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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대화 / 제임스 맥건 펜실베니아대 교수] 싱크탱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원정 (여시재 정책혁신실장)

2021.10.22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과를 확산시켜라”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라”
“AI 등 신기술과 경영을 이해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VUCA’ 시대라고 한다.

VUCA는 변동성(Volatil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한 마디로 우리는 예측불가능의 시대를 살고 있다.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대에 미래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크리스탈 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시대 싱크탱크는 개인과 기업, 국가의 판단을 도와주는 크리스탈 볼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전문성과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주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또 싱크탱크의 전통적 파트너인 정책결정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포용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로 사회의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며 지식 대중의 목소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시재는 한국 싱크탱크의 혁신 과제를 연구하면서 최근 싱크탱크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제임스 맥건(James McGann) 교수를 인터뷰했다. 맥건 교수는 펜실베니아 대학 산하의 TTCSP(Think Tank and Civil Societies Program)를 이끌며 15년 이상 세계 싱크탱크 동향을 분석하고 랭킹을 매긴 ‘Global Go To think Tank Index’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아래 맥건 교수와의 핵심적인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Global Go To Think Tank Index Report 2020 (출처: TTCSP 홈페이지)

Q. 올해 초 미국 국회의사당 폭력 사태를 통해 우리는 정치적으로 극명하게 분열된 미국 사회를 목격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같은 정치 지형에서 싱크탱크가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의제를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A. 이 이슈는 예전부터 싱크탱크들이 고민해 온 문제다. 다만 지금 훨씬 심각해졌을 뿐이다. 기술, 소셜미디어와 네트워킹, 그리고 넘쳐나는 정보와 아이디어 시장이 정치적 양극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싱크탱크들은 이 같은 노이즈를 극복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그러나 합리성과 증거, 전문성에 기반한 목소리가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싱크탱크들이 기술을 활용해 자신들의 연구물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핵심 오디언스(key audience)와 이해관계자들을 효과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싱크탱크들에 양날의 검과 같다.

내가 싱크탱크에 주는 주된 메시지는 문제의 일부가 아니라 해결책의 일부가 되라는 것이다.

Q. 핵심 오디언스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오늘날 싱크탱크들에 핵심 오디언스는 누구인가.

A. 역사적으로 싱크탱크의 핵심이자 주요 오디언스는 정책 입안자, 다음은 언론이었다. 그러나 공공정책을 수립하는데 정책 입안자나 전통 언론뿐 아니라 점점 일반 대중들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물론 싱크탱크가 일반 대중 모두를 공략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선별적으로 타겟팅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기술을 활용해 “당신이 X를 읽었다면, Y를 좋아할 것이다”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싱크탱크도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마케팅하고 소통하는데 같은 기술, 같은 전략적 접근을 해볼 수 있다.

Q. 오늘날 일반 대중이 싱크탱크에 더욱 중요한 오디언스라는 것인가.

A. 포퓰리즘의 차원이 아니라 과거에는 정부가 정보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었지만, 정보화 시대, 디지털 시대, 그리고 지금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훨씬 확대됐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이 갖고 있던 정보와 권력의 독점은 예전처럼 강력하지 못하다. 물론 여전히 상당한 통제권을 갖고 있지만, 대중들 역시 정보에 접근하고 결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정책 입안자들이 대중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Q. 싱크탱크들도 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의 반발에 부딪힐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지금 미디어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하는 방식이나 속도의 변화에 저항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기존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은 과제다.

A. 예전에 워싱턴포스트에 ‘싱크탱크들은 혁신하지 않으면 소멸할 것이다(Think Tanks Must Innovement or Die)’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제 싱크탱크들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의 절반, 또는 3분의 1일뿐이다. 정보제공과 정책 조언의 시장은 매우 붐비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시장을 어떻게 뚫고 당신의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도달해 읽혀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세계은행과 같은 훌륭한 기관이 제공하는 PDF의 3분의 2는 읽히지 않거나 다운로드 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이 연구들이 훌륭하지 않은 게 아니다. “우리가 연구해서 쓰면 정책 입안자들이 길을 내서 찾아와 줄 거에요”와 같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Q. 전통적 미디어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의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혁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미디어 그룹의 사례이다. 싱크탱크 부문에서 디지털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사례를 공유해달라.

A. 세계적으로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그중 워싱턴에 있는 CSIS(전략국제문제센터)의 경우 정책 브리프나 핵심 정책 이슈들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을 바꿨고, 정책 채택에 큰 보상을 줬다. 브루킹스는 연구자들이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페이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교육했다. 이를 통해 브루킹스의 연구물은 정책으로 채택되는 비중이 극적으로 높아졌다. 페루의 D&D, 독일의 에코로직 등도 기술을 매우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세계 많은 싱크탱크들이 연구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정책 연구물의 형태도 반드시 보고서나 책일 필요는 없다. 브루킹스는 과거 매달 1~2권의 책을 내놓았지만, 이제는 그를 얽매이지 않는다. 이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책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같은 품질의 정보를 얻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모두 핸드폰을 갖고 있고, 그들은 항상 이동 중이기 때문에 하드카피보다는 핸드폰을 통해 정보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싱크탱크들은 현실 세계의 변화를 직시하고 적응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시장에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Q. 싱크탱크의 경쟁자는 더 이상 다른 싱크탱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향력 있는 유튜버나 블로거들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갖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여론을 만들어 낸다. 싱크탱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 역사적으로 싱크탱크의 경쟁자는 다른 싱크탱크였지만, 오늘날 다양한 이유로 싱크탱크와 경쟁하는 기관들이 많아졌다. 컨설팅 회사나 로펌, PR 회사들이 그 예다. 대학들도 정책에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들은 유연성과 이동성을 갖고 있는데, 그들이 똑똑하고 기술 적응력이 높다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당신의 경장사는 단순히 국가 내의 싱크탱크가 아니다. 글로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싱크탱크에게 있어 기술은 일종의 레벨러이다. 자신의 콘텐츠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유통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하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데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13살 아이가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어떤 학자도 할 수 있다. 싱크탱크들은 직원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지금은 핸드폰으로도 정보를 생산하고 배포할 수 있는 세상이다.

Q. 싱크탱크는 전통적으로 학계와 일반 대중, 정부나 정책 결정권자와 시민 사회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지금과 같은 정치 지형, 디지털 환경에서 싱크탱크들은 어떻게 시민들의 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A. 앞서도 강조했지만 잡음과 부정적인 노이즈가 넘치는 환경 속에서 지금은 싱크탱크들이 핵심 정책 이슈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균형 잡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이다. 우리는 지금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고 싱크탱크들은 명료하게 의식적으로 이를 주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사회가 전체가 양극화되고 미디어도 나뉘어지고, 기관들도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때 싱크탱크가 적절한 위치에서 합리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솔루션의 일부가 될 수 있고 국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싱크탱크는 상아탑이나 대중과는 격리된 소수의 엘리트 집단으로 비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싱크탱크들이 갖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수도에 밀집해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싱크탱크가 서울에 있다. 정부가 세종으로 이동하면서 세종에 위치한 싱크탱크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세종은 국가의 중심 밖 지역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워싱턴 벨트웨이에 모여있다. 인도는 모든 싱크탱크의 95%가 델리에 있고, 브라질도 리우와 상파울루에 90%의 싱크탱크가 모여 있다.

싱크탱크들이 국가의 일부분에만 집중돼 있다는 것은 그들이 대중과 단절된 엘리트의 일부라는 인식을 강화시킨다. 수도 밖의 사람들과도 연결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2016년 미 대선 이후 싱크탱크들은 트럼프의 당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국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중들을 보지 않았고 그들을 포용하지 못했다.

헤리티지재단의 경우는 수년 전부터 이를 인지했다. 그들은 미국 전역의 지역 신문들에 직원이 적고 콘텐츠를 생산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그들의 연구자들이 지역 신문에 오피니언 등을 쓸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콘텐츠의 퀄리티가 높고 흥미로우니 사람들이 이를 읽었다. 헤리티지는 다른 많은 엘리트 진보 싱크탱크들이 하지 못했던 미국의 주요 지역들에 영향을 미쳤다. 수도 밖 지역의 오디언스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Q. 리딩 싱크탱크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A. 싱크탱크를 평가하는 벤치마크 지표를 오랫동안 작성해오면서 핵심은 그 기관의 리더십과 문화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리더가 그 기관을 정의한다. 싱크탱크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120명을 인터뷰하면서 얻은 결론은 리더십이었다. 리더십은 대표뿐 아니라 이사회를 포함한다. 리더들이 싱크탱크가 성장해야 하는 핵심 분야에 얼마나 헌신적인지, 필요한 인적 자원과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모두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헤리티지를 설립한 에드윈 퓰너는 혁신가이자 천재였다. 오늘날 독일 에코로직을 설립한 안드레아스 크레이머, 이탈리아 ISPI의 파울루 마그리 등도 싱크탱크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고 정부를 위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조언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직을 변모시킨 사람들이다.

Q. 중국이 싱크탱크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많은 수의 중국 싱크탱크가 생겨났다. 이들의 영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A. 시진핑 주석은 중국 싱크탱크들이 브루킹스나 채텀하우스, 카네기재단 등 굴지의 서방 싱크탱크들과 경쟁하기를 원한다. 또 그는 싱크탱크가 중국의 현대화와 개혁을 앞당기는 주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싱크탱크의 수가 많아졌다고 그들이 생산하는 연구물의 질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중국 싱크탱크는 아직 현대화와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들은 투명하지 않다. 그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누가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중국이 그들의 싱크탱크에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숫자는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준이 낮다. 새 술을 낡은 부대에 담은 격이다.

또 그들은 세계 다른 나라의 기관들과 의미 있는 파트너십을 맺고 있지 않다. 사회과학 연구의 국제적인 기준을 따르지 않는 연구는 신뢰할 수 없다. 중국의 싱크탱크들은 중국의 새로운 만리장성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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