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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 경제위기와 러시아의 통화·재정정책

이상준

2017.08.21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경제 위기와 각국의 대응 (4) 러시아 - 경제위기와 러시아의 통화·재정정책
저자: 이상준 (국민대)
No.2017-044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경제 위기와 각국의 통화, 재정 정책” 입니다. 경제위기의 원인을 둘러싼 각국의 논의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의 대응책으로 어떠한 통화, 재정 정책들을 사용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또한 각국의 경제성장 전략과 통화정책, 재정정책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분석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러 제재와 유가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러시아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12월 18월 송년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경제와 루블화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며 국민들에게 위기가 2년 이상 갈 것 같지 않다고 기다려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미 약속한 기간이 지났다. 트럼프가 당선될 당시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연방(83개 연방주체)의 84번째 주지사 당선되었다고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대선에 개입하였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트럼프를 둘러싼 미국내 정치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상원은 제재를 연장하였고 EU 역시 6월 28일 내년 1월 31일까지 제재를 연장한다고 발표하였다. 러시아 역시 서방 주요국 농수산물과 식료품 수입 금지 조치를 내년 12월 31일까지 1년 더 연장했다. 올해 3/4분기를 기점으로 러시아 경제가 다시 플러스 성장을 하면서 회복할 것으로 기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 1] 러시아 GDP 추이와 전망 (출처: 러시아 통계청)

이러한 우려는 소폭 상승세를 보이던 유가마저 다시 내림세를 보이면서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유가의 하락은 외환보유고 감소, 환율 상승, 재정수입 및 지출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은 러시아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수단을 제한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림 2] 우랄산 유가 (출처: 러시아 중앙은행 및 EAI)

러시아 정부 재정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겠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차례 급락했던 것이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이후 큰 폭으로 다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면서 재정수지 적자 폭을 줄이고 있는 현재 상황이 다시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림 3] 재정수지 추이 (출처: 러시아 재무부)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6월 16일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여 연 9.25%인 기준 금리를 9%로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올 들어 3번째인데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연 4%에 근접하고 있으며 경기도 회복되고 있어 기준금리를 낮추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는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우랄산 유가가 6월에만 10%이상 하락한 배럴당 평균 45불을 기록하면서 루블화 환율이 4%이상 절하된 것도 기준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었지만 작년 이맘때와 비교할 경우 루블화가 달러에 대비하여 10%이상 절상되었다는 사실이 금리 인하의 여지를 주었다.

금리를 낮추고 있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러시아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생산이 전년대비 6%이상 성장하였지만 석유 생산3%, 천연가스 생산 11%, 또 이를 운송하는 에너지 물류분야가 7% 성장한 결과이지 제조업(1%)과 유통분야(0,7%)가 크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줄기는 하였지만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은 여전히 조금 줄어든 상태이다. 즉 현재 러시아 경제의 회복을 만든 요인은 석유와 천연가스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위기가 시작된 이후 수입대체정책을 통해 자국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산업발전기금(Фонд развития промышленности) 등을 통해 수입대체 관련 투자프로젝트에 할인금리를 적용하여 대출을 제공하거나 수입대체산업 관련 특별투자계약을 통해 세금 및 관세 특혜, 감가상각 가속화, 정부 소유자산 임대료 할인, 각종 행정절차 편의, 계약 기간 내 불리한 법령 개정 불가, 정부조달사업에 대한 장기 독점 수의계약 허용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재정투입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입대체정책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추진되기 보다는 안보적인 요인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경제 주권을 되찾는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조치이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가산업발전기금을 통해 2015년에 59개 수입대체 프로젝트에 200억루블(약 3억3천만불) 예산을 투입하였지만 충분한 규모는 아니었다. 수입대체 산업 육성과 산업고도화를 위해 필요한 투자는 GDP대비 25-30%가 되어야 하지만 현재 수준의 투자는 GDP대비 20%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재정 지원은 유가 변동에 영향을 받게 된다. 정부예산에서 일정한 재정을 확보하여 각종 기금을 편성하고 있는데 유가하락은 재정수입을 감소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재정적자를 없애기 위해 재정지출을 상당부분 감소시켜 우랄산 유가가 배럴당 45불선을 유지하면 재정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2016년말 러시아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유가가 50 또는 60불 이상 오를 경우 재정적자가 2019년 이전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도 하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유가가 45불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러시아 정부재정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그만큼 재정정책의 수단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석유가격이 10불 상승할 경우 러시아 정부재정 수입은 286억불, 러시아 석유기업의 수익은 123억불 증가하는 구조이라는 점에서 석유가격의 변동에 러시아 경제성장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재정여건이 좀처럼 쉽게 개선되지 않게 됨에 따라 연방정부 보다는 지역 정부차원에서 어려움이 더 큰 실정이다. 지역정부 재정이 변동성이 큰 기업의 법인세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와 개인소득세와 달리 법인세는 대도시 혹은 자원이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격차가 크다. 이룰 보전하기 위하여 연방정부가 법에 의거하여 교부금을 이전시켜 주고 있는데 연방정부의 재정이 취약할 경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각종 지역 개발과 관련된 정책자금이 부족한 경우이다. 최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림 4] 대외부채 및 석유펀드 추이 (출처: 러시아 재무부)

재정정책의 수단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현재 러시아 경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기준금리를 계속 내리고 있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이 역시 향후 정책수단으로서 제약받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러시아 투자환경이 개선되면서 외국인투자가 늘어나지도 않지만 크게 줄지도 않으면서 외환보유고가 안정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유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 안정적이고 환율이 절상하게 된 것은 러시아의 기준 금리가 높아서 <루블 캐리 트레이드>가 높아서 발생한 문제이기도 하다. 러시아 중앙은행 나비울리나 총재는 <루블 캐리 트레이드>수준은 적정한 편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계절적 요인에 따른 무역 흑자와 러시아 시장의 변화가능성(제재해제 등)과 로스네프티 지분 매각에 따른 외국인 투자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3

2014

2015

2016

2017. 5월

인플레이션

6.6

11.4

12.9

5.4

4.1

M2 (%)

14.6

2.2

11.5

9.2

10.1

예금금리

5.1

12.20

8.43

6.5

6.25

대출금리

9.4

18.31

13.8

11.83

11.02

외환보유고

(억불)

5,096

3,855

3,684

3,777

4,057

[그림 5] 러시아의 통화지표 변동추이 (출처: 러시아 중앙은행)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긴축정책을 통해 재정지출을 줄여왔다. 올 상반기 유가가 잠시 상승했던 시기에 재정적인 여력을 확보한 상태인데 다시 유가가 떨어지고 있어 향후 재정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 활성화를 위하여 기준금리를 낮추었다. 환율과 인플레이션 안정으로 이러한 결정이 가능하였다. 소비를 촉진하여 에너지 분야이외의 생산부문을 활성화하여 재정수입을 늘리게 되면 캐리 트레이드가 줄어들어 생기는 요인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나 만일 이와 같은 기대가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경제는 다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정부는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잘 극복해오고 있다. 그러나 다시 유가가 하락하고 제재가 연장되는 상황은 러시아 거시경제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기초체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얼마나 더 참아달라고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내년에 푸틴 대통령이 4선에 도전한다면 당선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푸틴대통령은 재선을 하면서 거듭 러시아가 처한 상황에 맞추어 변신을 주도하면서 국가발전을 이끌어 왔다. 이번에도 푸틴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어떠한 변신을 할 것인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다만 2000년, 2004년, 2012년 선거시기와 비교하여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시기에 다시 집권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선택 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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