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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준 기회, 디지털 의료시스템으로 大전환해야

유승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이명호 (여시재 기획위원)

2020.12.11

미국선 비대면 진료 3000% 증가, 한국도 전화 처방 100만 건 돌파

원격의료가 진행되는 모습 (출처: 태백중앙병원)

디지털 없었으면 K-방역도 없었다

인류는 질병 앞에서 미약한 존재였다. 하지만 질병은 의료의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이나 EU 같은 국가들의 의료시스템은 감염병 환자의 급증에 대처하지 못하여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은 사스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의심자와 일반 환자를 분리하는 체계적인 감염병 관리 기준을 마련하여 안정적으로 의료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역 시스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감염자 진단 검사와 추적 관리 방법이었다. 확진자를 중심으로 접촉자, 접촉 장소를 추적하는 핀포인트 통제를 통해 감염자 경로를 차단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진단기술과 확진자 추적 기술의 기반은 디지털이었다.

우리나라는 현재(2020년 12월 7일 기준) 확진자 3만 7천여 명, 사망자 549명으로 치사율 1.44%로 전 세계 평균 2.29%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아직 확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가 확진자 6천 3백만 명, 사망자 146만 명이라는 참담한 고통을 받고 있다. 모든 국가들은 다양한 첨단 기술을 의료에 접목해가면서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 팬데믹과의 싸움을 통해 인류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팬데믹 위기의 종식 이후 우리나라는 디지털 의료 무한 경쟁의 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가? 초기 성공에 안주하여 ‘성공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디지털 의료에 주목하고 간접적으로 배우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장애요인에 막혀 있던 원격의료
팬데믹으로 각 국서 일제히 시작

의료는 전통적으로 환자와 의사 간의 ‘대면 상호작용 모델(진찰하고 처방한 뒤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과 중앙집중식 임상 워크플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집중식 의료시스템은 응급실과 대기실에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감염되지 않은 환자에게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팬데믹 상황에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의료진도 보호하고 환자도 감염에서 보호하는 비대면 진료(원격진료, 디지털의료)가 주목을 받았다.

비대면 진료에 사용되는 일부 디지털 기술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존재했지만 엄격한 규제와 까다로운 보험 기준으로 인해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 각국은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비대면 진료를 전격적으로 허용했다(Sirina Keesara et al., 2020). 우리나라도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를 허용했다.

현재 디지털 기술은 COVID-19 상황에서 아래의 그림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계학습을 이용한 디지털 역학 감시와 의료 영상 분석, 증상 보고를 위한 설문조사 앱 및 웹 사이트, 데이터 추출 및 시작화, 연결된 진단 장치를 활용한 신속한 케이스 식별, 증상 확인용 웨어러블을 포함한 센서, 원격진료,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와 이동 패턴 분석, 챗봇, 대중 커뮤니케이션 등(Budd, J. et al., 2020).

[그림-1] COVID-19상황에서 사용된 디지털 기술들 (Budd, J. et al., 2020)

미국선 AI 기술 이용해
코로나 감염 가능성 48시간 전 경보

태국에서는 전국 41개 병원에 로봇 솔루션을 배포하여 의료진과 격리된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여 신체 접촉을 하루 최대 70건까지 줄일 수 있었다(Suphachai Chearavanont, 2020). COVID-19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낙후된 의료 시스템을 보강하는데 디지털 기술이 적극 활용되었다. 우한과 전국의 병원은 AI 기반 CT 영상 해석 도구를 배포하여 방사선 전문의가 CT 판독 시간을 몇 시간에서 몇 초로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촬영한 CT 영상을 수 마일 떨어져 있는 전문가들이 판독하는 것도 허용했다. 이런 조치는 한정된 의료 인력으로 몰려드는 환자들에 대한 진단 능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어,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에 의료 시스템의 안정에 도움이 되었다(WHO 2020).

우리나라에서 진단키트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 기술은 각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기계학습으로 감염 환자의 신체적 반응 패턴을 파악하여, 증상이 나타나기 최대 48시간 전에 감염에 대한 조기 경보를 제공할 수 있는 비침습적 웨어러블 장치로 구성된 RATE(Rapid Analysis of Threat Exposure)라는 기술을 개발하였다(David Vergun, 2020). 스마트워치 같은 디바이스를 차고 있으면 감염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여 군대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곳에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美 서 원격의료 환자의 74%
높은 만족도 표시

팬데믹이라는 비상 시기에 적극적으로 도입된 원격의료는 응급 및 1차 진료 모두에서 효과적인 의료 모델로 사용되었다. 테스트를 거친 다양한 디지털 건강 솔루션들이 강력한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의 경우 원격의료 이용이 3000% 증가했다(Sophie Porter, 2020). 원격의료에 대한 만족도도 많았다. McKinsey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보다 원격의료 환자 수가 50~175배 폭증했지만, 원격의료를 받은 환자의 74%가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표했으며 의료진의 64%도 도구와 시스템 사용에 대해 편안함을 표현했다(Anthony Pannozzo, 2020). COVID-19가 시작된 후 약 1650만 명의 미국인이 원격의료를 사용했으며 88%는 다시 사용하겠다고 답했다(Parth Desai and Dan Gebremedhin, 2020). 국내 조사에서도 환자들은 전화 처방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팬데믹이 종식되어도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격의료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상적인 의료 시스템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과 도구에 대한 접근성, 수용성,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Fagherazzi G. et al., 2020). 대면 접촉이 어려운 감염병 상황에서 도움이 된 원격진료가 긴급 수단으로서는 유용하였지만, 기존의 대면 의료 방식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효과적인 모델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앞으로 원격의료 방식을 확대하거나 확대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법적 제도적 문제, 서비스 모형, 질 관리 보상체계 등)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에서의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

COVID-19 직전까지도
의료인들은 AI 의료에 보수적

COVID-19 유행 몇 달 전 미국 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AI 기반의 환자 서비스를 의료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대다수의 의료인이 부정적인 응답을 하였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대부분의 서비스 영역에서 의료인들이 원격의료(virtual care)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고, 이제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환자의 유형과 방문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대부분의 의료진이 이러한 원격 내방(virtual visit) 환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면진료와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업무 흐름을 설계해 나가고 있으며, 지속적인 적용을 위해 핵심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의료진의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진단 방식의 혁신, 서비스 지점 관리, 그리고 모바일 케어를 통해서 원격의료가 정착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새로운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이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에게서 제기되고 있다(PwC, 2020).

커뮤니티 의료 시스템의 개념도 (출처: 여시재e핸드북_질병과 의료에 대한 쉬운 지식 4편_새로운 패러다임과 미래의 질병)

한국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

한국에서도 원격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만성질환자 원격 모니터링과 도서 산간, 재소자, 군부대 대상 원격의료를 시도해 왔다. 원격의료, 원격 모니터링, 비대면 의료와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되어 왔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가 상충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실제 임상 적용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는 거리적 접근성이 낮고 의료 비용이 높은 미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제한적인 영역에서 소규모의 환자 그룹에서 활용하였는데 이는 법적인 제약과 함께 보상의 제한에 기인한 부분이 있다.

COVID-19가 심화되면서 한국에서도 접촉을 줄여 의료인과 환자의 감염 위험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전화 처방을 허용하였다. 병원에 방문하는 비율은 크게 줄지 않았으나, 개원의를 중심으로 전화 처방이 빠르게 확산되어 금년 11월 기준으로 95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화 처방은 원격의료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팬데믹으로 일상의 삶의 영역에서도 부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주기적으로 하던 운동을 하지 못하거나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특히 고립감과 정서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에 의료 불평등의 심화도 목격하게 되는데,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된 사회적 취약층의 경우에 보다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적기에 의료 서비스를 받고 정신과적 개입을 받고 웰빙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생산성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의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케어 모델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만성질환 관리 및 행동 건강과 관련된 영역에 있어서는 원격 모니터링의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와 의사 간 상반된 이해관계
접점 찾는 시스템 설계 지금 시작해야

일부 자료에 따르면 직접 방문에 비해서 원격 방문 상황에서 임상 혈액검사나 시술 빈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보상이 적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즉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원격의료에 따른 경제적 압박을 느끼게 될 수 있다. 원격의료가 현실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가 모델을 통한 적절한 보상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보험자도 장기적 가치와 비용 감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필수적인 정보의 수집(검체 체취 및 검체의 수송과 결과값 제시 및 판독)부터 의사 판단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감염 위험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 즉 전자동 방식으로 원거리를 유지한 채 가능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원격의료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대면으로 진행되어 온 진료를 비대면, 원격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환자 진료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 다면적 검토를 거쳐 의학적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거친다. 전화 처방으로는 임상 혈액검사 시행을 통한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단순 문진을 통해서 약물을 재 처방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기존에 진료받던 곳이 아닌 전화 처방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에서 처음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에 만성질환자의 복합적인 질병 상태를 알지 못한 채 제한된 정보만으로 의사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전국적 산발적으로 코로나 감염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기존의 대면 진료방식이 지속적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 아니면 해외와 같이 급격한 변화 상황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도전이다.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의 실수요자(환자, 국민)의 필요에 따라서 현재의 의료체계 하에서 나름의 적정선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나 병원이 아닌
환자 중심 의료 시대로의 진입

원격의료의 새로운 가능성은 분산된 개인 맞춤형 의료이다. 그동안 의료 시스템은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는 중앙집중식 의료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유지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가 가진 새로운 능력과 인프라에 대해서 눈을 뜨고 효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모바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위력을 실감하기도 한다.

개인에 대한 ‘작은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여 치료를 개인화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매일 우리는 전문가 시스템이 수집할 수 있는 디지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하여 작은 부착형 센서로 심박수 및 심전도 등의 생체 정보, 운동 및 수면 등의 활동 정보를 비롯하여 이동, 머문 장소 등의 공간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사용하면 생물학적, 심리적 및 생활 방식 요소를 포함하여 개인의 삶에 대한 디지털 버전을 쉽게 구축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 사람의 일상적인 변화를 알면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 치료 순응도를 개선하는 방법 등과 같이 환자의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Christopher Eccleston et al., 2020). 이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이상으로 생각했던 개인 맞춤형 의료를 분산형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그림-2]와 같은 원격의료(가상 방문, 가상 진료), 모바일 앱(원격 환자 모니터링), 웹 사이트 및 챗봇(위험 평가, 스크리닝, 분류), 전자 처방 등이 통합된 디지털 건강 생태계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Fagherazzi G. et al., 2020)

[그림-2]. 디지털 건강 생태계 (Fagherazzi G. et al., 2020)

지금의 의료 시스템에서 환자의 역할은 수동적인 것에 머물렀다. 의료 제공자와 시스템의 결정에 의존적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디바이스의 등장으로 환자와 의료 서비스 제공자 간의 관계는 변화해가고 있다. 환자는 이제 적극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갖는 정보를 생성해내는 주체가 되고 있다. 환자와 의료 서비스 제공자 간 인터랙션의 증가는 물론이고, 의사를 평가한 정보가 공유되어 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하는 것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작은 데이터’를 통한 환자의 참여는 정보의 주체로서뿐만 아니라, 자신의 건강 정보와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적합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 중심 치료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는 또한 정보의 제공, 코칭 등 환자의 참여를 통해서 건강결과를 개선시킬 수 있는 행동 변화를 지지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디지털 IoT와 웨어러블을 사용하면서 생성되는 정보나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는 새로운 더 나은 예방 및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새로운 진단 기술을 개발하거나 더 나은 알고리즘을 생성하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 환자들이 질병과 치료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받고, 소셜미디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경험과 건강 관련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 제공자를 평가하고 질적인 수준에 개입하는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자원의 재배치가 필요가 있다. 가상환경과 물리적인 환경 간의 원활한 관리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보조적인 의료 서비스에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모델을 정착시켜야 한다. 더 나은 의사소통 방식과 의료 서비스 제공을 고민하여 의료 서비스 수요자와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의료에 취약한 대상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기반의 서비스 제공자와 협업해야 한다.

더 건강하게 하거나 아프지 않게 하는 길로 가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많은 경우 경증으로 분류되지만, 중증으로 진행된 기저질환자나 노인들의 경우에는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고 다발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과를 보였다. 따라서 대상자를 위험도에 따라 분류하고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이 적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해외의 경우 디지털 기반의 분산 의료 시스템이 도입을 통해 정기적인 일상 진료를 원격의료로 전환함으로써 제한된 병원 자원을 급성 또는 중증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중환자실은 환자 한 명 당 투입되는 의료 인력을 포함한 자원이 다른 병동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따라서 더 자주 접촉할 수밖에 없다. 텔레크리티컬 케어(Telecritical Care: TCC)을 일반 병원에 분산적으로 설치하면, 중환자실(ICU)이 있는 대형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중환자실이 있는 대형 병원의 전문의가 원격 멘토링 등으로 분산된 TCC의 중환자를 관리하고, 환자의 신속한 분류, 중환자실 병상 관리 등으로 제한된 병상으로 효율적인 중환자 관리가 가능하다(Benjamin K. et al., 2020). 이런 시스템이 팬데믹 상황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적용되면 대형 병원은 중환자실 병상 관리의 여력을 갖게 되고 중소 병원은 병상 활용을 늘릴 수 있다. 특히 호흡계나 혈액역동학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을 사전에 또는 적기에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은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중요하다. 환자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여 제공함으로써 재실 기간과 사망률을 낮추고, 의료자원의 효과적인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

분산 의료 시스템에서는 협업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벨류체인에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됨으로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같이 새로운 역할을 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참여로 기존 건강 서비스 제공자의 이익이 줄거나 환자의 의료비용 증가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는 물론 조기개입과 예방을 통한 효율성을 생략한 개념이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서 일시적으로는 비용 증가가 발생할 수 있으나 결국은 질병 중증도의 감소를 통해서 의료비용 감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시스템의 협업은 환자의 치료 수준을 개선하고 조직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더 건강하게 하거나 아프지 않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반 분산 의료는
COVID-19가 우리에게 준 교훈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미래의 의료 시스템을 재편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고령화에 의한 노인성 질환 증가, 생활습관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 정신질환 증가, 예방적 의료 취약, 집단 감염병에 대한 취약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은 개인 맞춤형 의료의 가능성, 원격 및 분산 의료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제는 중앙집중형 의료시스템에서 분산형 의료시스템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개인의 일상적 모니터링, 분산된 의료 시설, 전문화된 병원이 긴밀하게 연계된 의료 시스템이 요구된다. 일상생활 공간(거주지)에서 건강이 모니터링 되고, 건강상의 조치가 필요할 경우 거주지 내의 (전문 병원에 의해 관리되거나 연계된) 분산 의료 시설에서의 치료를 받고, 응급이나 중증인 경우 대형 병원의 응급실에서 치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하면 특정 질병이 발생하거나 감염병이 발생하는 것을 조기에 감지하여 확산을 막고 적절히 치료할 수 있다.

디지털 기반의 분산형 의료는 COVID-19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늘리고 건강한 사회를 위한 의료 시스템 개편에 나서야 한다. 디지털 의료 기술을 팬데믹 위기 극복에 적극 활용하여 한국의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디지털 기반 분산 의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다. 또 다른 위기가 닥치기 전에 새로운 의료시스템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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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유승현은 강북삼성병원 이노베이션센터를 운영하며 IT기반 서비스를 기획·개발했다. 이후 건강보험공단에서 국가 주도의 만성질환 모델을 제시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가치있는 미래 건강관리 모델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나가고 있다.

이명호 여시재 기획위원은 디지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를 졸업, KAIST에서 IT-MBA 석사과정을 마친 뒤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OD Corea 대표컨설턴트와 삼성SDS 미주법인 시니어컨설턴트로 일했다. 「노동 4.0」 등 여러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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