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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럼

동아시아 사회혁신 워크숍 참관기

2017.03.20
12:00

일시•장소: 2017년 3월 20-22일 / 중국 베이징 칭화대

참석자: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 이명호 SD, 이은경(희망제작소 연구위원), 엄윤미(C프로그램 대표), 한성은(C프로그램·이상 연구협력 파트너) 

주최: 중국 르핑재단-스탠포드대학 공동 주최

 

여시재의 <동아시아 교육혁신사례 공동연구> 프로젝트 연구자와 연구협력파트너등 총 5명이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사흘간 열린 '동아시아 사회혁신 워크숍'에 참석했다. 아래는 연구 협력파트너로 참가한 이은경 희망제작소 연구위원의 워크숍 참관기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베이징 공항. 사드배치 결정 이후 날로 강도가 높아지는 중국의 보복조치와 중국사회에 번져가는 혐한 분위기에 대한 우려 탓에 내심 긴장하며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 밖으로 나와 택시 승강장에서 처음 맞은 베이징의 공기는 따스했지만 결코 편치 않았다. 출국 전 확인한 베이징의 날씨는 ‘미세먼지 위험’ 상태였다. 스모그와 사드긴장의 장막을 헤치고 베이징에 온 것은 3월 20일-22일 사흘 간 열리는 두 개의 사회혁신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Day1. Keynote Remarks (Christian Seelos, Fellow, Stanford PACS)

 

워크숍I. How Research, Publication, and Curriculum Drives Social Innovation 

첫 번째 워크숍은 칭화대 이샤우기 과학기술관 iCenter에서 열린 사회혁신 연구와 출판, 커리큘럼 개발에 관한 이었다. 중국의 르핑사회적기업가재단(LePing Social Entrepreneur Foundation, 이하 르핑재단)이 사회혁신 연구와 출판을 통해 중국사회에 사회혁신의 저변을 넓히고 사회혁신 담론을 널리 확산하기 위해 개최한 국제 세미나 형식의 워크숍이다. 

워크숍의 내용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스탠포드소셜이노베이션리뷰의 편집장 에릭 니(Eric Nee)씨의 사회혁신 매체 운영경험 공유가 그 첫 번째였다. 스탠포드소셜이노베이션리뷰(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이하 SSIR)는 스탠포드 대학의 자선과 시민사회단체(Stanford PACS)에서 발행하는 사회혁신 매체다. SSIR은 2003년부터 계간지를 시작으로 웨비나, 팟캐스트, 컨퍼런스 등의 온오프 채널을 통해 사회혁신 콘텐츠를 발신하고 있으며, 규모는 작지만 미국을 비롯한 북미지역과 유럽의 사회혁신 분야의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는 소셜이노베이션 커리큘럼 워크숍.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대학교에서 사회혁신 과정 커리큘럼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며, 각기 어떤 차이점을 갖는지 등에 관한 발표가 있었다. 주로 사회복지 전공의 대학 강사와 교수들로 이루어진 중국 측 참석자들은 비즈니스 스쿨 중심의 발표 사례들을 중국의 대학 프로그램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며 논의를 펼쳤다. 

세 번째 파트는 교육과 학습의 현장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사회혁신기업의 사례 발표였다. 다양한 교육혁신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는 C-Program의 엄윤미 대표는 ‘놀이’와 ‘학습’을 핵심 영역으로 하는 C-Program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실험들을 소개했다. 아이들이 직접 놀이와 학습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헬로 뮤지엄’, ‘틴커링 스튜디오’, 또 교사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보다 즐겁고 혁신적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펀스쿨’ 등에 관한 내용을 참가자들은 흥미롭게 경청했다. 특히 학구열과 학업능력은 높지만 무한 경쟁과 획일적인 프로그램으로 창의성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한국 교육현실의 맥락에 대해 중국 참가자들은 많은 공감과 관심을 드러냈다. 

내게 이날의 워크숍은 영향력 있는 사회혁신 매체 보급과 커리큘럼 도입이라는 두 축의 방법론을 통해 중국에 사회혁신을 전파하고자 하는 르핑재단의 열정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또한 한중일의 사회적 기업가, 재단 활동가, 공공정책 학자 뿐 아니라 미국의 사회혁신 매체와 유럽의 대학내 사회혁신 프로그램 관계자와 함께 사회혁신 교육의 다양한 활동과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의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워크숍이 진행되었던 칭화대 과학기술관의 메이커스 클래스룸(Maker’s classroom)이라는 장소만큼이나 스스럼 없는 탐구의 시간이기도 했다.      

 

Day1. Networking Break



워크숍II. Blurring of the Boundaries: Exploring the role of social innovation for inclusive development 

21일부터 22일에 걸쳐 진행된 두 번째 워크숍은 . 스탠포드대학 자선과 시민사회센터인 Stanford PAC가 주관하는 사회혁신 국제 세미나로서 올해로 3회째 중국에서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르핑재단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 행사의 공동 주최자로 활약하고 있다. 

제목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사회혁신의 역할을 조명하고 질문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사였다. 워크숍 장소였던 북경대학교 스탠포드센터는 광할한 북경대 캠퍼스의 무뚝뚝하게 늘어선 높고 넓은 학교 건물들 사이를 걷다보면 거짓말처럼 나타나는, 호숫가 옆에 자리한 고전적인 중국 건축물이었다. 나를 포함한 5명의 한국측 참가자들은 아침 8시부터 6시까지 두 명의 기조연설, 세 개의 패널토론, 그리고 식사와 함께 이루어지는 네크워킹 리셉션의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진 알찬 ‘워크숍데이’를 보냈다. 

이날 워크숍의 핵심 키워드는 두가지. 1)SSIR 즉, 사회혁신 매체인 스탠포드 소셜리노베이션리뷰의 중국판 발행과, 2)사회적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 인증제인 베네핏 코퍼레이션(이하 B-Corps)의 중국진출을 통해 사회혁신을 확산하고 중국의 젊은 혁신가와 사회적기업가들의 활동을 촉진한다는 기획이다. 둘 다 르핑재단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활동이다. 

B-Corps을 둘러싼 패널토론은 열띠게 진행되었다. 좌장인 폴 브래스트(Paul Brest) 스탠포드대 법대 석좌교수, B Corps의 창립자인 마르셀로 팔라찌(Marcello Palazzi), 장 웨이잉 북경대 경제학과 교수, 덩슈 센 르핑재단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하여 비콥인증의 사회적 임팩트 뿐만 아니라 중국진출의 법제도적 문제, 비콥회사의 실질적인 혜택에 대해 이야기를 펼쳤다. 논의는 제품의 성격에 따른 기본적인 자격에 관한 (예를 들어, 담배회사나 게임회사는  B-Corps 인증을 받을 수 있는가?) 꽤 철학적인 주제로까지 이어졌다. 

SSIR의 중국어판 발행은 지난 해 진행되었던 SSIR 동아시아판 출판에 이은 르핑재단의 사회혁신 매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임팩트투자 등 사회혁신의 저변이 점차 확장되어온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중국의 경우 사회혁신은 경제개방과 시민의식의 성장과 함께 비교적 최근에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사회에 사회혁신을 소개하고 혁신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매체개발과 교육프로그램 등과 같은 생태계 조성 전략이 중요한 시점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SSIR의 중국어판 출판은 미국과 유럽의 사회혁신 경험과 교훈을 충분히 소화하고 중국내 혁신담론을 형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패널 토론은 아시아의 사회적기업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순서였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방글라데시의  NGO인 BRAC에서 사회혁신랩을 이끌고 있는 마리아 메이(Maria May), 중국 어린이용품의 여러 가지 유해물질을 직접 실험하고 감시하는 플랫폼인 대디랩(Daddy Lab)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웬펭 웨이가 발표자였다. 좌장은 크리스티안 실로스(Christian Seelos) 스탠포드 팩스 연구위원으로 그는 작년에 사회혁신이 임팩트를 내지 못하는 실패요인들을 분석한 연구를 진행했다. 실로스 교수의 연구 참여단체이기도 했던 BRAC의 경우, 혁신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임팩트를 만들어내기까지는 현장에 대한 이해와 당사자들의 권력관계 분석 등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중국현지의 큰 관심을 반영하듯 대디랩에 관한 참가자들의 질문이 연이었는데, 자녀 교육에 대한 중국인들의 엄청난 관심과 유해물질에 대한 사회적 감시라는 맥락 속에서 크라우드펀딩과 뉴미디어를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적극적인 언론홍보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워크숍의 열기는 다음날인 22일까지 이어졌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반 까지 소그룹 집중 세미나의 형식으로 마련된 세 개의 워크숍 세션은 각각 다른 강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우선, 크리스티안 실로스의 ‘임팩트를 위한 혁신과 확장’ 세션. 사회혁신 프로젝트가 임팩트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실패요인들을 분석하는 세션으로 참가자들은 그룹별로 토론을 진행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폴 브래스트 교수의 임팩트 투자에 관한 강의가 마련되었다. 경영학, 경제학 전공의 북경대 학생들이 강의실을 꽉 메웠다. 마지막으로 마르셀로 팔라찌 비콥 대표의 세션. 이탈리아, 미국에 이은 중국 진출을 앞둔 비콥인증에 대한 거의 모든 궁금증이 쏟아졌고, 팔라찌 대표는 성실하고 유쾌하게 설명해나갔다. 비콥 로컬화를 위한 자문과 컨설팅 기관의 역할에 대한 나의 질문에 팔라찌 대표는 친절히 답하면서 오는 4월에 한국방문도 예정되어 있다는 정보도 챙겨주었다.  

3일간의 워크숍 일정을 마감하면서 2015년부터 동아시아사회혁신연구협의체(EASII) 워크숍을 진행했던 한중일 담당자들이 모여 앉았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하는 워크숍을 위해 이번 가을 서울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열정적으로 사회혁신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중국, 고령화와 저성장이라는 우리의 고민을 먼저 했던 일본,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연구하고 그 성과물을 동아시아와 전 세계 혁신의 현장에 알리기 위해 한국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이다. 그렇게 해서 한중일이 함께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혁신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세먼지부터 원전과 방사능 문제, 군사적 대치와 외교적 갈등까지... 어느 것 하나 혁신이 필요하지 않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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