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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트럼프 제조업 부활 공약 분석 2. 중국 -“미국의 제조업 귀환은 가짜 명제”

서정경

2017.04.16

제조업은 적자, 서비스는 흑자 구조 안 바뀌면 효과 없어

중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제조업 부흥이 그리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미국 기업의 해외 이전 현상은 금융제국 기득권을 누려 온 미국이 기존의 시스템 속에서 필연적으로 안게 된 ‘구조적 문제’로서 이것을 극복할 여력이 충분한지에 대해 평가가 후하지 않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해외 자산에 대한 증세, 해외 은닉재산 및 부정수입에 대한 처벌수위 강화 등을 추진했을 때도 200여 개에 달하는 미국 기업들이 잠시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이후 다시 해외로 빠져나간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조업 적자와 서비스업 흑자라는 기본적 구도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제조업 부흥계획의 효과는 크지 않고,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명령이나 제재 같은 강경 입장을 지속한다면 오히려 더 많은 문제가 야기될 거라는 전망이다.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국정연구원장은 심지어 “미국의 제조업 귀환은 가짜 명제(僞命題)”라고 단언했다.

이러한 중국의 심드렁한 반응은 미국에 대한 객관적 평가 외에도 중국이 현재 제4차 중국판 산업혁명을 추진하며 세계 제조강대국을 지향하는 상황과 관련 있다. 국무원이 2015년 제시한 ‘중국 제조 2025’에 따라 중국은 이미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 제조업 관련 주요 지표를 설정했고 장기적으로 제조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3단계 발전전략을 구축했다.

여기에는 인건비 상승 및 저성장시대에 들어선 중국이 인터넷 플러스와 제조업 간 융합발전을 통해 민간 창업을 활성화하고 장기적으로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런 중국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계를 드러낸 미국의 제조업 부활 및 성장동력 장악은 그다지 달가울 리 없다. 미국의 산업정책 전반에 ‘미국 우선(America First)주의’가 내재해 있다는 사실도 중국의 입장에선 불편하다.

전자동 생산시스템을 갖춘 중국 하이얼. [중앙포토]

물론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객관적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AI) 로봇, 3D 프린터, 디지털 설계 기술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앞서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제조업을 비교적 관점에서 보고 중국의 우위를 강조하는 견해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이펑(易鵬) 반고싱크탱크 이사장은 중국이 미국보다 강한 분야로 인력 자원, 토지, 물류, 에너지, 자금을 꼽았다.

글로벌 경제 침체기를 맞아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장기적으로 제조업 일자리의 지속적 감소라는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제조업 혁신, 산업체질 업그레이드라는 국가적 과제를 등에 업고 공급 쪽 개혁과 일대일로 등을 추진하는 중국의 발걸음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는 ‘미국 제조’ ‘유럽 제조’ ‘중국 제조’를 넘어 ‘글로벌 제조’가 트렌드가 됐다는 사실이다.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증대하고 연동성이 강화된 시점에서 미국의 보호주의를 비판하는 중국의 자국 산업정책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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