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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화폐 속도 내는 중국, 결제 시장의 영향력 강화가 우선 목표

발제: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2020.09.25 1054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초청 세미나

달러 패권 도전보다는 현금결제 대체 목표가 우선
중앙은행의 정책 영향력 제고 효과 기대

코로나19로 언택트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화폐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위안화의 국제화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은 올해 4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통해 디지털 화폐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를 시연했으며, 베이징과 톈진, 선전 등의 주요 도시에서 시범 유통을 시작했다. 디지털 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국의 행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외적으로 고조되는 미중갈등 상황 속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DCEP는 중국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중국 정부의 속내는 무엇인지 중국 경제전문가인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의 주요 발제 내용을 지상 중계한다.


오늘은 중국에서 지금 이미 시범 발행이 시작된 중국 디지털 통화(DCEP: 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의 발행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종이 지폐 대체 수단으로 디지털 통화 속도 내는 중국

우선 DCEP의 개념부터 정확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많은 국가들이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를 검토하거나 시범적으로 발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1]은 현재 진행 중인 CBDC의 형태를 정리한 것입니다. 크게 민간 발행과 중앙 발행으로 나뉩니다. 이중 DCEP는 중앙은행 발행에 속합니다.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분산 원장 방식과 단일 원장 방식, 또는 분산 원장과 단일 원장을 혼합한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DCEP는 이중 혼합 방식에 속합니다. 실행 방식은 계좌 기반과 토큰 기반으로 나눌 수 있는데, DCEP는 두 가지 방식을 다 채택했습니다. 또 DCEP는 금융기관 대상의 도매 방식이 아닌 소액결제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디지털 화폐를 이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나라로는 스웨덴이 있습니다.

(출처: 안유화 교수 발표 자료)

다른 국가들은 디지털 화폐를 CBDC라고 하는데 왜 중국은 DCEP라고 쓸까요? CBDC는 ‘Central Bank(중앙은행)’과 ‘Digital Currency(디지털 통화)’로 구성됐습니다. 중국은 이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제3자 지불 결제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통화가 활발하게 통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은 중앙은행을 강조하기보다 ‘전자결제(Electronic Payment)’에 무게중심을 둔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DCEP는 현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종이 화폐, 즉 현금 결제를 대체한다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입니다.

DCEP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해서 전자지갑 형태로 보관합니다. [그림2]는 중국 농협은행에서 만든 전자지갑입니다.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유사해 중국 사람들에게 익숙합니다. 다만 1위안이라고 적혀있는 아래에 시리얼 넘버가 부여돼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중앙은행 데이터베이스에 디지털 화폐의 일련번호가 저장되기 때문에 통화 흐름이 투명해집니다. 오른쪽 아래 터치폰(Touch phones)은 핸드폰끼리 접촉만 하면 결제가 되는 기능입니다. 일종의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인 NFC 무선통신시스템이 탑재됐다고 보면 됩니다. 이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불가능할 때도 결제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안유화 교수 발표 자료)

조폐공사가 종이 지폐를 찍어내기 위해서는 노동력 등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의 경우에는 취약한 시스템입니다. 만약 DCEP로 대체됐다면 팬데믹과 같은 돌발 리스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또 돈을 찍어내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새로 발생하기도 쉽습니다. 또 DCEP는 계좌 기반으로 상업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계좌 관리를 인민은행이 담당하게 됩니다. 계좌 연결을 하려면 인민은행의 인증이 필요한데, 이를 통해 거래 전 거래 행위자에 대한 인민은행의 검증을 거칠 수 있습니다. 또 DCEP는 토큰 기반으로도 이뤄지는데, 전자지갑 발행을 통한 방식입니다.

이러한 DCEP의 도입은 통화의 유통을 투명하게 합니다. 불법자금을 양성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현금만 사용하는 사람들, 특히 호적에 올라가 있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 재난이나 재해로 전력 사용이 어려운 곳에서는 결제가 불가능해집니다.

DCEP 발행 통한 중앙은행의 영향력 강화

그렇다면 중국이 DCEP를 추진하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인민은행과 중국 상업은행 간의 힘겨루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인민은행이 팬데믹 상황에서 적극적인 통화 정책을 펴서 금리를 낮춰도 상업은행들이 대출을 늘리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상업은행들은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얼어붙었고 중소기업들이 돈을 못 버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릴 경우 부실 대출이 발생하는 것을 걱정합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먹히질 않는 겁니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자본시장이 발달되지 않아 돈들이 모두 상업은행을 통해 유통됩니다. 신용을 확장시킬 수 있는 힘을 상업은행이 장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신용 관리의 파워를 갖고 오려고 하는데 서 DCEP 발행의 배경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 DCEP는 디지털 화폐인 만큼 프로그래밍이 가능합니다. DCEP의 시리얼 번호를 지정해서 특정 범위 안에 드는 곳에 유통될 때만 활성화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으로서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훨씬 정확하게 목표에 도달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업은행의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인민은행은 훨씬 통솔력 있게 통화정책을 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위안화, 지금이 적기

달러는 디지털 통화로의 전환이 어렵습니다.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2%가 안됩니다. 달러는 41%예요.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달러가 많은 만큼 이해관계자도 많습니다. 이들을 모두 디지털 달러로 전환하는 것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과 이해관계가 결부돼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달러를 추진한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안화가 디지털 위안화로 전환을 시도하려면 지금이 적기입니다. J.P. 모건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30년경 위안화가 엔화를 대체해서 국제 주요 통화가 된다고 합니다. 국제결제 비중이 10%까지 간다는 겁니다. 2000년 이전 중국의 금융을 장악한 것이 다름 아닌 월가의 금융회사들이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중국을 떠났던 월가의 금융자본이 지금 다시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된다면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본으로 인해 위안화 수요가 높아지고 자연히 위안화가 보유 통화로서 가치가 올라갈 것입니다. 향후 위안화의 국제결제 비중이 유로화 수준으로 높아진다면 디지털 위안화 추진은 어렵게 됩니다. 더 많은 나라들의 시스템과 연계되어야 하니까요. 중국은 자신의 국제결제 시스템인 SIPS를 이미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디지털 위안화를 하게 되면 SIPS시스템을 디지털 위안화에 맞게 계속 조정해 나갈 수 있습니다. 거래 규모가 아주 작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허용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디지털 위안화의 적기입니다.

화폐의 국제화에는 신용과 기술 여건 마련돼야

한편 DCEP 가 위안화 국제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화폐의 국제화는 그 나라의 신용입니다. 국가의 신용은 국민과 기업의 신용이고요. 기업의 신용은 기업 경쟁력입니다. 그것은 기술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화폐는 기술 패권입니다. 위안화 국제화가 실현되려면 결국은 중국기업들의 기술력이 미국 기술력을 넘어서야 합니다. 여기에 세계가 중국 공산당이나 기업을 얼마나 신뢰하는 지의 문제가 남습니다. 혹자는 현재를 ‘신냉전(Cold War)’이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량전(涼戰, cool war’이라고 부릅니다. 미중이 서로 잘해보려고 다투고 있는 상황인거지요. 과거 미소 냉전 시대와는 달리 중국과 미국은 분리가 불가능합니다. 중국은 적어도 2035년 까지는 냉전이 아니라 ‘량전’으로 가려고 합니다.

결국 국제화도 신용 문제입니다.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화되느냐의 문제는 다른 나라의 그 나라에 대한 신용이거든요. 과거에 실물 화폐 시대, 특히 금본위 시대는 그런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 종이 화폐 시대로 오면서 정부가 통화 발행을 마음대로 결정합니다. 미국연방준비위원회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진행하는데 위기가 터지면 어떻게 대응할까요? 우리는 신용이 없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현재 우리는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행동과 모든 금융 시스템 등은 여전히 오프라인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신용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계좌 기반 시스템이라는 것도 은행이 신용 증명의 대리인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1976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화폐의 탈국가화’라는 짧은 글에서 컴퓨터 기술을 사용해 국가 신용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통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 중앙은행만 돈을 찍어야 하느냐, 마음대로 화폐를 발행해서 경쟁을 통해 어느 통화가 더 신뢰를 받고 생존하는지 시장에서 결정하게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기술이 신용 문제 해결 가능한지가 관건

결국 핵심은 기술이 신용을 해결할 수 있냐에 있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한 기술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조지 길더’의 저서 ‘구글의 종말(A LIFE AFTER GOOGLE)’은 모든 중앙화된 것은 앞으로 생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정보와 네트워크를 독점하는 것은 분산이라는 인터넷의 자연스런 속성에 반하는 것입니다. 분산화된 세상에서는 국토가 크고 작고가 중요하지 않아요. 국토가 작아도 세계적인 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영토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자가 항상 세계적 기업이 되었습니다. 미국 시가총액 상위 1위부터 10위까지 보면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이 포진해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무슨 문제를 해결했죠? 사람과 사람 간의 연계를 해결했어요. 다양한 사람을 연결시키고 거래를 하게 했다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정보 권력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국제통화도 미국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고 인터넷도 각국별로 다 독점이 되어있습니다. 이것은 일반 국민들에게는 최악의 상태입니다. 이제는 다시 분산화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바로 신용 문제 해결입니다. 얼마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믿게 할 것인가. 이것을 해결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위대한 국가가 되고 그 통화는 국제적인 통화가 될 것입니다.

<질의 응답>

Q. 디지털위안화가 되면, 국내적으로는 반부패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국제적인 관점에서 단기적으로 보자면 미국과 유럽이 설정한 제재망을 피하려는 국가들이 제재 회피 수단으로 디지털 위안화를 많이 쓰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는 불법적인 국제 거래들이 마지막에는 결국 달러나 유로를 통해서 결제가 되어야 됐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의 감시망에 걸려들 수밖에 없었는데 디지털 위안화가 유통된다면 이제 그런 걸 다 회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적으로는 부패를 줄이는 데 기여하겠지만 국제적으로는 오히려 탈법, 불법을 우회로로 사용해서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네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지적하신 대로 결국 이란 같은 경우에는 미국이 제재를 받고 달러시스템에서 배제됐습니다. 이란은 최근 중국정부와 4000억 달러의 투자 합의를 발표했습니다. 인프라 건설 4000억 달러가 투입되면 미국이 진행하는 이란 제재가 힘을 잃게 되거든요. 굉장히 큰 문제를 해결해주는 거죠. 그래서 DCEP아니더라도 중국이 이란을 도와 주려 한다면 방법은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DCEP가 이 같은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하면 편의성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세계적인 신뢰를 잃는 큰 대가를 각오해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요. 결국엔 국가신용도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합니다.

Q. 2018년부터 중국 경제 위기에 대한 관측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 건전성, 외환유동성의 부분에서 이런 지적들이 많았는데요. 코로나 19 이후 중국 경제에서는 이러한 위기 요인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와 같은 부분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A. 현재 중국은 코로나 종식 준비를 하고 있다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코로나를 완전히 벗어났다면 이는 각국에도 긍정적인 시그널입니다. 14억 인구의 큰 나라도 완전히 끝낼 수 있다는 경험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의 중소기업, 특히 민영기업들은 거의 80%이상이 파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년에 중국에서 1300만~ 1400만 가량이 일자리를 찾습니다. 500만~600만은 자연실업으로 추정됩니다. 전체적으로 4~6% 실업률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중국 대학들이 올해 870만명 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하는데 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 6000만명 정도가 실업으로 추정됩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경제성장률이 2분기에 3.2%인지, 3분기에 더 좋아질 것인지는 불투명합니다. 중국 일자리의 80%를 중소기업이 차지합니다. 국유기업이 아니에요. 중국 GDP의 60%, 세수의 50%를 중소기업이 담당합니다. 이런 중소기업의 80%가 다 어려워지고 힘들어져 있는데 경제성장이 3~4%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정리: 황세희 (여시재 미래디자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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