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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프]미국의 통화정책의 변화와 경제 불안정성

박희경

2017.08.21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경제 위기와 각국의 대응 (1) 미국 - 미국의 통화정책의 변화와 경제 불안정성

저자: 박희경(동아시아연구원)

No.2017-041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경제 위기와 각국의 통화, 재정 정책" 입니다. 경제위기의 원인을 둘러싼 각국의 논의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의 대응책으로 어떠한 통화, 재정 정책들을 사용하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또한 각국의 경제성장 전략과 통화정책, 재정정책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분석할 것입니다. 



미국정부의 통화정책 변화


계속해서 낮은 금리를 유지해왔던 미국 정부가 6월이 되면서 금리인상을 발표했다. 4월 환율조작국 지정에서 벗어나 한 숨 돌리던 한국은 다시 한 번 대응전략을 고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사실 미국의 금리인상정책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상당기간 오바마 정부가 긴축을 통해 안정적인 금융정책을 이끌어왔으나,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공화당 내에서 더 이상의 온건 금융정책은 미국의 경제체질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의 금융정책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미국과 오늘날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진단을 정리해 본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 중 미국우선주의, 신보호주의, 전통산업 강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 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내었다. 당선으로 이끈 핵심공약이라 하겠다. 정부는 자국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외치고, 기업은 성장을 위해 정부로부터 각종 규제와 관련한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는 20세기 초, 중반 지금의 경제선진국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한 경제정책이었다. 그러나 보호주의 경제정책은 1990년대 들어서 대세가 된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에 밀려났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상품, 지대(땅), 노동력의 세 가지 요소가 국경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환될 수 있다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이를 통해 모든 국가는 자유롭게 각기 필요한 것을 생산하고 구매하고 판매하면서 모두가 함께 부유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는 달랐다. 상품과 지대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지만, 노동력은 한계가 있었다. 노동력은 문화와 사회적 조건 등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 제약에 가로막혔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노정시키면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즉 신자유주의가 오히려 국가간, 산업간 빈부격차를 보다 심화시킴으로써 “모두가 함께 부유해질 수 있다”는 믿음은 허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국가들에서 신케인즈주의, 즉 새로운 보수주의의 흐름이 일었다. 자유로운 무역을 통한 성장은 유지하되 그로 인한 사각지대는 국가가 개입하여 ‘공정한’ 분배를 통해 양극화를 완화하고자 하는 소위 제3의 길이다. 


트럼프와 경쟁했던 힐러리도 신케인즈주의적 경제정책을 내놓았고, 지난 8년간 오바마가 보인 경제정책도 적극적인 정부의 경제개혁을 통한 안정적인 시장운용이라는 점에서 신케인즈주의 정책의 입장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는 신자유주의로의 회귀라고 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국우선주의, 신보호주의, 전통산업 강화는 1930년대의 통화주의 경제정책에 가깝다. 



새로운 경제정책의 문제점


현재 미국은 헬리콥터 머니(helicopter money)를 늘리는 경제정책을 시행 중이다. 헬리콥터 머니란, 전통적인 재정, 통화정책으로서, 정부는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감소시키며, 중앙은행은 화폐발행을 늘려 은행의 현금보유율을 높여 전체적으로 재정의 규모를 확대하는 정책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정책의 특징은 경제개혁의 출발점을 소비자들의 수요를 늘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직접 은행의 통화량을 조절하면서 전체 통화량의 공급과 수요를 한번에 조절하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보통 이러한 정책은 통화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물가가 앞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 투자규모가 커지면서도 실제 기업이 부담하는 금리(실효금리,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제외한 금리)는 하락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동반한다고 설명된다. 즉 정부가 주도적으로 재정을 확대하여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통화정책을 조정하여 인플레이션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측과 달리 훨씬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고, 나아가 정부가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통화정책을 통해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을 줄여 투자규모를 확대함으로써 경제활성화를 꾀하지만, 이런 방식의 정책에 대해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 베이징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의 실제 투자 규모(실질투자, actual investment)와 투자하고자 하는 규모(희망투자, desired investment)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설명한다. 현재 미국을 보면 실질투자와 희망투자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평형을 이루고 있다. 즉,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은 자원이 허용하는 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는 부자에게 감세를 해주어도 단기적인 비생산적 투자규모가 증가하는 것 외에는 경제위기를 극적으로 회복시킬 생산적인 투자가 일어나기 힘들다. 오히려 소득은 늘지 않고 임금격차가 커지는 일반소비자들의 소비수요를 계속해서 감소시키고, 그로 인해 물건이 팔리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지게 되면 기업들은 노동자를 해고하는 순서로 가기 쉽다고 설명한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부자들은 감세로 증가한 부를 부동산이나 은행에 투자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부동산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기도 하고, 현금보유 수준이 높아진 은행이 대출조건을 완화함에 따라 일반소비자들의 신용불량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의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부채로써 GDP를 유지하는 거품경제일 뿐이다. 


부자감세를 통해 투자를 이끌어내 장기적으로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방법이 긍정적으로 기능하는 경우는 개발도상국이다. 이들 국가는 자원의 부족이 아닌 국가투자신뢰도 등의 이유로 실질투자보다 희망투자의 수준이 훨씬 높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소득불평등이 심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규모의 투자가 경제의 생산적 성장으로 이어져 모든 계층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의 미국이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다.


헬리콥터 머니와 같이 수요중심이 아닌 통화중심의 경제정책을 통한 성장정책이 갖는 일반적인 문제점은 은행기능의 약화다. 첫째, 정부 주도의 통화조정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되면 중앙은행이 직접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에 한계가 있다. 또한 그대로 재정확대가 가속화되면 통화량을 증가시켜 재정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유동성함정(liquidity trap)에 빠지게 되어 금융통제에 대한 은행의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아래 [그림1]은 유동성함정을 나타낸 그래프로, 원래는 이자율(i)에 따라 투기적 화폐수요가 반비례적 관계로 변하지만, 이자율이 완전히 낮아지면 (a-b 구간) 더 이상 투기적 화폐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더 하락시키고자 통화량을 M에서 M’로 증가시킨다 해도 이자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사람들은 통화량을 모두 현금으로 보유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그림 1] 유동성함정 그래프

(출처: 경제학 사전, 박은태 (2010), 경연사)



둘째, 정부 주도의 통화정책이 정부보증 예금보험의 확대를 동반하게 되면 또 다른 부작용이 등장한다. 은행은 금융조정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져 모럴 해저드가 나타나고, 은행의 전반적인 기능이 약화될 것이다. 게다가 기업의 투자금이 주식시장보다 대출이 쉬운 은행금융으로 몰리게 되면 비생산적 투자금융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화정책이 트럼프 정부가 내세웠던 전통산업 부활, 자국우선주의라는 정치경제적 목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국의 쇠락한 전통산업은 주로 자동차산업으로 대표되며 트럼프 역시 자국우선주의 경제전략을 통해 자동차제조업을 부활시킬 것을 지지자들에게 어필했다. 먼저 통화주의 정책 개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업에 대한 세 부담 감소를 주효한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법인세를 줄이고 속지세(territorial tax,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얻은 수익에 대해 현지에서만 세금을 내고 자국 정부에는 내지 않도록 하는 세금제도)를 적용함으로써 기업 투자 유인을 견인함으로써 전통산업의 부활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2]에서 나타난 것처럼 실제로 미국의 법인세는 어떤 측정 방식을 사용해도 G20에 속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 





[그림2] 미국의 법인세 (2017년 5월 측정)

(출처: The Heritage Foundation, http://www.heritage.org/taxes/report/the-us-tax-system-unfairly-burdens-us-business)



이들은 오바마 정부 8년간 환경, 에너지 등에 각종 세금을 부과한 것이 오히려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영향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일반 시민들은 식료품, 에너지 요금의 증가로 높은 생활물가에 시달려 추가적인 소비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2015년의 수치를 바탕으로 한 [그림3]에서 보다시피 실제로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quintile 1) 대부분의 소득을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한 소비에 지출하고 있다. 




[그림3] 2015년 소득수준별 세후소득(After-Tax Income)의 지출종류 (단위: 가계)

(출처: Heritage Foundation,  http://www.heritage.org/poverty-and-inequality/report/big-government- policies-hurt-the-poor-and-how-address-them)



이와는 달리 지금까지의 금융정책만으로도 경제활성화가 가능하는 주장도 있다. 대표적으로 전통적 자동차산업이 쇠락하고 있던 지역인 디트로이트의 경험이 중요한 사례이다. 2007년부터 십여 개의 자선단체, 중앙/지방 재단, 그리고 금융대기업(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디트로이트에 대규모의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했고, 이로써 성공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새로운 산업들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주로 중소규모의 벤처기업, 일자리교육시스템, 교통인프라, 건강한 먹거리 등에 대한 투자가 중심이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2013년이다. 이 때 지방정부는 재정악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을 선언했던 것이다. 디트로이트 지역 경제 활성화에 그림자가 짙게 깔린 순간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자선단체나 기업들은 이 때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을 외치면서 지역투자를 늘리며 도시로 들어왔다. 희망투자가 실질투자를 훨씬 넘어서는 순간이다.


물론 창출된 일자리가 도시지역에 한정되고 교외까지 확산되지는 못했다는 것과, 인종적 차별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투자의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며, 또한 일자리의 종류를 확대시킴과 동시에 노동력 자체에 대한 인식, 종류의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트럼프 정부의 통화량 조정을 통한 경제정책은 위와 같은 미시경제적 측면 외에도 거시경제적으로도 다양한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이론적으로는 시중의 돈이 은행으로 모이게 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발표를 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의 경기가 좋은 것으로 판단되어 해외자본이 미국으로 급속히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어느 국가에서 어떤 규모의 자본이 어떤 방식으로 흡수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거시경제적 변화를 암시하는 정책을 시도함으로써 미국에 투자하려는 해외투자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만이 올라가 결과적으로 투자가 낮아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급진적 통화정책은 전쟁이나 대공황과 같은 명확한 변화시기에 사용하면 상황에 대한 오판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거시경제적 규모를 조정하기도 쉽기 때문에 경제규모 확대에의 효과가 즉각적이며 상당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미국의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급진적 통화정책은 결과적으로 불확실성만을 높이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불안정성


하버드대학의 장하준 교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라는 책에서 보호주의를 비판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의 허점을 지적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보호주의로 경제성장을 이룬 경제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보호주의는 반대하며 스스로 성장을 위해 타고 올라온 사다리를 걷어차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선진국 스스로에게는 보호주의보다 신자유주의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그렇기에 트럼프가 시작한 세계 최고 경제선진국 미국의 보호주의적 경제개혁은 과연 현 시점의 선진국에게 유리한 경제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해 큰 실험을 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분석들이 트럼프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오바마 8년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낮은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트럼프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금융정책의 방향 그 자체보다 금융을 포함한 외교, 안보 등 많은 분야에서 나타나는 전반적인 불안정한 정책기조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것이 실상 트럼프의 통화정책을 더욱 주목 받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다 장기적인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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