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이슈브리프] 유럽의 싱크탱크가 본 한반도

고주현

2017.06.16

프로젝트: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 공동기획 - 세계 싱크탱크 동향분석
제목: 각국의 한반도 인식 (5) 유럽 - 유럽의 싱크탱크가 본 한반도
저자: 고주현 (연세-EU 장 모네 센터)
No.2017-27


여시재는 국내 5대 협력연구기관과 공동기획으로 세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한 각국의 현안과 주요 연구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이번 기획의 주제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및 유럽 국가들이 현재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이다. 한반도는 주변국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각국에 있어 한반도와 관련된 중심 문제는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나아가 새로운 한국 정부에 대해 각국에서는 어떠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주요 현안 및 관련 정책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의 싱크탱크가 본 한반도

이 보고서는 유럽의 여러 싱크탱크에서 다룬 한반도 관련 보고서 및 기사를 바탕으로 유럽에게 있어서 한반도는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며, 유럽 싱크탱크들이 한반도와 관련하여 중요하게 다루는 중심 이슈는 무엇인가를 분석한 보고서이다. 이를 위해 영국의 채텀하우스(Chatham House), 파리에 위치한 EU전략연구소(EUISS),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아시아연구소(EIAS), 이탈리아국제문제연구소(IAI), 네덜란드국제관계연구소(Clingendael), 핀란드국제문제연구소(FIIA), 폴란드국제문제연구소(PISM) 등 국제관계 및 아시아 문제를 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들이 사이트에 게재한 한반도나 동아시아 관련 기사 및 정책보고서를 주로 분석하였다.

전반적으로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북한 문제를 제외하면 단독적으로 한국에 그다지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상황이다. 북한 문제를 제외하고 이들이 한국이나 한반도를 다루는 것은 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과 중국의 관계 변화, 역사 및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이 지역 국가 간의 갈등 등을 다루면서 한국이 언급되고 있다. 즉, 한국이나 한반도를 동아시아라는 커다란 지역 단위의 구성 요소로서만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다. 위에서 언급한 유럽의 여러 싱크탱크가 다룬 동아시아 관련 기사 및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국제무대에서의 중국의 부상,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 등 거의 모든 관심이 중국에 쏠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일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일본에 대한 관심도 중국에 비하면 이전만 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한반도에 대한 분석도 북한 인권 문제나 북핵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은 북한 문제를 다루면서 이에 대한 반응이나 전략 등을 소개하는 정도이다. 물론 일부 싱크탱크에서 최근 나타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관해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느껴지는 이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서 관심이 적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유럽의 여러 싱크탱크 중 최근 한국에 비교적 많은 관심을 보이는 싱크탱크는 영국의 채텀하우스(Chatham House),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IAI),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PISM),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FIIA)를 주로 꼽을 수 있지만, 이들 싱크탱크가 중국이나 일본 문제를 분석한 기사나 정책보고서와 비교하면 그 관심도나 분량이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는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관심에 비하면 미약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분석이 중국문제 전문가나 일본문제 전문가에 의해 작성된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최근 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전에는 아시아에 소극적이었던 유럽이 아시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석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6년 10월부터 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가 영국의 채텀하우스와 독일의 콘라드아데나워재단(KAS)과 함께 3년 기간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구 및 자문 네트워크 프로젝트(Asia-Pacific Research and Advice Network project)를 진행하게 된 것은 최근 유럽의 싱크탱크들의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유럽의 여러 싱크탱크에서 다루어진 한국이나 한반도에 대한 분석은 주로 북한 문제,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변화, 동아시아에서의 유럽의 역할, 한국의 차기정부 전망 등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해 볼 수 있다.

유럽 싱크탱크가 본 북한 문제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북한이 이라크와 리비아 사태를 통해서 핵개발이 유일한 체제 유지 방법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FIIA 2017, FIIA 2015, EUISS 2015).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 조치만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대북 제재 조치 성과는 북한의 중요한 교역상대인 중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EUISS 2016). 현재 UN은 안보리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재원확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여러 국가들에게 북한의 석탄, 철, 금 등 천연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EU, 한국 등도 북한의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위해 각자 추가적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개성공단을 폐지하였으며, 미국의 경우도 북한과의 교역, 금융거래 등을 금지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EUISS 2016). 그러나 현재까지 취해진 국제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 조치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이는 대북 제재가 일관적이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실행되지 못한 탓이라고 2017년 2월 UN 전문가 보고서에서는 지적하고 있다(FIIA 2017, FIIA 2015, EUISS 2015).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 전문가들은 UN 및 제재 실시 국가들이 일관성 있는 대북 제재를 취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클린턴 행정부를 시작으로 부시 행정부를 거쳐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약 20년 간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북핵문제는 더 악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북핵 관련한 미국의 전략 실패는 미국 정부의 우유부단과 비일관성으로 인한 것으로, 미국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협상 전략을 구사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유럽의 싱크탱크는 판단하고 있다(채텀하우스 2016). 특히 여러 싱크탱크들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이후 이전보다 더 일관성 없는 태도로 북한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아직 집권초기이지만 북한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써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FIIA 2017, 채텀하우스 2017). 한편,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적이지 못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집권 당시 신뢰에 기반을 둔 건설적 대북 관계를 강조했지만, 집권이후 박근혜 정부의 무능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IAI 2017).

한편, 유럽의 여러 싱크탱크는 유럽연합(EU)의 대북 접근법을 미국과는 차별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 EU는 기본적으로 북한과의 외교 관계는 지속하면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략(critical engagement)을 사용하고 있다(IAI 2017). 물론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 위협이 점점 커지고, 이에 대한 EU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현재는 EU가 북한에 대해 기존에 취해오던 접근법이 지속 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다(EIAS 2016). 그러나 EU만의 대북 접근법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 신뢰 있는 대화를 촉구함으로써 한반도에서 EU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준다고 평가되고 있다(EUISS 2016, FIIA 2015). 또한 EU가 그동안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비교적 저조했지만 최근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북한문제 해결에 EU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IAI 2017).

마지막으로 북한 체제 유지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일단 북한의 엘리트 계층이 현 체제에 대해 만족하고, 북한체제에 대한 반항 움직임이 즉각적으로 탄압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북한의 체제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북한 젊은 세대들의 태도 변화, 지방정부의 장악력 붕괴, 김정은 사후 북한 권력층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북한정권은 결국 붕괴될 것으로 예측했다(FIIA 2015).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질서 재편과 한반도

유럽의 여러 싱크탱크들은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힘의 균형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그 일부로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오랫동안 미국은 아시아 중시 전략을 취해오면서 이 지역 내 경제 및 안보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중시 전략을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으며, 이 지역에서의 안보제공자로서의 역할을 뚜렷이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은 일본, 한국과 기존의 동맹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이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일극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FIIA 2016, 채텀하우스 2017). 그러나 오바마 집권 말기부터 아시아 지역 내 미국으로 기울어졌던 힘의 균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에 대립하면서 친미 노선을 추구했던 필리핀의 경우 두테르테 대통령 집권 이후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며 실리중심의 전략외교를 추구하는 사례가 잘 보여주듯이 이제 아시아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FIIA 2016).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 되면서 아시아 지역 질서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채텀하우서 2017). 유럽의 여러 싱크탱크들은 아시아 지역과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미국주도의 일극체제에서 여러 국가가 개입하는 다극체제를 선호하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대아시아 접근 방식이 기존의 전략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한다(채텀하우스 2017). 트럼프의 대아시아 전략 변화로 이 지역에서의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서는 EU도 역시 아시아 지역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준다(채텀하우스 2017, PISM 2017, FIIA 2016). 한편,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주변국 인식을 분석하면서, 일본은 아시아 내에서의 중국의 패권 강화를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반면, 한국은 그 정도가 훨씬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EUISS 2016).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유럽 싱크탱크들은 이전과 달리 미국이 북한에 일방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채텀하우스 2017). 지난 4월 6-7일 양일 간 진행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의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가 시리아에 미사일 공격 명령을 한 것은 양국 간에 안보이슈 해결방식에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준 자리라고 평가되고 있다(채텀하우스 2017).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접근 방식이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은 아시아 지역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한편, 아시아 지역 내에서 세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한국의 관계와 관련해서 여러 싱크탱크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치 및 경제적으로 긴밀해졌지만 최근 냉각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주목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였으며 이것은 기존에도 긴밀했던 경제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2015년 한-중 FTA가 체결되는 결과까지 낳았다(EUISS 2016).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해서도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멤버로 참여할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상호보완성을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한국의 태도는 일대일로 구상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일본이나 인도와는 대조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EUISS 2016). 박근혜 정권 중반기까지 긴밀했던 한국과 중국 양국 간의 관계는 그러나 2016년 한국 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하자 급속히 냉각되었지만 친중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국관계는 다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IAI 2017).

동아시아에서의 EU의 역할

동아시아 지역 질서가 기존의 미국주도의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고, 중국의 부상과 함께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문제에 EU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데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IAI 2017, EUISS 2016, PISM 2015, EIAS 2014). 사실 그동안 유럽에게 아시아는 전략적 중요성 면에서 최우선 순위에 있는 지역은 아니었기에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 지역에 소극적으로 접근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주도적으로 개입하던 미국이 트럼프 집권이후 대아시아 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역질서가 재편되면서 이제 EU에게도 아시아는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많은 유럽 국가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인구적, 경제적, 전략적 면에 있어서 동아시아는 유럽에게도 매우 중요한 지역이 되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아시아에서는 현재 중국이 구상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 한국, 일본, 인도 등 여러 국가들의 인프라 구축 및 건설 사업이 진행되는 등 경제적 기회가 많은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이러한 사업들은 유럽 국가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등 경제적 이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PISM 2016). 중국의 일대일로를 통한 서진정책 및 유럽에게 있어 아시아지역의 중요성 증가는 유럽과 동아시아 양측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U의 경우 기존에 미국이나 중국이 취했던 접근법과는 달리 유럽만의 규범 및 가치를 강조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갈등 해소 및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EUISS 2016). 특히 북한 인권문제나 민주주의 사안의 경우 미국과는 달리 EU만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PISM 2015). EU의 경우 북한 인권 문제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EU 공동외교정책, EU 기구 등을 통해 EU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EIAS 2015). 현재 EU는 북한에 대해 경제적 제재와 건설적 정치 대화를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에서 EU가 인권문제 해결에 있어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북한과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하는 EU만의 접근법은 미국과는 차별되는 것으로 EU만의 방법으로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IAI 2017, EIAS 2016).

또한 같은 맥락에서 동아시아 지역,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간에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역사 갈등 및 해양 영유권 갈등에 있어서도 EU가 다른 국가들이 수행할 수 없는 EU만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EUISS 2015). 현재 동북아에서는 일본-러시아 간의 쿠릴열도 분쟁, 한국-일본 간의 독도 분쟁, 일본-중국 간의 센카쿠 열도 분쟁 등 이 지역 내 여러 국가 간에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역사적 갈등 및 영유권 분쟁은 관련 국가들이 역사 및 영유권 기준을 서로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하는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EUISS 2015). 현재 동북아의 경우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지역인 동시에 과거에 얽매인 지역이라고 평가하면서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EU가 이 지역의 갈등에 있어 규범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EUISS 2015). 즉, EU가 역사적 갈등을 극복하고 현재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룬 만큼 아직 역내 국가 간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에 유럽만의 갈등해결 경험을 전수하고, 유럽가치를 전함으로써 이 지역의 평화, 특히 한일관계 개선에도 커다란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이점을 강조하고 있다(EIAS 2014).

유럽의 싱크탱크가 전망한 한국의 차기정부

한국의 최근 정치상황과 관련하여 유럽의 싱크탱크들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한국 정치 및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주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모든 한국인들을 대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한국사회의 좌우 대립을 심화시켰으며, 소통부재와 비선측근에 의지한 정치로 인해 민주주의를 역행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채텀하우스 2016).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그동안 잠재되어 있었던 한국사회의 정치분열 및 세대갈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채텀하우스 2017). 또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사건으로 한국인들이 민주주의의 역행과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고조되어 촛불시위로 번진 것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한국의 현재 상황이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기성정치체재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는 극우적 포퓰리즘 부상과 비슷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채텀하우스 2016).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대통령으로 누가 집권하던지 차기 정권은 한국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측면의 갈등을 치유하고 불안정한 동아시아 정세에서 외교 정책을 펴야 하는 등 까다롭고도 어려운 막대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채텀하우스 2017).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는 새로 집권하게 될 한국의 정치지도자에게 정치인의 신뢰와 정당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았다(채텀하우스 2016).

한편, 한국에서의 새로운 정권 출범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정책, 미국과의 관계,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전 정부와는 정책 기조가 많이 다른 점을 들면서 이 세 분야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PISM 2017). 우선,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조건만 충족된다면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대북 지원에 있어서도 이전보다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며, 개성공단 재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다음으로 한미 관계의 경우, 강력한 한미 동맹이 여전히 한미관계의 기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에 변화가 있으며, 문재인 정부가 미국에 대한 한국의 군사 자주권을 주장하고 북한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미 관계가 이전보다는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한 새 정부가 사드배치나 방위비 분담과 관련하여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점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이전보다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마지막으로 한중관계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사드배치를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사드배치 문제로 인해 최근 경색된 한중관계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약화하는 것이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멈추게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점에 있어서도 문재인 정부와 중국의 입장이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이 얼마 되지 않은 관계로 이 문제에 대한 분석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사안을 다룬 몇몇 싱크탱크들은 현재 동아시아 질서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북한의 도발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정치 및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국의 새로운 정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와 새로운 정권 출범으로 야기될 변화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참고]

■ 채텀하우스(Chatham House)

“Seoul searching” (2017년 5월, James Hannah, Assistant head of the Asia Programme, Chtham Houuse)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고, 중국과 미국 간 관계가 긴장된 가운데 발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국에게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할 것으로 평가됨. 한국사회에 만연된 정치적/사회적 분열이 노출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집권으로 동북아 정세에 변화가 나타나는 시점에 새로 선출될 한국의 대통령은 한국이 직면한 여러 중대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임. 새로운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통합을 도모하고, 국제무대에서는 실용적 전략으로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임.

“Trump-Xi meeting Shows Aisa Is Moving Into a New Era” (2017년 4월 10일, Adam Ward, Deputy Director, Chatham House)

지난 4월 있었던 중미정상회담은 트럼프의 아시아지역에 대한 접근 방식이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것은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 최근미국이 취한 일련의 행동을 보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아시아에서의 다극체제를 강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이것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되고, EU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임.

“Bluster Cannot Strip North Korea of Its Trump Card” (2017년 4월 5일, Kerry Brown, Professor, Associate Fellow, Asia Programme)

북한문제는 북한이 중국 옆에 위치는 위치해있기 때문에 더더욱 해결이 어려움. 중국과 북한을 주종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트럼프는 중국에게 북한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을 요구함. 트럼프는 중국에 북한에 변화를 야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추구하고, 중국에 이를 강하게 요구함. 트럼프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중국과 최대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함.

“Populism Comes to South Korea” (2016년 12월 20일, Dr. John Nilsson-Wright, Senior Research Fellow, Asia Programme)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한국인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음. 박근혜 정부는 소통부재와 비선에 의지한 정치로 인해 실패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됨.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한국국민의 기존정치에 대한 분노는 현재 미국, 유럽 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포퓰리즘적 경향과 비슷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 이러한 불만/항의 분위기는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정치변화를 야기할 수 있음.

“Washington’s Failure to Resolve the North Korean Nuclear Conundrum: Examining Two Decades of US Policy” (2016년 9월, Niv Farago)

지난 20년간 미국인 북한과 북핵관련 논의를 진행해왔지만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남. 여전히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무기 보유에 전념하고 있음. 이러한 북핵협상 실패 책임을 온전히 북한에만 돌리는 것은 일관적이지 못했던 미국 정책의 과오를 과소평가하는 것임.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 모두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을 사용하는데 실패한 것임. 이러한 미국정책의 실패요인을 파악하여 북한과의 장기적인 신뢰구축에 기반을 둔 정책 추구가 필요함.

“South Korea’s Middle-Power Diplomacy: Changes and Challenges” (2016년 6월 22일, Sung-Mi Kim, Former Visitng Fellow, Asia Programme, Chatham House)


< 저작권자 © 태재미래전략연구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