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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COVID-19 / 도시 ④] 도시의 탈중앙화, '사람 중심'의 모빌리티가 핵심이다

손지우(SK증권 리서치센터 스마트시티 TF팀장)

2020.10.07 3299

도시란 그 시대의 문명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여시재는 2015년 설립 당시부터 ‘도시 문명의 위기’를 핵심 연구과제로 놓고 산업문명과 대도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 모색에 주력해왔다. COVID-19의 팬데믹 상황은 인류가 현재 도시 문명의 지속불가능성에 더욱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도시의 변화라는 도전과 실험의 흐름을 모아 네 번에 걸쳐 전한다. 이번은 마지막 편인 ‘도시의 미래, 분산’이다. 여시재와 공동으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손지우 SK증권 리서치센터 스마트시티 TF팀장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탈중앙화의 관점에서 스마트시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1. 대도시 문제
2. 로컬의 재발견, 과연 가능한가?
3. 로컬의 현장, 그 생생함
4. 도시의 미래, 분산

탈중앙화(Decentralized)는 포디즘(Fordism)의 종말로 연결될까?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최근의 다양한 산업 변화를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공통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이른바 ‘탈중앙화(decentralized)’라는 개념이다. 과거 2차 산업혁명까지는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중앙화(centralized)’가 시대를 지배하는 철학으로 자리매김하며 산업을 이끌어왔다.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했던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른바 포디즘(Fordism)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소품종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제품 당 생산단가를 최대한 낮춰 생산자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목적으로 이용되곤 했다.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다른 모든 산업 분야에서도 경영학의 진리처럼 적용돼 왔다.


다만 이 방식이 20세기 전반 한 세대 가까이를 지배해오자 장점 못지않게 부정적 단면 또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 중심의 사회가 됐다는 것이다. 거물급 소수 공급자(대량생산체제 소유자)의 생산방식에 수많은 소비자가 적응을 해야만 했고, 심지어는 대규모 공급자가 자리 잡는 주변으로 소비자가 집적되어 밀집된 생활권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획일화되고 다양성이 훼손되는 문제를 비롯해 공급자의 횡포가 사회적으로 만연하는 문제까지도 나타나게 되었다. 헨리 포드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당시, 한 고객이 자동차 색상을 고를 수 있는지 묻자 포드가 “원하는 색은 다 됩니다. 검정색이기만 하다면요”라고 대답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게 회자된다(포드는 당시 생산단가의 절약을 위해 자동차 색상을 검정색으로만 제공했었다).

어디 그 뿐인가. 도시는 계속 거대화되기만 했다. 대규모 공급자 주변으로 노동자, 소비자, 관련업 종사자들이 모여들면서 집적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도시 간 생활 격차 확대, 도심 내 슬럼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등의 다양한 문제들이 야기됐다. 지금까지 많은 도시학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뾰족한 해답이 제시되지 못했을 정도로 도시집중화의 문제는 심각성이 짙어져만 갔다.

대규모 자본 진입장벽에 대한 도전 가능해져

그러나 흥미롭게도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함께 집중화 문제의 시발점이라도 할 수 있었던 핵심산업 부문에서 탈중앙화(decentralized)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앙발전소에서 전력을 분배하던 발전 방식은 최근 분산형 발전이 확대되는 추세다. 가정과 상업시설 등 지금까지 전력을 소비만 해왔던 주체가 이제는 역으로 신재생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시스템) 기반 하에 전력을 생산한 뒤 남는 전력을 중앙 시설에 되파는 형태가 이미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정보처리 방식도 기존 대규모 데이터센터 중심의 클라우드(cloud)가 주축이었다면 최근에는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 등장해 중앙으로 집중되었던 정보를 최대한 분산시키고 있다. 화폐의 발권은 중앙은행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비트코인의 등장 이래 디지털 화폐 기반 블록체인 기술이 최근까지 활발하게 개발되면서 이 역시 분산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각기 블록체인 헤게모니를 중앙은행과 접목시키는 시도를 빠르게 진행 중이다.

가장 의미 있는 현상은 공장, 사무실, 운송수단 등 기존 대규모 자본가들만 보유하여 공급자 중심의 헤게모니를 유지해왔던 산업에서도 공유(sharing) 개념이 등장하면서 빠르게 그 힘이 분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앞서 설명한 포디즘의 발원지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의 공장 공유(factory sharing) 현상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국내 현대∙기아차를 위시한 세계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은 지금까지 끊임없는 증설로 생산플랫폼을 늘려 나가며 규모의 경제 만을 추구해왔었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자본 진입장벽으로 자리 잡아왔고, 이후 탄생한 수많은 자동차 스타트업들은 바로 이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속절없이 무너지곤 했다. 그만큼 대규모 생산플랫폼은 자동차 업체의 ‘아성’과도 같았다. 그러나 한 세기 가까이 진행되어온 이들의 확장 일로 정책은 자충수로 이어져 최근에는 심각한 공급과잉을 초래했다. 간단히 말해 늘려도 너무 많이 늘렸던 것이다. 세계 최고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의 2019년 말 글로벌 공장 가동률은 70% 수준에 불과했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무려 50% 내외까지 하락했다고 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자동차 업체들이 선택한 대응 방식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은 가장 큰 무기이자 진입장벽이었던 생산플랫폼을 스타트업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는 폭스바겐이 지난해부터 시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의 개방을 들 수 있다. 이들로서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설비 유휴화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본인들의 생산라인에 이식하고자 이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떤 의미이든 간에 공유의 개념이 자동차 생산공장에까지 이식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찌 보자면 포디즘의 종말이라는 시대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외 아마존(Amazon)의 풀필먼트, 위웍(Wework), 우버(Uber), 에어비앤비(Airbnb) 등의 공유 스타트업들이 추구해온 방식 모두 이와 같은 기존 대규모 자본 진입장벽에 대한 도전과 연관된 현상들이다.

탈중앙화는 새로운 효율성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탄생
스마트폰 보급과 인공지능이 촉매 역할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산업에서 탈중앙화(decentralized)를 공통적으로 추구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과거 산업혁명의 역사에서와 마찬가지로 효율화의 추구라고 답할 수 있다. 산업혁명은 늘 기존보다 효율적인 생산방식을 택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향성으로 전개되어 왔다. 2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그 효율성의 증대란 중앙집중화와 대량생산체제였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산체제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오히려 비효율의 결과물을 발생시키자, 세상은 마치 정반합의 논리처럼 그와 반대되는 탈중앙화를 통해 새로운 효율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와 같은 논리 전개를 보면서 ‘탈중앙화는 과거에도 수차례 시도되었기에 새로울 것도 없다’라며 최근 트렌드를 폄하하는 의견도 있을 법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탈중앙화는 불과 몇 년 전에도 시도되었던 방식이다. 다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번에는 탈중앙화의 중심에 급격한 발전 속도를 보이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통신망의 보급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스마트폰은 사실상 걸어 다니는 컴퓨터이면서 인공지능 구동의 핵심이다. 과거 데스크톱의 세계 보급률이 20% 수준에 그쳤던 반면 스마트폰은 이미 65%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결국 이제는 개개인이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제약 없이 컴퓨팅 시스템, 즉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5G 통신망은 이를 더 수월하게 해줄 기술이다. 그 외 많은 진보된 기술 인프라들은 과거에는 성공하지 못했던 탈중앙화의 성공을 이루도록 도와줄 것이다.

스마트홈의 확산이 탈중앙화 가속시킬 것

산업의 탈중앙화가 가속되면, 당연히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스마트시티 또한 과거와 달리 점차탈중앙화되는 모습을 갖춰 나갈 가능성이 높다.


쉽게 생각해보자. 공장과 사무실, 운송수단의 공유가 만연해진다면 거대 자본에 대한 진입장벽이 사라지면서 1인 기업, 혹은 스타트업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다지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미 유튜브의 급성장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 송수신장비, 셋톱박스, TV 등등의 진입장벽이 소멸되자 1인 방송 유튜버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흐름이 격화된다면, 최소한 지리적으로 만큼은 과거 2차 산업혁명 때처럼 거대 자본이 소수 공급자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즉 도시의 과밀 집적 필요성이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궁극적으로는 ‘집’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통근∙통학∙통원의 필요성이 줄어든다. 동시에 집에서 직업, 교육, 의료, 소비 등 다양한 일들이 가능해져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달리 집에 기본적으로 장착되는 인프라와 기술의 정도는 과거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른 바 스마트홈(Smart home)의 본격적인 등장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스마트홈 확산 현상은 그만큼 과거와 다른 생활양식으로서 도시 탈중앙화 현상의 가속화로 연결된다.

코로나19는 공교롭게도 이런 식으로의 변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촉매제로서 작용하고 있다. 우리에겐 언택트(untact)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지만, 궁극적으로 언택트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살펴보면 앞서 살펴본 탈중앙화 및 스마트홈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먼저 극심하게 경험했던 중국 우한이 텐센트와 함께 스마트시티(디지털도시)로의 전환을 급격히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의 역사 역시 도시의 탈중앙화를 지지하는 듯하다. 도시학자 피터 홀(Peter Hall)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초기 국면이었던 1920년대에는 교외의 인구성장률이 39%로 도심의 인구성장률 19%를 크게 압도했다. 실제로 미국 50개 주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인구 기준 상위 5개 주의 1900년부터 193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의 성장률은 56%에 그친 반면, 나머지 주들의 평균은 64%를 넘어섰다. 물론 탈중앙화라는 흐름이 산업혁명 내내 지속될지, 혹은 초반에 진행되다 후반에는 다시 중앙집중화로 연결될지 아직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과거에도 후기 산업혁명이 지난 이후로는 다시 집중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산업혁명 초기만큼은 기존 중앙집중화된 도심에서의 탈중앙화가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시점이다.

탈중앙화된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초기 인프라는
단연 모빌리티의 궁극적 목표인 자율주행


불평등과 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사적 해법이 4차 산업혁명이고, 그 산업혁명의 전개 과정에서는 스마트시티의 등장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스마트시티는 최근 기술적, 역사적 전개에 맞춰 탈중앙화라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다. 이제 우리의 질문은 다음으로 향한다. ‘탈중앙화된 스마트시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하는가?’


물론 이 질문은 초반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킬 개연성이 있다. 저명한 도시학자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뉴욕시의 설계자인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인위적인 도시계획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미리 밝힌 바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의 설계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리차드 세넷(Richard Sennett)이 말했듯 제이콥스가 분명 인위적 도시설계의 위험성을 매우 의미 있게 환기시킨 것은 맞지만, 거꾸로 평생 동안 아킬레스건인 ‘계산’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도로, 전기, 수도와 같은 기반 인프라는 수학적∙물리학적 공식에 의거해서 갖춰져야만 하는데, 그녀는 반대로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 사실이다. 일정 수준의 계획과 최소한의 인프라는 도시 발달의 초반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기원전 로마는 설립 초기 아피아가도와 항구 건설을 통해 무역 대도시로 성장했다. 중국 장안(베이징)은 수문제로부터 아들 수양제로 이어지는 대운하 건설을 통해 실크로드의 기반을 닦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본 도쿄 또한 허허벌판의 갯벌을 거대한 간척∙수로 사업을 통해서 훌륭한 토지로 탈바꿈시키면서 수도 탄생을 위한 시작점을 만들어냈다. 멀리 볼 것 없이 2차 산업혁명 당시 디트로이트와 볼프스부르크 또한 승용차 산업 기반을 초기에 인위적으로 구축하면서 도시 발달의 기반을 세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금번 스마트시티 구축에 있어서 초기에 구축되어야 할 최소한의 인프라는 무엇이 될까? 해답은 앞의 단락에서 언급한 시대를 관통한 거대 도시의 초기 구축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진행된 부분에 있다. 바로 운송(transportation)이다. 로마에서부터 디트로이트까지 결국 이들은 그 시대의 핵심 운송수단을 위한 인프라를 초기에 빠르게 구축하면서 발전의 가능성을 심어 두는 데 성공했다. 이번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 운송수단의 인프라는 무엇일까. 우리는 최근 운송수단을 범용적으로 모빌리티(mobility)라고 이른다. 서두에서 설명했다시피 스마트카와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량이 모빌리티 진보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인프라는 ‘V2X(Vehicle 2 Everything)’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꽤나 높다.


현재 자율주행은 자동차 혹은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 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제는 자율주행 분야 있어서 자동차 업계 선두인 테슬라 혹은 도요타, 인공지능 업계 선두인 웨이모(구글) 중에 누가 더 뛰어나냐를 묻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둘 다 모두 한계에 봉착하면서 레벨3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다양한 기술업체들과 협업(collaboration)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양한 기술을 장착한 수 많은 인프라를 통해 자율주행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중국 바이두의 아폴로(Apollo) 프로젝트가 지금은 더 각광을 받는다. 그 와중에 V2X라는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데이터센터 또한 엣지 컴퓨팅이 서서히 부각되면서 V2X 기반의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의 성공 가능성을 점점 더 높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도요타가 CES2020을 통해서 그들의 스마트시티인 ‘우븐시티(Woven city)’를 공개하고, 이후 착공과 함께 다양한 분사∙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소식이다. 도요타는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드론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첨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자동차 기업이다. 그들이 4차 산업혁명의 궁극적 솔루션으로 불리는 스마트시티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이 현상에 어찌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미 발표된 계획에서 옳던 그르던 간에 그들은 모빌리티 인프라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또한 국내 현대차 역시 2조 5000억 원 규모의 세종스마트시티 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든 현재 시점에서든 모빌리티의 인프라, 즉 자율주행의 구동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Killer application이라는 별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4차 산업혁명에서도 필연적으로 운송수단 변화의 핵심에서 다양한 신규 산업들이 파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자율주행은 안 된다, 혹은 멀었다’라는 부정적인 관점에 머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이른 시점에서 구동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많은 기술기업들이 존재한다. 그들과 함께 이 해답을 찾아 나가기 시작해야 한다.


저명한 건축학자이자 도시학자인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는 19세기에 나타났던 복고주의 건축양식이 산업 발전의 성과를 건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과감한 접목 만이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100년도 더 된 현실비판이자 냉철한 경고였지만, 지금 들춰봐도 참 의미 있는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기술에만 머물면 반드시 실패
핵심은 ‘사람’ 중심

그렇다면 앞으로 모빌리티 인프라의 핵심을 먼저 구축하는 쪽이 무조건 스마트시티의 기선을 제압하게 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심플하게 이런 결론으로 향한 측이 있다면, 20세기 제인 제이콥스라는 여성의 센세이셔널(sensational) 한 등장을 깡그리 무시한 셈이 된다.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가치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기술 중심으로만 접근했을 때 겪게 될 실패는 이미 우리가 송도 유씨티(U-city)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그 대단한 구글마저도 토론토 폐역 항만에 건설한 사이드워크 토론토(Sidewalk Toronto) 프로젝트를 완전 취소하는 것을 보며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둘 모두 기술/자본적으로는 완벽한 준비가 되었을지 모르지만, 사람 가치에 대한 경시로 귀결된 실패라고 정리할 수 있다.


현재 도시의 문제들을 살펴보자. 빈부격차와 슬럼화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교통정체, 일자리 부족, 혼인과 출산의 어려움, 노인들의 소외, 기존 인프라의 노후화 및 비효율화 등등 무수히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어디 개인들 뿐인가. 4차 산업혁명은 반드시 도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두들 인지하고 있지만, 막상 4차 산업혁명의 첨병에 서야 할 스타트업들은 각종 규제와 인프라 및 인력 부족, 자금난, 기존 기득권의 대책 없는 횡포 속에서 점점 구축해 나가야 할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괜히 대한민국이 4차 산업의 갈라파고스 군도라는 악평이 흘러나오고 있을까 싶다.


스마트시티는 이 문제를 모두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문제들을 포괄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과 자본, 그리고 초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당국의 과감한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맞아 들어가야 한다. 기업이 영역 확대의 목표 만을 바라보고, 자본이 수익의 확대 목표 만을 바라보고, 정책당국이 명분 확보의 목표 만을 바라보면서 동상이몽(同床異夢) 식의 스마트시티 구축에 들어간다면 이는 송도 유씨티나 구글 사이드워크 프로젝트처럼 또 다른 큰 실패 만을 남길 뿐이다. 더해서 아마 사람들은 스마트시티라는 프로젝트의 연이은 실패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후 새로운 시도는 더욱 어려운 환경에 봉착하는 악순환에 진입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기술과 자본과 정부가 중심에 서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도시의 철학과 가치가 먼저 정립되어야 한다. 르 코르뷔지에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같은 도시의 거장들이 왜 인간과 자연을 늘 도시 건설에서 핵심 가치로 제시했었는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정책당국과 산업계, 학계가 유기적으로 모여서 이 철학과 가치를 설정하고 그 가치 아래서 기술, 자본, 인프라의 구축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자면 핵심 초기 인프라라는 자율주행의 구축도 현존하는 사람들의 많은 불편들, 이를테면 환경문제, 도로 정체, 사회적 약자 층의 안전운행, 그리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의 확보 등등의 현실적인 우리들의 요구사항 및 문제를 같이 포괄하면서 진행되어야만 한다.


초기 인프라 구축 이후로 진행될 모빌리티 영역 외 많은 산업의 인프라∙시스템 설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인간 가치를 중심에 두고 정책당국과 산업계, 학계가 유기적으로 논의해가면서 해답을 찾아가야만 한다. 아마도 그 방법 만이 스마트시티라는 새로운 시대의 도시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방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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