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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COVID-19: 글로벌 미래대화 ⑧] “한국은 보편적 복지 맞지 않아…선별적 패키지 지원 적합” - 노벨경제학자 뒤플로 MIT 교수

송보희(여시재 SD)

2020.12.07

-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와 COVID-19 이후의 불평등을 주제로 대담 진행
- 엘리트에 대한 분노와 불신 확대…세금으로 불평등 개선해야

COVID-19라는 폭풍이 몰고 온 변화는 깊고 넓다. 이에 여시재는 올 한해 COVID-19 이후의 변화를 전망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데 주력해왔다. 세계 석학들과 온라인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한 ‘글로벌 미래 대화’ 역시 COVID-19 이후의 뉴노멀에 대한 통찰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시리즈였다.

올해 마지막 ‘글로벌 미래 대화’가 초청한 석학은 빈곤 퇴치와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에스테르 뒤플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다. 뒤플로 교수는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와 함께 전 세계의 빈곤 퇴치를 위해 현장 기반의 실험 기법을 도입한 공로로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최연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며, 여성으로서는 역대 두 번째 경제학상 수상자다.

이번 대담에서는 COVID-19로 인해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해 팬데믹 이후 드러나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정책과 리더십은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연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다.

이날 대담에 앞서 뒤플로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좋은 경제학’을 주제로 기조발제를 했다. 발제에는 자신의 저서인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교훈과 함께 한국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기조 발제>

“COVID-19는 장기적으로 빈곤과 불평등 심화시킬 것”

COVID-19 사태는 전 세계 빈곤과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그 영향은 장기적이고 지대할 것이다. 인도의 GDP가 COVID-19 이후 24% 감소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저개발국가는 보건 위기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 저개발 국가의 빈곤층은 올 한해 8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2021년에는1억 5천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는 지난 30년 간 빈곤 완화에 많은 진전을 이루어 왔으나 COVID-19로 인해 세계의 빈곤 문제는 악화됐다. 선진국들은 자신의 경제와 보건 위기에 대응하느라 저개발국가를 지원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국가 간 불평등뿐 아니라 한 국가 내의 계층 간 불평등 심화도 우려된다. 팬데믹 와중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경제가 회복되어도 당분간 소비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팬데믹 초기 모든 사회 구성원들은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었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될수록 빈곤층, 저소득층이 받는 타격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흑인이나 미국 원주민의 사망률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평균 연령을 기준으로 사망률을 조정할 경우 흑인의 사망률이 백인보다 3배가량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적 타격에서도 고소득자들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반면 저소득 근로자의 고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시장이 할 수 없는 일 있어
정부에 대한 신뢰 확보 중요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4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당성 있는 정부의 중요성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한국의 정부 신뢰도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미국에서는 더욱 극단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표출되고 있다. 의료보험제도와 같이 정부를 배제할 수 없는 영역에서조차 정부 개입을 거부하는 시위가 격렬히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팬데믹은 시장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인식시켰다. 정부가 나섰기에 마스크 착용, 봉쇄 조치, 확진자 경로 추적, 백신 개발 투자 등이 가능했다. 자발적인 시장 원리에 맡겨 뒀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정부가 왜 필요한지 깨달았다. 정부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각국은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위기 상황의 재정 지원
우려보다 실증적 효과 주목해야

둘째, 정부의 재정 지원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 많은 사람들은 일을 하려면 금전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실업수당이 사람들의 일할 의지를 꺾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예일대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를 보면 실업수당이 실제로는 일할 동기를 부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역사회 경제가 붕괴되는 것을 막아 현재의 일자리를 잃어도 대체할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실시되었던 매주 600달러의 실업수당 프로그램은 비난을 받았고, 종료된 후 재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적 지원의 영향은 신중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는 우리 생각만큼 유연하지 않아

셋째, 팬데믹은 경제가 우리의 생각만큼 유연하지 않고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글로벌 이동성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팬데믹은 이를 심화시켰고, 특히 국경 봉쇄는 국제적인 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다른 도시로 이주했던 사람들이 코로나로 실직한 후 봉쇄 조치로 이동을 하지 못해 고향에서만 받을 수 있는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 자체로 인한 사망이 아니라 기차 운행 중단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경제 위기를 맞아 사망하게 된 것이다. 한 번 타격을 입은 사회는 봉쇄 조치가 해제되어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임금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더욱 중요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된 경제 위기와 단절은 우울증과 절망사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부터 절망사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는데 팬데믹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켰다.

한국, 이제 복지의 형평성에 주목해야 할 때
디지털의 수혜, 승자와 패자가 함께 나눠야

한국 사회는 성장에 중독되고 집착해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제는 성장보다 삶의 질에 주목하는 복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미 부자 나라의 대열에 들어선 한국에서 성장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복지가 형평성 있게 제공되고 있는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영국 공장지대에서 산업혁명으로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수공업 노동자들에 의해 일어난 기계파괴운동, 러다이트운동

또 한국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린 뉴딜이 전환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뉴딜 역시 디지털의 수혜를 승자와 패자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불평등을 가속화 시킬 수 있는데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보상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판 뉴딜의 추진 과정에서 인적∙사회적 안전망 확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존의 복지 제도들은 수혜 대상자가 아닌 대상들, 특히 실질적인 빈곤 대상자가 아니거나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복지의 수혜가 돌아가는 것을 과도하게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대상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이는 낙수효과를 강조해온 엘리트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인간을 중심에 둔 재분배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한 사회 내부는 물론이고 나아가 빈곤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장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대담>

유리컵이 부서져 산산조각이 날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

뒤플로 교수는 발제 후 이연호 교수와의 대담 시간을 통해 경제성장의 효과가 골고루 배분되지 못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조치들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현재 우리가 속한 사회체제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COVID-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악화된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인본주의적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70년대 초반 미국과 영국은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와 빈곤계층에 대한 복지를 축소시켰다. 결국 이러한 조치는 불평등만 가속화시키며 국민의 불행감만 증가시켰고, 실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출처: 뒤플로 교수 발제 화면)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뒤플로 교수는 한국은 COVID-19 이전부터 성장률이 둔화되어 왔는데, 이를 걱정할 때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1960년대의 경우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컸지만, 지금은 풍요로운 나라가 되면서 성장시킬 수 있는 여지가 적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정도의 국가 부를 축적한 지금 복지를 형평성 있게 제공해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보편적 소득 지원이 아닌,
선별적 패키지 지원이 필요해

지난 5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이후 한국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도 뒤플로 교수는 개도국, 빈곤국의 경우 기본적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보편초본소득’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보편적 소득 지원이 맞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어떠한 사람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통계 등의 정보가 있고 도움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는 한국의 경우 선별적으로 소득 지원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금 지원 외에도 교육, 훈련, 주거 등 완전한 패키지를 제공해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서도 사회적 안전망을 결정하는 정책 기준을 일할 의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수혜가 돌아가는 것을 배제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대상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누가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를 파악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패키지 형태의 완벽한 도움을 지원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항상 최적 성과 내지 않아
파급효과 큰 분야에 정책적 투자해야

뒤플로 교수는 과거 한국은 산업정책으로 성장을 이뤄냈고, 이것은 유례없는 경우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한국이 성공했다고 해서 다른 국가에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산업정책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고도 덧붙였다.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우려에 있어서는 시장이 항상 최적의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앞으로 정책을 집행할 때에는 원칙 아래 기준을 세우고, 파급효과가 가장 큰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녹색 인프라, 영아/산모 사망률 개선, 아이들의 사회성 제고 등 시장이 할 수 없고, 외부효과가 있는 부분에 정부가 투자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저금리로 자산 불평등 확대
부유세 적용 고려해야

COVID-19로 전 세계가 유례없는 양적완화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국가 재정 마련에 대한 우려 지점에 있어서는 단기와 장기로 나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는 팬데믹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되지 않도록 필요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V자로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채로 인한 재정 집행이 장기화될 경우 저금리가 문제가 된다고 언급했다. 초저금리는 자산 가치를 늘리게 되고, 이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빈곤 퇴치를 위한 세제가 필요하고, 부에 대한 세액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힘든 시대, 엘리트층의 역할 중요해

COVID-19 초기에는 모두가 동일한 비슷한 수준의 타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빈곤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영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뒤플로 교수는 미국의 현황을 수치로 설명하며, 6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의 경우 5월 이후 고용률이 회복되었지만, 27만 달러의 저소득자의 경우 고용률이 19%가 낮은 채로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COVID-19로 인해 많은 부를 축적하는 부익부 현상과 빈곤층, 개도국은 장기적인 위기에 처해지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경제가 회복되어도 소비하지 못하는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뒤플로 교수 발제 화면)

이러한 힘든 시대일수록 사회 엘리트층의 역할이 중요함을 뒤플로 교수는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 엘리층은 대학 교수, 정책 입안자, 기업가 등을 의미한다. 그동안 사회 엘리트층은 경제 성장을 통해 많은 소득과 혜택을 얻어 옴과 동시에 그 과실이 향후 저소득층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왔다고 뒤플로 교수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지금의 국민들은 사회 엘리트층에 대한 분노만 있을 뿐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바이든 당선인의 “Build Back Better”복구 계획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좋은 경제학에 대해 묻는 질문에도 역시 최빈층에 많은 복지 지원을 해줘서 누군가가 자신들을 위하고 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도 보여줘야 한다고 뒤플로 교수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사회 엘리트층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제학 분야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아
다양한 시각 유입될 때 유용한 연구 이뤄져

젊은 여성 경제학자들에게 멘토로서 조언을 부탁하자 뒤플로 교수는 “많이 바뀌고는 있지만 역사적으로 경제학 분야는 여성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며 “끈질기게 인내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은 금리나 금융에 관한 것이 전부이며, 불평등이나 사회정책, 기후변화 등과 같은 흥미롭고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학은 사회과학이며,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여성, 백인, 아시아인, 아시아인, 인도인 등 다양한 시각이 경제학에 유입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시각이 어우러질 때 성공적인 분야가 될 수 있고 유용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뒤플로 교수는 대담을 마무리하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전 세계가 COVID-19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오히려 초반에 어려움을 잘 극복함으로써 더 큰 재앙을 막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경고를 기억하면서 지구를 보호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글로벌 미래 대화’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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