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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COVID-19: 글로벌 미래대화 ⑥] “미-중 냉전식 양극체제는 불가능... 대선 후 전략 대화 시작될 것” -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

정리: 김중배 (여시재 정책위원)

2020.10.26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 대담 진행
“한국과 일본이 교량 역할 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의 문 열어놓아야”

미 대선(11월 3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당선자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하고, 약 6개월 간의 준비와 조율 과정을 거쳐 앞으로 4년 간의 대외정책을 내놓게 된다.

이번 선거는 미중 갈등이 정점에 도달해 있는 시기에 치러진다. 미국의 중국 봉쇄, 세계 무역체제, 디지털 표준을 둘러싼 두 나라의 충돌은 냉전 붕괴 이후 30년 만에 다가온 새로운 질서 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결과는 역대 어느 대선 보다 한반도와 대한민국의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재)여시재는 이 선거를 앞두고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 정치 전문가들과 연쇄 웨비나를 진행해왔다. 지난 10월 16일에는 찰스 쿱찬 미 조지타운대 교수 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국제지역학)가 서울에서 대담자로 참여했다.

찰스 쿱찬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 참여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자문하는 등 현실 대외정책에 참여해온 사람이다. 대체로 ‘진보적 현실주의자’로 분류되는 쿱찬은 2003년의 The End of the American Era, 2013년의 No One’s World 등을 통해 고립주의 외교 전통을 가진 미국의 국제전략을 논해 왔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했던 고립주의 전통에 기반하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쳐 확립되었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미국은 예외적인 시기였다고 쿱찬은 설명한다. 그가 최근 낸 ‘고립주의: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기울여온 노력의 역사’는 미국의 고립주의가 어떻게 전개되어왔는가를 미 건국 이후 역사 속에서 고찰해 세계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이번 웨비나에서 이번 대선이 미국 정치의 티핑포인트(전환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대통령의 임무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크게 훼손된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되돌리는 한편, 동맹들과의 긴밀한 유대 강화를 복원하는 데 있다고 했다. 그는 미중이 지난 냉전시대와 같은 양극 충돌 관계로 가서는 안되며 그렇게 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한국 일본 호주, 유럽 등이 참여하는 다원주의 질서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기조발언 및 박원곤 교수와의 대화 요지다.

<쿱찬 기조발언>

“이번 대선이 미국 정치의 전환점”

제가 최근 낸 책은 90%가 역사에 관한 것이고 말미에 트럼프 행정부 얘기를 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나는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에서 일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발칸반도 개입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그 이전) 냉전 시기의 (세계문제) 개입에 대한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지나친 개입이 나타났다. 이라크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미국인들이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시리아, 리비아 개입도 마찬가지다. 왜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학교를 짓고 있는가, 아칸소(클린턴의 고향) 같은 모국에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깊이 있게 고립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미국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진주만(1941년)과 2차대전이 아니라 1789년부터 현재까지 보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렇게 해서 여러 조사를 했고, 미국의 국정통치술에 대해서도 살폈다. 이번 책이 그 결과다.

미국은 시작부터 치열하게 고립주의였다. 멕시코로부터 영토를 가져오는 등 확장노선을 취하기는했지만 해안선에서 멈췄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다른 나라의 문제에 대해 개입(entanglement)되어선 안된다고 봤다. 이것이 19세기까지 이어지다가 미-스페인 전쟁으로 고비를 맞는다.

cf. 미-스페인 전쟁

1895년 쿠바 섬에 대한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발발한 전쟁. 미국은 쿠바섬에서 일어난 대 스페인 반란에 병력을 투입, 불과 몇 개월만에 전쟁을 끝낸다. 이 전쟁의 결과로 쿠바는 독립하고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이 미국에 속하게 되었다. 미국의 해외 개입의 효시에 해당하는 전쟁이다.

그 다음엔 미국이 해외로 나갔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1920년대가 되자 미국인들은 생각했다. 강대국 이전 당시가 더 좋았다, 전쟁의 참호에서 미국인들이 죽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봤고 완고한 고립주의에 직면하게 된다. 이게 전쟁 전간기(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의 기간)이다. 전략적으로 환상에 치우친, (세계 문제에) 거리를 둘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이 아시아를, 독일이 유럽을 공격하던 시기였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큰 실수다. 미국은 결국 진주만 공습을 받은 뒤에야 개입하게 됐다.

“아메리카 퍼스트위원회 생긴 게 1941년”
“트럼프 고립주의는 원인 아니라 증상”

그 다음이 냉전기다. 미국 리더십의 시작이고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기다. 이런 것들이 냉전 종식과 함께 종말을 맞게 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를 말했다. 하지만 ‘아메리카 퍼스트 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1940년이었다. 트럼프는 일방주의자, 고립주의자, 보호무역주의자다. 그러나 이것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1941년 이전 미국의 국정통치, 스테이트크래프트와 관련돼있다. 이는 미국의 정체성 및 미국 예외주의와 관련 있다.

그 컨셉은, 미국은 선택된 국가라는 것이다. 1차대전 이후 예외주의 감각이라는 것이 바깥으로 나가는 정당화의 근거, 세계 지배 정당화의 근거가 됐다. 1941년 이전엔 전혀 반대였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해외 야망은 그 대가가 미국내 자유와 번영을 희생하면서 이뤄질 것이라고 해서 미국 국익을 위해선 세계로부터 동떨어져서 개입하지 말고 국내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이게 진주만 이전까지 스스로의 정체성이고 이해관계였다.

이제 추가 반대로 돌아갔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미국이 캐나다와 멕시코 국경을 봉쇄했다. 해외여행이 급감했다. 트럼프는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과 독일의 미군 규모도 줄이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미국 정치에 있어 티핑포인트(전환점)에 서 있다고 본다.

해외 개입을 줄이는 것은 국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트럼프 당선 전부터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재선 선거 유세할 때 중요한 선거공약 중 하나가 ‘이제 미국에서 국가건설을 할 때’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트럼프는 원인이라기 보다 증상에 가깝다. 그 전에도 (고립주의로 가는)움직임이 있었던 것이다.

(위) 2018년 이라크 소재 공군기지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출처: 로이터)
(아래) 각각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의 모습 (출처: 왼-AFP / 오- AP)

“미국이 앵글로색슨 전통이라는 것을
드러내놓고 하는 게 트럼프”

지금 상황은 1930년과 굉장히 비슷하다. 팬데믹은 대공황에 비견할만 하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대외에서 과잉 개입하던 것도 1차 대전과 비슷하다. 이런 미국의 대외 과잉개입이 국내에서 여러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백인 민족주의, 국수주의가 미국에서 대두하는 것도 1930년과 유사하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 고립주의는 같이 가는 경향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 카드를 쓰는 데 전혀 거리낌 없다. 미국의 전통은 앵글로색슨 전통이라는 것을 드러내놓고 하는 게 트럼프다.

앞으로 미국 대외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고, 이것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어떤 함의를 갖는가? 미국이 당분간 축소 모드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 대외에 개입 축소하고 미국 국민들이 원하는 선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것은 공화당 만의 목소리 아니다. 대외적으로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축소해야 한다는 건 민주당에서도 있는 목소리다.

“바이든은 진정한 친유럽파”

시리아 이라크, 아프간 등 중동지역 철수는 계속될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축소되고 있다. 트럼프의 재선, 바이든의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진행될 추세다. 유럽에서는 미국이 현재 군사적인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아시아에서도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립주의적인 내향적 본능은 있을 것이고,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그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엔 북한과 중국이 있다.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게 위협이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 아시아 지역 개입을 중단할 수 없다. 그 부분에 대해 확신은 갖고 있으나 한 가지 확신이 덜 가는 건 유럽 쪽이다. 트럼프도 상대적으로 유럽 쪽에는 회의적인 얘기를 했고, 볼턴을 비롯해 트럼프 백악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토에서 탈퇴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물론 트럼프가 재선되면 이것이 실현될 지는 모르겠으나, 유럽에서 미군 축소할 여지는 트럼프가 이미 열어놓았다. 물론 바이든은 진정한 대서양주의자, 친유럽파여서 그것이 실현될 지는 모르겠다.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재선될 경우
한국에 희소식과 나쁜 소식 모두 있어”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얘기, 미국 대선의 향방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얘기를 하겠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희소식과 나쁜 소식이 함께 있다. 일단 좋은 점은 트럼프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김정은과 회담도 했던 사람이라는 점이다. 나름 김정은과 관계를 만들었던 것이 장점이다. 한반도 분단상황이 해결되려면 분명 미국과 북한 간에, 또 남북간에 진지한 대화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것은 노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그렇기에 제가 한국에 제안하는 건 트럼프에게 자신의 숙제를 하라, 해야 할 일을 하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앉아서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전에 충분히 숙제가 됐기 때문이다. 앞단에 이뤄져야 할 일이 이뤄지고 나서 회담이 됐기에 성공적으로 회담 마무리됐다.

또 한가지 트럼프가 재선 됐을 때 배드딜, 나쁜 합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기려 하겠죠, 위대한 평화주의자로서. 그런데 아랍국가, 중동지역에선 여러 국가에서 그런 것들이 잘 되지 않았다. 중동이 맘대로 되지 않았으니 한반도를 어떻게든 잘 해결해서 유산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과욕이 생길까 조금 걱정이다. 일본하고도 엮이게 되는 문제다. 한반도 평화 만들어서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한다면 트럼프가 좋아하는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안정적인 외교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의 6자회담 부활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자적 대화 통해 문제 풀려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이든은 동맹과의 분담 중시”

결론적으로 세 가지 말씀 드린다.

첫째 트럼프가 물론 바이든 보다 일방주의적 성향이 강하지만, 동맹국들이 어떤 것을 하는가에 신경은 쓸 것이다. 바이든은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우방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부담을 덜려고 할 것이다. 왜냐면 미국 국내 문제도 버겁기 때문이다. 팬데믹 극복하고 경제 재건하고 하는 건 재임 기간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 부담을 한국과 같이 믿을 수 있는 우방들에게 분담하자 이런 얘기를 더 할 것이다.

두번째 결국 북한과 대화, 관계개선 여지를 남겨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적들이 친구가 되는 방법’이란 책이 있었다.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국가들이 어떻게 평화적인 우방으로 돌아서는지 과정을 다루고 있다. 굉장히 과정이 길고, 많은 노력 들어가지만 그런 사례는 역사에 많이 있었다.

“누가 대통령 되든
중국 정책은 안바뀔 것”

세번째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대중정책은 바이든이 당선된다 해도 크게 바뀌긴 어렵다. 미중간 이해상충이 근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대통령 바뀌어도 중국에 대한 관계가 바뀌기 어렵다. 무역, 인권, 지정학 문제 등 근본적 이해상충이 있다. 앞으로 세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커질 것이고 앞으로 시대에서 중요한 힘의 균형은 미중 간 관계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이런 미중 간 조화로운 균형 잡는데 한국이 교량 역할 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 힘이 강해짐에 따라 미국과 관계가 반드시 나빠질 필요가 없도록, 즉 좋은 균형점, 함께 진화하는 긍정적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미중이 앞으로 동아시아 모습을 찾아가는 합의 이루는 데 한국이 중요한 교량 역할 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중요한 우방인 한국과 일본도 미중이 조화로운 평화로운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 해야 한다고 본다.

“미중, 경제 분야에서
서로를 끊어내기 어려워”

<쿱찬-박원곤 대화>

박원곤 = 미중 두 강대국 간의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고 ‘제로섬 게임(한쪽이 얻으면 한쪽이 잃는 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쿱찬 = 미중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민주당 공화당이 합의하는 부분도 적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좀더 강경한 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할 것이다. 홍콩과 관련하여 중국이 취한 입장, 신장 위구르에 대한 입장 보면, 미국에선 중국 편드는 사람들이 적다고 본다. 사실 세계 어디에도 별로 없을 것이다. 시니컬하고 기회주의적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미중관계는 너무 중요하다. 미중 관계는 제로섬 게임으로, 치열하게 빠져들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지나치게 늦었다고 보지도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로 그렇다. 첫째 냉전체제와 같은 양극체제는 불가능하다. 미중일 다른 시장 보면 상호연관성 높아졌기에, 경쟁하는 양극체제로 가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공급체제에선 조정이 있을 것이다. 하이테크 분야 5G에서 그렇다. 그러나 경제적 관계에선 서로 끊어내기 어렵다.

“미중 전략대화 안하는 것은
범죄적 태만”

두번째 아무도 전체를 고민하고 있지 않다. 트럼프 정부에서 진정한 대중정책, 외교정책 있다고 보지 않는다. 트위터 정치가 있을 뿐이다.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싶지 않지만, 정책적 과정을 통해서 대외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트위터 메시지 내보내고 있고, 여기에 국무부 국방부가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정책의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지금으로선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는데, 중국의 야망을 어떻게 건설적으로 끌어갈까 고민이 있을 것이다. 또 전략적 대화가 재개될 것이다. 진지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베이징 워싱턴 사이 현재 진행되지 않는다. 이것은 범죄적인 태만이다. 미중 관계는 21세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미중 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위해서다. 대화의 통로가 열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효과적으로 바이든이 해야 하고, 할 것이라고 보는데 중국과 대항하는 연합(coalition)을 만드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과 모든 나라가 거리를 두도록 했다. 유럽, 아시아 많은 나라를 소외시켰다. 중국이 이같은 분열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 바이든은 팀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이를 잘 관리할 것이다. 미국이 다시 한번 동맹국들과 함게 선도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본다. 중국을 설득하는 데에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타협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고, 상호간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바이든은 오바마와 비슷
그러나 변화는 있을 것”

박원곤 = 바이든 후보와 오바마 전 대통령 사이에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오바마 정부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쿱찬 = 트럼프, 바이든, 오바마를 비교한다면 분명 바이든은 오바마와 유사하다. 저는 바이든과 오바마 다 보좌해봤지만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실용주의자다. 이상주의자나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강경 고립주의나 일방주의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다만 바이든의 정부는 오바마 정부와 일부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제가 자문을 하게 된다면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라고 말하겠다. 미국인들은 지금 상상도 못할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치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심지어 대선 결과에 대해 평화롭게 승복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말이다. 바이든이 해야 할 일은 자유민주주의의 모범국가로서 미국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를 안고 출발했듯이 바이든은 코로나19의 위기로부터 출발하게 될 것이다. 더 심각한 위기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경제 재건 이외에 눈을 돌리기 어려울 것이다. 해외 개입도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는 사이버 보안과 질병에 대한 관리, 홍수 대처 등이 우선 순위로 올라설 것이다. 전통적인 대외정책 의제인 군사 안보 등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 있으리라 본다.

“개입과 고립 사이에서
미국 내 논쟁 치열하게 진행되는 중”

박원곤 = 미국 내에서 대외정책으로서 고립주의, 그에 따른 개입 축소 등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쿱찬 = 미국 내에선 양극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주류 대외정책론자들은 아무 문제 없으니 이제 다시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관여와 개입의 시대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그러나 신중론을 펴는 반대론자들은 개입의 현장에서 물러서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역외재균형자(offshore balancer)’, 즉 현지에 머무르는 직접 개입에서 물러나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저는 후자의 관점이 지나치다고 본다. 일단 미국이 현지에서 떠나게 되면 돌아가기 어렵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개입이 그랬다. 중요한 입지와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와 전략적 이해가 잘 관철될 수 있도록 하되 필수가 아닌 선택적 전장이 될 수 있는 중동 지역의 개입은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입장이다. 물론 축소가 군사적이거나 외교적 지원, 리더십 자문 등을 제공하지 말자는 것까지 포함하진 않는다. 중동에서의 지상전은 오랜 시간을 허비했지만 별로 성과도 없었고 그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이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 지에 대해선 진지한 대화가 선행돼야 한다.

역외재균형자 주장처럼 짐 싸서 집에 갈 때가 아니다. 유럽은 현재 굉장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 영국이 이탈하였고,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사례도 있다. 유럽에서 힘의 공백 상황이 심화되면 러시아가 이익을 취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유럽 등과
팀플레이 하게 될 것”

박원곤 = 코로나 위기가 이후 미국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쿱찬 = 코로나로 인해 두 가지 본능이 함께 작용한다. 우선 한 가지는 국경을 닫고 모든 에너지를 국내 문제에 집중하자는 충동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임이 명확해지고 있다. 국가들 간의 상호의존성은 이미 커졌다. 세계무역기구(WTO) 탈퇴, 백신 개발에 대한 국제적 공조 불참, 우방국들과 의료장비 미공유 등 트럼프 정부가 취한 행동들은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제 고향 위스콘신에선 트럼프 지지자가 많은 동부에서 감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제가 메릴랜드주에 사는데, 한국이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비행기 가득 실어 보냈다. 주민들은 한국의 원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면 이제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을 하나로 규합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호주는 물론 유럽의 파트너들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군사적 문제뿐 아니라 세계가 처한 여러 문제에 대해 팀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우리는 함께 일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규칙과 기반의 질서를 만들어내야 한다.

“세계를 경영하는 새로운 시스템 필요
이번 대선은 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박원곤 = 앞으로의 세계질서, 어떻게 전망하나?

쿱찬 = 21세기의 세계는 지금보다 더욱 지역화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겠지만, 한국과 일본, 러시아, 인도, EU 등 중견국가들이 서로 경합하며 다원주의적 질서를 만들어가게 되리라 본다. 그런 면에서 일상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더 힘이 들 수 있다. 21세기는 ‘노 원스 월드(No One’s World)’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그 역할을 할 수는 없다. 세계를 지배하겠다? 그런 이해도 없다고 생각하며, 그보다는 훨씬 실용적 국가라고 본다.

꼭 혼란과 힘의 공백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를 경영하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국가들은 다원주의적 상황에서 함께 일하는 방법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중국이 부상하고, 러시아가 좀더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 미국의 이번 대선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 미국 역사상, 아니 미국 전체로 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미국이 옳은 선택을 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여시재 글로벌 미래대화는 COVID-19 위기 속 새로운 국제 질서를 전망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고자 기획된 해외 석학과의 연속 온라인 세미나다. 여시재는 지난 5월 ‘COVID-19 이후의 뉴노멀’을 주제로 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학 석좌교수와의 대담을 시작으로 ‘COVID-19 이후 국제질서와 미중관계’, ‘한-영 COVID-19 대응 경험의 공유’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채텀하우스, UN SDSN, 영국 의회 및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등과 함께 토론을 이어왔다.

한국어 동시통역 ver. [여시재 글로벌 미래대화] 고립주의 미국과 세계질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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