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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시재 인사이트 / 기후변화] 미 국방부의 충격적 ‘기후 재앙 보고서’ -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2019.12.03

(위)11월 15일 국제형법학회 총회에서 “환경파괴를 교리에 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연설한 프란치스코 교황
(아래)2018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와 2019년 9월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연설한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

지난 9월 24일 만 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앉혀놓고 “당신들은 공허한 말로 내 꿈과 내 어린 시절을 빼앗고 있다”고 했다. 소녀는 그냥 담담하게 말한 것이 아니라 절규하듯이 “대량 절멸이 시작되고 있다”고 소리쳤다. 진심으로 화내고 슬퍼하는 것으로 보였다. 울림은 컸다. 그러나 그때뿐, 그 이후에도 행동은 없었다.

지금 세계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기후 재앙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북극이나 북서 미국,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버린 사진,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고래 사진 같은 것들이 세계로 퍼졌다. 바다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유엔과 교황청, 수많은 지식인들이 “이미 기후 재앙에 들어섰다”고 말하지만 그뿐이다. 나와 내 이웃과 내 도시와 내 나라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멈추지 못한다. 본질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다. 과연 어떻게 이 거대한 간극을 좁혀 행동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수많은 툰베리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온전히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재)여시재는 기후변화와 환경, 지속가능성 문제를 핵심 대상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연구와 토론을 진행해왔다. 여시재와 파트너십을 갖고 이 문제를 연구해온 경희대 안병진 교수의 글을 세 차례에 나눠 싣는다.

1. 미 국방부의 충격적 보고서와 ‘일상’이 된 ‘기후재앙 보고서’들
2. 미국과 중국은 왜 움직이지 않는가
3. 앞으로 10년, 퀀텀 리더십으로 가자

과학계·기업·교황청·유엔의 공통 결론
“기후 재앙이 임박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기저기서 ‘올해 우리가 놓친 중대 뉴스’에 대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의 토마스 프리드만은 트럼프 탄핵 정국에 가려진 ‘미-중 관계의 미래’를 올해 우리가 놓친 중대 뉴스로 다루고 있다(2019/11/28). 프리드만 흉내를 내자면 과연 올해 우리가 놓친 중요한 기사는 무엇일까? 나는 단연코 조국 사태와 북핵, 그리고 지소미아 사태에 가려진 미 국방부의 미래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이 일련의 보고서들과 의회 청문회에서 나온 얘기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신간, 『모든 지옥문이 열리면(All Hell Breaking Loose, 2019)』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이에 대비하고 있는 미 국방부의 다차원적인 노력을 다루고 있다.

물론 기후 위기는 이제 한국에서도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이미 지구적 과학자 그룹, 혁신적 비즈니스 진영, 유엔, 교황청이라는 4가지 범주의 세계적 조직들이 입을 모아 심각한 수준의 경고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SF 영화와 미래 정치’라는 코스를 가르쳐온 나로서는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 SF 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아마 내년에는 나의 강좌 제목을 ‘현실 영화와 현실 정치’라고 바꾸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생애 동안 결코 보지 못할 줄 알았던 중대 사건들이 한꺼번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UN 사무총장

유엔 사무총장의 절규
“2020년까지 급선회하지 않으면”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미 작년에 기후 위기에 대한 적색경보를 보내며 당장 2020년까지 경로를 급선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절규하듯 호소한 바 있다. 바로 내년 말, 1년 후로 임박했다. 교황청도 기후 위기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 근거하여 이제 ‘지구 운명의 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특히 교황은 생태적 악영향을 끼친 죄악을 가톨릭 교리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할 정도로 전례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국제형법학회 총회 연설에서 대기와 토양 그리고 수질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동물과 식물을 대량으로 파괴하는 행위를 ‘생태 학살(ecocide)’이라 부르며 이런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공동의 집인 지구를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어쩌면 오래전 문명비평가인 토마스 배리가 언급한 ‘생태 학살’이 ‘인종학살(genocide)’와 함께 유엔에서 ‘최악의 국제 범죄’로 규정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소위 ‘기후 악당’ 국가로 불리는 미국은 이 악명에 대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한국도 기후 악당 국가의 최상층에 자리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더 SF 같은 사건도 최근 발생했다. 팀 렌튼 엑시터대 교수 등 일군의 과학자들이 지난달 네이처 지 기고를 통해 어쩌면 이미 인류가 해결할 수 없는 불가역적인 분기점인 ‘티핑 포인트’에 바싹 다가갔거나 이미 넘어섰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티핑 포인트는 어떤 현상이 처음에는 아주 천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균형을 깨고 폭발적 변화를 보이는 시점을 말한다. 과학자들이 얼마 전까지도 경고하던 2050년경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디스토피아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부 과학자들과 기후 운동가들은 이제 기후재난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비하는 차원이 아니라 ‘재난 후의 삶’을 본격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물론 제레미 리프킨과 같은 지성은 2028년 화석연료 산업이 붕괴하고 새로운 돌파의 전망이 열린다는 다소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혁신적 기업가들은 ‘신재생 에너지 동맹(RE-100)’을 속속 결성하고 있다.

<키워드 1: RE100>

에너지를 100% 재생 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비전을 가진 혁신적 기업들의 지구적 네트워크다. ‘RE100’을 보증하지 않으면 여러 거래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지의 207개가량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11월 현재 아직까지 한국 기업은 없다.

<키워드 2: 생태대>

문명비평가인 토마스 배리의 개념이자 전망이다. 6천5백만 년 전 시작된 신생대가 끝나가고 있으며 지구 행성과 인류가 조화를 이루는 시대로의 이행을 생태대라고 배리는 부른다.

기후 급진주의가 주류가 된 시대
누가 그들을 조롱하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기후 재앙으로서의 티핑 포인트인지 아니면 새로운 기후 문명 체제인 ‘생태대’(Ecozoic era)로의 도약의 전환점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금은 과거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급진주의가 주류가 되는 시대라는 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24~2034년 사이 섭씨 5-6도 상승으로 인한 인류 멸종의 디스토피아 시나리오를 심각하게 경고한 가이 피터슨이나 폴 벡위드 같은 급진적 학자들은 종말론자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이들을 조롱하기에는 현실이 너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사실 나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웃는 그룹의 일원이었다. 변명하자면 이들의 전망을 심각하게 분석하기에는 내 전공 추세 따라가기에도 너무 바빴다. 그런데 지금 미국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기후 위기이다. 이제 미국 정치도 기후 위기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현실 분석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과학계, 글로벌기업들, 국제기구(유엔), 영성(교황)이라는, 인류 사회를 구성하는 네 가지 막강한 범주의 총결집으로도 글로벌 거버넌스는 물론 한 국가의 거버넌스를 움직이는 것도 어렵다. 비록 당장은 한반도는 운이 좋은 편이지만 이후 갈수록 기후 위기가 악화되면 한반도는 전력망 붕괴, 자원 수급 체계 붕괴 등과 결합하거나 핵 위기와 결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시에 미국과 비교할 수도 없는 취약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행동 연구소 박훈 연구원에 따르면 불길하게도 한반도의 지구 온난화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빠르다.

<경고 1> 미 국방부 핸드북 2012·2014 및 국방부 훈령 4725.21

“석유 기반 차량을 대안 연료로 대체할 것”

- 모든 군사 시설 및 기관들은 극단적 기후 영향에 취약한 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
- 새로 개발되는 모든 신무기와 장비는 기후의 극단적 상황에서 내구성을 가지며 자원이 제약된 환경을 견딜 수 있어야 함.
- 군은 신재생에너지 전력 기반을 확충하고 석유 기반 차량을 대안 연료로 대체하는 것을 통해 탄소발자국을 감소시킬 것
- 지구적 차원의 도전들에 대해 대처하기 위해 타 국가 군대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권장하고 실행하는 것을 지원할 것

<경고 2>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 보고서

“전시 수준 비상 자원 동원체계 수립해야”

- 현재 과학계에서 나오는 분석과 전망은 지나치게 절제되어 있음
- 지금 기후 위기는 인류 문명의 실존적 위협으로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기후 관련 안보위기 시나리오가 필요
- 2050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명 붕괴 등 최악의 시나리오들을 소개. 이를 막기 위해 탄소 제로 산업체계를 신속하게 수립할 것은 권장. 그리고 이는 지구 전체 차원에서 전시 수준의 비상 자원 동원 체계 수립을 권장

미 국방부, 국가 비상사태까지 상정

여기서 우리는 미 국방부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클 클레어 교수의 신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는 사기”라는 주장과 달리 그 휘하의 국방부는 이미 2007년부터 심각하게 기후 위기에 주목해왔다. 이에 따라 기후 위기에 대비한 군 시설의 넷 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 목표 추진, 복합 비상사태(Complex Emergency)에 대비한 다양한 전시 시나리오와 군 기지 이전 등을 준비해왔다. 심지어 이들은 최악의 기후 재앙 시나리오(All Hell Breaking Loose)에서 미국 내의 국가비상사태와 해외 동시다발 재난 및 국가 붕괴 시나리오까지 상정하고 이에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얼마 전 지구적으로 화제가 된 호주 국립기후복원센터의 미래 시나리오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이 호주 보고서는 기후 위기 관련 티핑 포인트 연쇄 효과로 2050년경에는 주요 해안 도시의 침수는 물론이고 대량 기후난민, 문명 붕괴와 핵 전쟁까지 예고하며 하루빨리 전시 수준의 대응을 강조하여 충격을 던진 바 있다.

가장 보수적인 조직인
국방부의 ‘반역 준비’
이것이 안보이익이기 때문

클레어 교수가 분석한 미 국방부의 기후 파국 대비 노력은 다음의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로, 놀랍게도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반역!) 하고 기후 위기를 과학적 현실로 수용하며 갖가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에서 기후 운동가들이 ‘멸종 반란’을 조직한 반면 미국에서는 국방부가 멸종 반란을 조직한 셈이다. 안보 수호 기능이라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가장 보수적 조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국방부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미래적 조직인 셈이다.

둘째로 놀라운 점은 트럼프 행정부 내외부의 신고립주의자들의 공언과 달리 기후 위기 등 지구적 재난에 대비하여 보다 적극적 개입주의 국가 역할을 국방부가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한국에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 등 책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피터 자이한이란 전략가의 논지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이한은 미국은 이후 기후 위기에서도 피해가 적은 대륙이므로 문을 닫아걸고 고립주의적 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선동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등 해외에서 미군 주둔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자이한보다 더 다차원으로 국제 정세를 분석하는 국방부는 재난으로 인한 국가 붕괴와 국가 건설에 개입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과거보다 더 개입주의적인 성격까지 지니는 ‘기후 재난 제국’을 고민하고 있다. 나는 현재 국제정치학계의 지배적 논의와 달리 미국이 앞으로 더 개입주의적, 군사주의적 제국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단 중국 주도의 제국과 분리된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이 크다고 지적해왔다. 왜냐하면 기후 위기는 미국 내 연방의 붕괴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을 가진 지역의 다발 붕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놀라운 점은 환경운동가도 아닌 국방부가 ‘넷 제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넷 제로 전략은 환경에 대한 신념 때문이 아니라 군 생존과 안보이익을 위해서이다. 예를 들어 미국 내에서나 개입한 국가의 상업 전력망이 기후 위기로 붕괴하면 지금의 미군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레어 교수에 따르면 국방부는 심지어 개별 보병이 걸어가면서도 자체 충전이 가능한 신재생 에너지 기반 전력 체계까지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쩌면 이러한 기후 복합 위기는 효율적이지 않은 사람 대신에 개발 중인 로봇 군단의 실전 투입을 더 앞당기게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한국 기업과 미디어, 대학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클레어 교수의 신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무거워지며 다음의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과연 한국의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 의문들에 답을 가지고 있을까?

미국 국방부조차 환경운동가들처럼 급진적으로 대응하는 현실에서 기후 위기에 미온적인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은 과연 진짜 보수인가? 원래 소중한 국토와 안보를 잘 지키는 게 보수 아닌가?. 과연 한국 ‘진보’ 정부의 신한반도 체제론과 신남방체제론에는 미 국방부의 시야 만큼 기후위기와 안보의 관련성에 대한 충분한 통찰과 전망이 녹아있는가? 과연 기후 위기로 인한 인간의 삶이 걸린 안전, 안보,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상정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한국의 국방부는 다양한 위기 상황 상정 시나리오는 물론이고 군 장병들의 군복, 통신장비 등 기본적 사항에서도 과연 미래를 자신할 수 있는가? 한국의 비즈니스 진영은 이제 사회적 책임 기업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 넷 제로 시대를 미 국방부처럼 선도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문제없다고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RE-100 동맹에 일본은 이미 25개 기업이 속해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은 없는가? 한국의 명문 리서치 대학들들은 과연 대학 랭킹 경쟁을 넘어 기후 재앙과 불평등이라는 인류의 실존적 화두 앞에서 급진적으로 모든 태세를 전환하고 있는가? 초중등 교육기관들은 혹시 다가올 기후재난 이후의 뉴노멀 가능성을 은폐하지 않고 가르치고 있는가? 미디어들은 이 비상의 시대에 여전히 기후 위기를 해외 토픽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과연 20세기 대학론에 머물러 있는 자신들이 교육기관을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 종교단체들은 전통적 신학 쟁점을 넘어 과연 영성과 인류의 실존이라는 큰 화두 앞에서 어떻게 교황의 화두에 응답하고 있는가? 우리 모두는 이 일련의 질문들에 실천적으로 대답할 책무가 있다.

기후 재앙 앞에
진보도 보수도 의미 없다

한때 미국에서는 중국이 공산화된 이후 ‘누가 중국을 잃어버렸는가’ 하는 책임 논쟁이 심각하게 진행된 적이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누가 미국을 잃어버렸는가’ 하는 논쟁도 진행된다고 한다. 과거 토마스 프리드만 기자는 2020년 미 대선에서는 ‘누가 지구를 잃어버렸는가’ 하는 논쟁을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아마 한국에서는 연말 연초 여러 기관들이 장미빛 전망이나 성장을 위한 전략을 준비하느라 바쁠 것이다. 정치권은 총선에, 기업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학은 입시제도 개편에 역점을 둘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이런 이슈들을 놓고 다툴 것이다. ‘북한 핵을 어떻게 해체하고 인권을 개선할 것인가? 평화적 개입인가 압박인가?’, ‘군 인력을 어떻게 미래형으로 재편할 것인가? 군 병력 유지인가 모병제인가?’ ‘지소미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전혀 새로운 한미일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우리의 신남방 정책과의 접점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모두 다 매우 중요한 쟁점들이다. 하지만 기후 재앙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준비는 도대체 누가 해야 하는가? 말하자면 누가 지구를, 누가 한반도를 잃어버리고 있는가로 국가적 차원의 논쟁을 전개할 수는 없을까? 이 논점에서 우리는 모두 더 이상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586과 미래세대로 구분할 일도 아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참회 어린 말을 빌자면 우리는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사는 인류일 뿐이다. 2020년은 2019년과 전혀 다른 비상조치 실행의 한 해, 10년의 압축판 같은 1년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다음 글에서는 최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그린 뉴딜’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아직 시계 제로이기는 하지만 만약 미국에서 민주당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그린 뉴딜의 혁명적 시대로 전환할 수 있는가? 이는 전 세계와 한반도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는 새로운 중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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