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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트럼프 제조업 부활 공약 분석 3. 일본- 걱정스럽지만 일부에선 기대도

남기정

2017.04.16

보호무역 마찰 피하려 미국 현지생산 늘려야 하나 고민

트럼프의 등장을 일본 기업들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제조업을 되살려 고용을 늘리겠다는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중국과 멕시코 제품을 주 타깃으로 한 것이긴 하지만 일본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많은 전자소재 부품 회사는 중국에서, 자동차 주요 기업들은 멕시코에서 대미 수출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정말로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다면 일본 제조업체들은 마찰을 회피하기 위해 미국에서의 현지 생산을 늘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도요타의 국내 생산비율은 약 45%인데 공장이 미국으로 옮겨가게 되면 국내의 공동화는 더욱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한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중국 등 신흥국 시장은 일본 제조업에 덜 매력적이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일본의 제조업은 바야흐로 시련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등장이 일본의 제조업, 특히 자동차 산업에 역풍이라는 건 과장된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일본 자동차공업회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산 자동차 제조업체는 미국에서 약 385만 대(2015년)를 생산하고 있다. 오토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는 657만 대다. 즉 이미 일본 자동차 업체는 신차 판매 대수의 60%를 미국에서 현지 생산하고 있어 현지 생산을 늘리는 데 따른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도요타는 미국 내 9개 생산거점을 갖고 있다.

또한 도요타는 미국 내에 9개 생산 거점을 갖고 있고 닛산은 5개, 혼다는 7개 생산 거점을 갖고 있어 미국 내 고용 창출에 충분히 기여하고 있다. 이 점도 트럼프의 미국을 설득하는 데 일본 기업의 강점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다. 그런데도 업체에서는 트럼프의 미국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미국으로의 생산 거점 이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원래 자급자족 국가이고, 자동차산업에서도 자국시장에서 자기완결적으로 생산·유통·소비가 가능하다고 믿는 국가여서 이를 감안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전비와 현지 종업원의 교육 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신흥국으로의 생산지 이전이 총비용에서 볼 때 적자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특히 중서부)이 제조업 공장 입지로서 매력을 되찾고 있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로 일본 업체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게 인건비다. 중국에서 가파르게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의 등장을 미국에 의존하는 경제 운영 체제를 수정할 기회로 보는 입장이 있다. 일본의 중소 제조업자들이 운영하는 정보 교환 사이트에는 ‘트럼프의 관심이 국내로 향해 있는 지금 일본이 경제적인 자주독립을 통해 내수 중심의 풍요로운 국가로 변모시킬 기회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논설이 실렸다. 세계화 속에서 ‘패배를 강요당해 왔다’는 피해의식이 있는 일본의 중소 제조업체들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낫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등장을 성찰의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제조업에서의 고용이 감소하고 있고 제조업의 고용 감소 경향에 맞물려 평균 급여도 하락하고 있으며, 제조업의 임금 수준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일본이 미국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에서 야마모토 류조(山本隆三) 일본 국제환경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 이상으로 일본에서 제조업 부활과 이를 위한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제조업을 통한 경제성장의 실현과 에너지 비용 삭감을 위해 일본 정부가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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