할 수 있었다. 이것은 인도처럼 유연하지 못한 국가모델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단점도 존재한다. 이들은 대중의 여론 혹은 분노에 강압적인 방법으로만 대응한다. 따라서 대중이 강력한 권위적 정부의 지침을 수동적으로 따르는 데서 벗어나 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점점 더 참여하려 할 때 일당 지배 체제가 계속해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시진핑의 중국 정부는 서구 민주주의 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몇 년 안에 민주주의식 다당제 모델로 변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이 같은 중앙집중화된 모델이 영구적으로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공산당이 가장 오래 국가 권력을 잡았던 사례는 74년간 일당 체제를 유지했던 소련 공산당이었다. 중국 공산당은 2023년이면 집권 74년째를 맞는다. 이후까지 계속해서 권력을 장악하게 된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겠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중국의 정치체제에도 좀 더 다원적이고 참여적으로 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서구식 민주주의 모델로 변화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껏 중국이 ‘중국적 특징을 가진 사회주의’를 추구해온 것처럼 ‘중국적 특징을 가진 민주주의’ 같은 방향이 될 것이다. 이것이 실제 가능한 일인가 묻는다면 현재 상태로는 딱히 무엇이라 답할 수 없다. 중국의 정치적 미래는 누구도 점치기 힘든 불확실성의 영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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