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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한국의 전략은 ⑤] 바이든 통상 정책, 트럼프와 닮은꼴

이효영(국립외교원 교수)

2020.12.14

한국은 美도 中도 아닌 ‘중견국 다자주의 통상 연대’ 모색해야

여시재는 바이든 시대 미국 외교안보정책과 북미관계, 미중 대립의 판도와 통상 정책 등 주요 분야에서 예상되는 변화와 한국의 대응 방안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앞서 미국의 정치 지형과 한국의 대미외교 전략, 미중 경쟁 속 한국의 대응 방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살펴봤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의 통상정책이 글로벌 교역 환경에 미칠 영향과 한국의 과제에 대한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의 글을 공유한다.

<글 싣는 순서>

1. 미국 정세 분석

2. 외교 전략

3. 미중 갈등

4. 북미 관계

5. 통상 정책

(좌)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 (출처: 로이터)
(우)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지명된 중국계 미국인 캐서린 타이 미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민주당 수석 자문 변호사 (출처: AP)

바이든은 동맹국과의 무역 관계 중시

지난 4년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기치 하에 미국 통상 정책 역사상 가장 급격한 노선 변화를 강행하면서 70여 년 간 지속되어온 규범 중심의(rules-based) 국제무역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략적 경쟁국이자 적성국인 중국에 대한 공세는 트럼프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을 통해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었지만 EU, 캐나다, 멕시코 등 전통 우방국에 대한 강경한 무역조치는 예측을 벗어난 것이었다. 특히 그동안 다자무역규범의 이행 효과성 제고를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해 온 WTO 분쟁해결기구를 유명무실한 상태로 만들어버린 것은 다자무역 체제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깊은 불신을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동맹국과의 무역 관계를 중시하며, 보다 ‘다자주의적(multilateral)’인 접근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기 전에 주창되어 왔던 자유무역(free trade)을 수호하는 기존의 다자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 불리하지 않은 공정한 무역(fair trade)을 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기조 속에서 중국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자무역 체제의 기능을 복원시키는 노력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다자주의’는
미국 패권 유지 위한 ‘다자 연대’ 의미

바이든이 주창하는 ‘다자주의’란 분명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와는 달리 동맹국 여부에 대한 구분 없이 미국의 국력(power)을 기반으로 상대국을 압박하며 정치·경제적 이익을 추구해온 양자(bilateral) 중심의 관계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동맹국 및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like-minded countries)과의 다자적 연대를 구축하여 중국에 대한 효과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다자주의’와는 다소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바이든이 의미하는 ‘다자주의’란 진정한 의미의 다자주의라기보다는 여전히 미국 중심의(America First) 다자주의, 즉 미국의 글로벌 패권 유지를 위한 다자적 연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기존 패권의 안정화가 곧 글로벌 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더 나아가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하여 미국과 동맹국들이 연대를 강화한다는 논리로 발전된다.


바이든 집권 후 최우선 과제는 COVID-19 팬데믹 이후 미국 국내 경제의 회복 및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으로, 통상 정책은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밀려나 있다. 국내 경제의 회복을 구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바이든이 대선 공약으로 강조했던 것이 ‘Made in all of America (Made in America)’이다. 이는 기존의 ‘Buy American(미국산 구매 우대)’ 정책을 더욱 확대하여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키고 생산업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데, 미국 정부의 제조업 및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 과정에서 추진하게 될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 우대 정책은 반대급부로 외국산 제품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야기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정책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Made in America’는 근본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정책인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도
무역장벽으로 작용 가능

민주당 출신의 바이든 행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환경 정책도 자유무역의 확대보다는 보호무역의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바이든 후보는 환경 관련 대선공약으로 대통령 취임 첫날 파리협약에 재가입할 것과 2025년까지 ‘탄소조정세(carbon adjustment tax)’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 중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들의 수출품에 대해서는 관세 또는 쿼터 형태의 무역조치가 부과될 전망이다. 이 경우 탄소 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뿐 아니라 친환경 정책의 이행이 쉽지 않은 개도국에 대한 차별적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환경규제 완화 등을 통해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환경규제의 강화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 되는 정책적 선택일 수 있지만 민주당 내 급진파를 수렴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로서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온건파에 해당하는 바이든은 세계경제의 통합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내 지지 세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경제통합의 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노동과 기후변화 관련 규정을 적극 도입하는 방향으로 향후 무역협정을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동맹국에 대하여 수입관세를 부과한 조치이자 국가 안보의 개념을 통상 정책의 범주 안으로 가져온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조치도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철폐되지 않고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경제 안보는 국가 안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철강·알루미늄 등 제조업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의 생산 역량을 제고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232조 조치에 의거한 새로운 조사를 제기하지는 않더라도 미국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시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입관세 부과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출처: 로이터)

첨단 기술 분야 미-중 ‘디커플링’ 심화 전망

Made in America 정책과 더불어 미국의 신행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미국 기업에 대한 추징세 부과 등의 과세 정책은 세계 공급망의 재편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기업이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 내에서 판매할 경우 최고 28%의 법인세와 함께 판매 수익에 대한 10%의 추가 과세를 하는 한편,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대규모 투자 기업에 대해서는 10% 세액 면제의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는 강력한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도입하고 있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와 함께 적용되며 북미 지역 내 미국 중심의 제조업 공급망 재건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관세전쟁으로 시작하여 5G 기술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으로 발전해 온 미-중 무역 갈등은 기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시켜왔다. 제조업 분야의 경우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의 이행을 위해 중국의 대(對) 미 수입 증가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미국과 중국 간 ‘탈 동조화’가 현실적이지 않은 반면, 반도체, 5G, 이동통신 서비스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의 대(對) 중국 수출 및 투자 규제를 통해 중국으로부터의 ‘기술 탈 동조화’ 노력이 심화되어 왔다.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 안보’를 중시하고 미국의 기술 경쟁력이 중국으로 유출되어 중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일반 제조업 분야를 제외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미-중 간 ‘디커플링(decoupling)’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공급망(GVC)의 재편 현상은 2008-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무역 성장이 위축되며 GVC의 확대 추세가 약화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확대·심화와 함께 기존의 GVC는 지역 공급망(RVC)으로의 재편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GVC의 성장과 세계무역의 확대는 사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경제권역별 RVC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는데, COVID-19 위기 이후 미국, 독일 등 주요국의 주도로 적극적인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의 추진을 통해 역내 무역과 내수 활성화에 주력하며 RVC뿐 아니라 ‘국내 공급망(Domestic Value Chain)’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2020년 7월 발효된 USMCA를 통해 미주 지역의 RVC 강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각종 법인세 인하 정책을 통해 국내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EU도 2030년을 목표로 산업정책 전략을 발표하여 EU 단일시장 강화를 통한 유럽 지역의 RVC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다자주의적 연대’의 일환으로 WTO 다자무역 체제의 개혁 문제도 중국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중 간 ‘디커플링’의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이 제기해 온 WTO 체제 개혁의 문제는 중국의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 체제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이 WTO 상소기구 위원의 임명을 저지하며 분쟁해결기구의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킨 배경에는 중국의 국유기업을 둘러싼 WTO 상소기구의 해석 문제와 중국의 수입 급증에 대응하여 미국이 부과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치와 관련된 일련의 불합치 판정이 이유라 할 수 있다. 또한 개도국 세분화 문제는 중국과 같이 거대 경제력을 지닌 국가가 ‘자기선언’ 방식을 통해 WTO 협정상 의무에 대한 개도국 특혜 대상이 되고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자무역 체제의 기능 회복 노력과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새로운 디지털무역 규범을 도입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데이터 주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입장 차이로 합의 도출이 난망되는 상황이다.

2015년 12월 12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 협약 당사국은 2020년 이후 적용할 새로운 기후협약으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출처: COP21 홈페이지)

최근 바이든이 대선 공약으로 주창했던 노동자와 환경 보호가 새로운 통상 정책의 기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역시 미-중 관계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까지 도입 계획을 발표한 탄소조정세는 친환경 정책 추진 여력이 부족한 개도국과 탄소 배출량 1위국인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이 향후 추진하게 될 무역협정도 바이든 후보가 예고한 바와 같이 노동과 환경 보호 관련 규정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은 USMCA 자동차 원산지 규정에 ‘노동 부가가치(LVC)’ 요건을 신설하여 통상 정책 영역에 노동 현안을 연계시킨 바 있으며, 최근에는 중국 위구르 지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제재 조치 등을 담은 법안이 미 하원에서 통과되는 등 노동·인권 분야로 미-중 무역 갈등의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反 중 다자연합 구상
바이든 정부서도 승계 가능성 커

중국이 자국 경제체제의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미국은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형태의 ‘다자주의적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는 이미 중국 견제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복수국간(plurilateral) 연합 구상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발표된 바 있는데, 미-일-호주 간 글로벌 인프라 표준을 제공하고자 하는 ‘Blue Dot Network’,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 간 경제연합체인 ‘Economic Prosperity Network’, 미-EU-일 간 WTO 산업 보조금 규제 강화를 위한 공동성명 등이 그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이러한 구상의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나, 이들 구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주창하는 다자주의적 구상이라는 점과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속성을 갖고 추진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 한국은 과연 미국의 신행정부가 추진하게 될 다자주의적 연대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RCEP, 아시아 지역 RVC 부상
한국에는 긍정적 작용

최근 한국 정부는 아세안 10개국 및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하면서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메가 FTA의 참여국이 되었다. 우리가 기체결한 한-아세안 FTA를 업그레이드하여 아세안 상품 시장의 관문을 넓히고 처음으로 일본과의 FTA를 체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성과로 평가된다. 또한 우리의 신남방정책 대상국인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협력 및 역내 공급망(RVC)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과의 교역 관계 악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아세안 시장 진출 확대를 통한 교역 다변화와 아시아 지역 경제통합 주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RCEP의 누적 원산지, 무역원활화 및 전자상거래 규정 등을 통해 아시아 역내 공급망(RVC)의 확대와 심화가 예상되며, 더 나아가 COVID-19 이후 아시아 지역의 경제권역이 세계경제와 무역을 주도하는 중심지 역할을 더욱 공고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의 다른 개도국이 기존 중국의 GVC 참여 역할을 대체하고 제조업 역량이 제고된 중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역내 생산활동에 참여하며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RVC의 부상이 예견된다.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지역 15개국이 RCEP을 체결하게 되면서 우리의 신남방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 체결된 한-인도네시아 CEPA, 한-베트남 FTA 및 한-아세안 FTA의 자유화 수준을 제고하고 누적 원산지 규정을 도입하여 아시아 역내 국가 간의 생산·공급망 통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중·일 3국 간 처음으로 체결되는 FTA로서 의미가 큰 동시에 아시아 개도국 시장을 중심으로 3국 간의 역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도 예상된다.


RCEP의 체결에 따라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 재가입에 대한 논의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TPP 논의가 개시된 배경에는 미국과 교역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에게 적용될 수준 높은 무역규범을 마련하여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은 RCEP 체결을 통해 중국 주도의 자유화 수준이 낮은 무역 규범이 확산되는 것이 반갑지 않을 것이며, 미국을 비롯한 시장경제체제를 갖춘 국가들이 새로운 무역규범 수립에 주도적인 ‘rule-setter’의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바이든 당선자는 COVID-19 이후의 국내 경제문제 해결에 주력하며 한동안 새로운 무역협상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미국이 CPTPP를 비롯한 새로운 무역협정을 추진하지 않으며 국내 경쟁력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나 급변하는 대외 경제 환경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부상은 미국 신행정부에게 신속한 정책 대응을 크게 압박하게 될 것이다. RCEP 체결에 따라 미국의 CPTPP 가입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우리도 CPTPP 가입에 대한 정책적 필요성을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같은 중견국엔
바이든 시대 통상 환경 밝지 않아

향후 미국이 주도하게 될 다자주의적 연대의 형태와 내용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여 구체적인 통상 정책의 방향이 공개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 보다 공격성과 일방성은 다소 완화되겠지만 보호무역주의와 대(對) 중 압박의 기조는 연속성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체제 변화를 유도하고자 하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성공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미-중 관계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WTO 체제 개혁의 성공 여부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게는 바이든 행정부 하의 국제 통상 환경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견국인 한국은 유사한 입장을 가진 다른 중견국들과의 연대를 형성하여 강대국 간 패권 갈등으로 인한 불합리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자규범 논의의 주도권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요 통상현안별로 국익에 기반한 입장을 정립하고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민관 협력을 통한 정확한 산업 현장 이해 및 전문적 역량 제고를 통한 협상력 강화 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미국도 중국도 아닌 진정한 ‘다자주의적 연대’가 구축될 수 있도록 다른 중견국과의 합리적인 입장을 모아 새로운 시대의 국제통상 환경을 주도할 수 있는 국제규범과 체제의 방향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필자 이효영은 국제통상, 국제경제법, 다자무역규범, 통상정책 분야 전문가이다.

국립외교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외교안보연구소 경제통상개발연구부 소속으로 국제통상 분야의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통상 전공으로 국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였다. 주요 연구 발간물로는 ‘보조금 규제 강화와 미-중 전략적 경쟁’(2020), ‘최근 지역무역주의의 부상과 한국 통상외교의 과제’(2019),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과 안보의 연계: 동향과 시사점’(2018), ‘WTO 다자통상체제의 전망: 복수국가 무역협정의 역할 검토’(2018), ‘미국의 일방주의 통상정책: 수입규제 동향과 시사점’(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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