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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페이스북은 왜 해저케이블 기착지에서 홍콩을 배제했을까?

김연규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0.09.18

콘텐츠와 데이터의 시대, 미·중의 바닷속 전쟁

<그림 1> ‘태평양 광케이블 네트워크(PLCN)’ 노선도. LA에서 태평양을 건너 타이완과 필리핀 중간 해역에서 홍콩으로 가는
것이었으나 홍콩 구간이 제외됐다. (출처: Kevin Xu, “Southeast Asia and the Pacific Light Cable Network”)

미 법무부,
태평양 광케이블 콕 집어
‘사업 취소’ 권고

2020년 9월 1일 구글과 페이스북은 5년째 추진해오던 ‘태평양 해저 광케이블 프로젝트 (PLCN: Pacific Light Cable Network)’의 노선을 변경해 홍콩 대신 타이완과 필리핀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6년 발표 당시 계획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와 홍콩을 연결하는 8,000 마일 (12,800 킬로미터) 거리의 바닷속에 1초당 120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케이블을 부설한다는 것이었다. 태평양 이쪽과 저쪽에서 동시에 8000만 명이 고화질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중국 바로 앞에서 노선을 틀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홍콩을 최종 기착지에서 배제하고 타이완과 필리핀으로 간다는 정도까지만 발표된 상태다.

그 배경에는 미 법무부가 있다. 법무부는 미국 기업들의 통신 분야 투자의 안보 리스크를 검토해왔는데,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에 PLCN을 적시하면서 안보 위험성을 경고하고 사업 취소를 권고했다. 이 판단의 근거로 제시된 것이 구글, 페이스북의 사업 파트너인 홍콩의 ‘Pacific Light Data Communication Co. Ltd’의 중국 정부 연루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중국 국영기업으로 전 세계 해저 광케이블 공사 4위 업체인 ‘Dr. Peng Telecommunication and Media Group’의 자회사라는 것이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디지털 인프라 각축장은 동남아

미국은 5개월 전인 지난 4월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 (CNP: Clean Network Program)’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중국과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경쟁을 위해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산 앱과 제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스토어, 해저 광케이블 등의 영역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넉 달 뒤인 8월 11일 미 국무부는 이 ‘클린 네트워크’에 참여한 국가와 통신사 명단까지 공식 발표하였다. 클린 네트워크 가입한 20개국 명단은 다음과 같다 (알바니아, 호주, 캐나다,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프랑스, 그리스, 이스라엘, 일본, 라트비아,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스웨덴, 대만, 영국, 미국, 베트남). 미 국무부가 공개한 클린 네트워크 가입 기업은 다음과 같다 (프랑스 Orange, 인도 Jio, 호주 Telstra, 한국 SK와 KT, 일본 NTT, 크로아티아 흐르 밧 스키 텔레콤(Hrvatski Telekom), 에스토니아 Tele2, 아일랜드 Three, 라트비아 LMT, 네덜란드 보다폰 지고(Vodafone Ziggo), 폴란드 Plus, 싱가포르 싱텔(Singtel), 덴마크 TDC, 영국 오투(O2) 등).

PLCN의 좌초는 미중 간 디지털 인프라 구축 경쟁에서 해저 광케이블이 새로운 각축장으로 등장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동시에 디지털 인프라 구축의 각축장이 동남아 인도 등 신남방 지역임을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Xuetong 2020).

중국이 동남아 거점 장악
미국이 추격

현재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디지털 경제와 클라우드 시장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격돌하고 있다 (김정곤ㆍ이재호ㆍ김도연ㆍ신민이ㆍ김제국, 2019). 현지에 먼저 진출해 광범위한 사업 생태계를 구축한 중국 기업들을 미국 기업들이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인터넷 서비스 패러다임이 통신에서 콘텐츠 공유로 변모하면서 기존 문자, 사진을 주고받던 인터넷 서비스 패러다임이 페이스북 등 SNS를 넘어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 공유로 옮겨갔다. 여기에 커넥티드 홈, 스마트 자동차·운송 등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분야 성장세까지 고려하면 인터넷 서버 용량과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와 같이 양질의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소비 행동이나 기업 운영 방식의 디지털화를 재촉해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구글의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센터 내 서버 보관실의 모습 (출처: 구글)

일본 기업들도 태평양 광케이블 사업 추진

해저 통신망을 지배하는 국가가 사실상 세계의 데이터 유통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동남아 해저케이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하여 미국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특히 섬이 많은 동남아 지역 특성상 해저 케이블 수요가 꾸준히 있으며 현재는 대부분 작은 섬들을 연결하는 중전압(MV) 케이블에 국한돼 있어 앞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IT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동남아 지역 디지털 서비스의 폭발적 수요 증가에 따라 데이터 센터 설립에 매진하고 있었다. 동남아 지역의 데이터 센터 시장은 초기 구글과 아마존이 이끌었다. 구글은 2011년 싱가포르 데이터 센터를 세우는 데 1억 2000만 달러(약 1308억 원)를 쏟아부었지만 알리바바·화웨이·텐센트가 구글·아마존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부상하였다.

일본의 NEC, 중국 통신기업 등은 동남아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을 해저 통신망으로 연결하기 위한 다수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NEC는 ADC (the Asia Direct Cable) , JUPITER, JGA (Japan-Guam-Australia cable system), SJC2 (the 10,500-km Southeast Asia–Japan 2 consortium) BtoBE (Bay to Bay Express Cable System) 등 다수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통신기업들도 미국의 안보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다수의 해저 통신망 연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구글과 페이스북의 PLCN 사업을 좌초시킨 것과 별도로 추가로 미국과 동남아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TPN (Trans Pacific Networks)으로 알려진 이 사업은 주로 5G 확대를 앞둔 인도네시아의 통신망 현대화를 염두에 둔 사업으로 이제까지 알려진 노선보다 최장으로 알려져 16,000 킬로미터 길이로 미국의 오레건 주 해안과 인도네시아를 연결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중국의 디지털 일대일로의 대항마로 구성된 인도태평양 전략의 예산이 직접 투입되는 사업이다. 2019년 11월 태국에서의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에서 미국의 인프라 투자청 (OPIC) 청장이 직접 발표를 하였다.

인류 최초 해저 케이블
1858년 영-미 간 부설
한 글자 송수신에 2분 30초 소요

인류 역사에서 해저 케이블이 처음으로 설치된 것은 1858년이었다. 전신(telegraph) 송수신을 위해서 미국과 영국 사이에 연결된 것이었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Queen Victoria)과 미국의 뷰캐넌(James Buchanan) 대통령은 북미 대륙과 유럽 간의 역사적인 통신 인프라 연결을 축하하는 전신을 교환하였는데, 한 글자 당 송신에 2분 30초가 소요되어 전체 메시지를 교환하는 데 17시간이 걸렸다(Griffiths 2019). 전화 해저 케이블 (Transatlantic No. 1 (TAT-1))이 설치된 것은 한 세기가 더 지난 1956년이었고, 인터넷용 해저 광케이블 (TAT-8)이 처음 설치된 것은 다시 32년이 지난 1988년이었다.

데이터 전송의 95%가 해저 케이블
나머지를 위성이 담당

21세기 초(超)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초석은 해저 광케이블이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380개의 해저 광케이블이 설치되어 있으며 길이로는 120만 킬로미터(74만 5645miles)에 달한다. 현재의 해저 광케이블 인프라의 40%는 2000년 이전에 구축된 것들이다. 이후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시기에 해저 케이블 건설 붐이 일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08년에도 붐이 있었다. 현재의 붐은 4년 전 시작된 것으로, 인도네시아와 같이 5G 통신망 구축을 앞두고 데이터 교통량이 늘어나고 클라우드 지역 데이터 센터를 연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국가들을 연결하기 위한 것들이다.

전 세계의 70%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대륙과 대륙을 통신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해저 케이블이 필수적이다. 전 세계의 200여 개 국가 가운데 40개국 정도가 해안선이 없기 때문에 ‘내륙 고립(landlocked) 국가’로 분류되는데 이런 국가들은 국가 간 광케이블 (terrestrial cable)이나 인공위성으로 연결된다(CAICT 2018, 1).

데이터 전송에는 인공위성과 해저 케이블 모두 사용된다. 데이터 통신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위성통신과 해저케이블의 비중이 거의 같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대용량 데이터 수요가 커지자 다량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케이블의 비중이 높아졌다. 현재 인터넷 데이터 전송의 95%는 해저 케이블이 사용된다. 영국의 O3b와 같이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등장했지만 해저 케이블은 위성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해저 케이블 산업과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규모가 크고 경쟁도 심하다 (CAICT 2018).

구글과 페이스북이
전 세계 해저 케이블의
3분의 1 부설

해저 광케이블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미국의 초대형 인터넷 기업들인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다.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의 적극적인 투자가 두드러진다. 2011~2015년 완성된 케이블 중 이 두 회사가 투자한 케이블의 총 연장은 9000㎞였으나, 2016-2020년 완성(예정 포함)분은 15만 5000㎞로 엄청나게 늘었다. 이는 같은 시기에 부설된 세계 케이블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연합뉴스 2018).

케이블 공사는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4파전

이들의 발주를 받는 케이블 공사는 미국 일본 프랑스 3파전에 최근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해저 광케이블망 사업은 미국 TE 서브컴(SubCom)이 약 40%, 일본 NEC가 약 30%, 프랑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가 약 20%로 3사가 세계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가운데 부탄, 아프가니스탄을 제외한 12개 국가와 육상 광케이블이 설치되어 있다(CAICT 2018, 10). 해저 광케이블은 1993년 일본, 96년 한국과의 연결을 시작으로, 현재는 10개의 해저 케이블을 구축해놓고 있다. 이러한 케이블을 운영하는 회사는 중국의 3대 통신 공기업인 China Unicom, China Telecom, China Mobile이고, 케이블 제조 건설 기업은 YOFC, Hengtong, FiberHome, ZTT, TG, Huawei Marine 등이다. 2012~2015년 기간만 하더라도 주로 홍콩과 타이완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공사만 하던 중국 기업들은 2016년 이후 전 세계 해저 케이블 시장의 20%를 내다볼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중국의 3대 통신 공기업이 2016-2020년에 인도양과 지중해 등에 부설하고 있는 케이블만 13만 8000천㎞에 이른다. 구글과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규모다.

<표 1> 중국의 초국가간 육상 광케이블 (출처: China Academ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CAICT). 2018. White Paper on China International Optical Cable Interconnection, 11.)
<표 2> 중국의 해저 케이블 연결 현황 (출처: China Academ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CAICT). 2018. White Paper on China International Optical Cable Interconnection, 11.)

중국 통신 기업들의 해저 케이블 진출은 2015년경 본격화되었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통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정책’을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정부는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과의 외교 협력의 틀을 통해 통신 공기업들의 케이블 수주를 도왔다.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데이터와 통신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인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의 인터넷 통신 기업들은 이러한 개도국들의 디지털 변환에 맞춰 미처 광범위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런 틈을 타고 아프리카 남미 등 일대일로 틀안의 개도국 시장에 진출해 서구 기업들의 독점에 도전해왔다. 화웨이는 2008년 영국의 글로벌 마린시스템과 합작으로 화웨이 마린 네트웍스를 설립했다. 해저통신망을 지배하는 국가가 사실상 세계의 데이터 유통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전략적 사고가 바탕에 있었을 것이다.

<표 3> 각국의 해저 케이블 연결 현황 (출처: China Academ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CAICT). 2018. White Paper on China International Optical Cable Interconnection, 14.)
<그림 2> 파키스탄에서 북동아프리카를 거쳐 프랑스까지 가는 PEACE 해저 케이블 사업 (출처: 매일경제)

화웨이 마린은 2015년 브라질-카메룬 해저 케이블 사업(CBCS)을 수주해 세계의 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8년 9월에는 이 케이블 부설을 완료했다. 현재는 파키스탄과 아프리카 북동부 지부티를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 완공을 1년 앞두고 있다. 이 사업은 2021년까지 파키스탄에서 출발해 동아프리카 각국을 연결하고 프랑스에서 끝나는 총연장 1만 5000㎞에 이르는 해저 광케이블 사업(PEACE)이다(안두원 2020).

미중의 갈등과 충돌은 무역에서 시작해 기술전쟁으로 확전 됐다. 앞으로 금융 분야까지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가장 격렬한 것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인프라 분야다. 해저 광케이블의 흐름을 잘 지켜보면 두 나라 갈등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연구가 함께 가야 한다.


<참고문헌>
김정곤ㆍ이재호ㆍ김도연ㆍ신민이ㆍ김제국. 2019. 『신남방지역 디지털경제 협력방안』 세계지역 전략연구 19-03.
박수현. 2019. “美中 다음 전쟁터는 통신패권 좌우하는 ‘해저케이블’.” 『조선일보』 05.24
안두원. 2020. “화웨이 앞세워 `디지털 중국夢`…中, 아프리카 23개국 통신망 장악.” 『매일경 제』 01.02.
연합뉴스. 2018. “미·중, 인터넷 '해저케이블' 부설 경쟁도 격화.” 10.30.
윤지혜. 2020. “해저케이블사업 둘러싼 글로벌 패권경쟁…왜?.” 『SBS CNBC』 02.10.
China Academy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CAICT). 2018. White Paper on China International Optical Cable Interconnection. August.
Griffiths, James. 2019. “The global internet is powered by vast undersea cables. But they're vulnerable.” CNN. July 26.
Page, Jeremy, Kate O’Keeffe, & Rob Taylor. 2019. “America’s Undersea Battle With China for Control of the Global Internet Grid.” 『Wall Street Journal』 March 12.
Xu, Kevin. 2020. “Southeast Asia and the Pacific Light Cable Network
Xuetong, Yan. 2020. “Bipolar Rivalry in the Early Digital Age.” June, Chinese Journal of International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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